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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트가르트 마샬의 〈알루미늄의 역사〉
▲ 책겉그림 루이트가르트 마샬의 〈알루미늄의 역사〉
ⓒ 자연과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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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이 쓰이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크게는 전선이나 고압의 케이블, 엔진의 피스톤, 자동차나 비행기의 보디 등에 쓰일 것이고, 작게는 음료수 캔, 청바지 단추, 형광등에도 쓰인다. 그만큼 알루미늄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사실 알루미늄은 무거운 함석을 대신할 제품을 고안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이른바 맥주와 음료수를 이전의 병에서 함석으로, 함석에서 다시 다른 것으로 대처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알루미늄인 것이다. 그만큼 알루미늄은 가볍고, 단단하고, 변형하기가 쉽고, 열전도율만 해도 강철보다 5배나 높아 음료수를 훨씬 더 빨리 차갑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루이트가르트 마샬의 <알루미늄의 역사>(자연과생태,루이트가르트 마샬)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책은 알루미늄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이 쓰이고 있는지와 그것이 인류의 신뢰를 얻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걸어왔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그걸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전기에너지와 그에 따른 오염물질이 방출되고 있는지, 알루미늄을 만들기 위해 아마존의 원시림까지 찾아가서 생산공장을 세우고 있는 현 모습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너무 약해보이지만 그래도 캔은 내구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알루미늄 캔은 약 6바(Bar)의 내부 압력에도 견딜 수 있는데, 자동차 타이어도 2바 정도의 내부압력을 받을 뿐이니 굉장히 높은 것이다. 캔에 내용물이 가득 차 있을 경우 성인 한 명이 올라가도 너끈히 견딜 수 있으며, 설사 버티지 못한다 해도 불행한 비극을 연출하지는 않는다. 캔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굉음을 내며 터지기 전에 캔의 밑 부분이 구겨져 코 모양으로 불쑥 튀어나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59쪽)

알루미늄의 내구성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다. 오늘날 알루미늄이 모든 제품에 사용되고 있는 이유도 이런 까닭일 것이다. 그런데 알루미늄일지라도 처음부터 관심을 끈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20세기 중반이 돼서야 그것 스스로의 독자성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한다.

19세기, 고가의 맞춤형 제품이나 귀중품에만 사용

사실 1845년에 최초로 순수 알루미늄을 합성하는데 성공한 프리드리히 뵐러에 이어, 1854년에 최초로 기술적으로 알루미늄을 제조한 앙리 생 끌레르 드빌의 개발 이후, 1859년까지 알루미늄은 고가의 맞춤형 제품이나 귀중품에만 사용될 정도로 귀하고 비싼 금속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누구 하나 그것을 찾아서 사용하려는 이가 없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1867년의 파리 세계박람회를 기점으로 공예품 외에도 오페라글라스와 망원경과 여러 식기류의 출품으로 그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알루미늄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것은 2차 대전 당시 무기개발 산업때문 이었다. 그때 비로소 철강산업에 이어 2번째 산업으로 알루미늄 산업이 우뚝 올라섰다고 한다.

이 책이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은 알루미늄을 만드는 과정속에서 배출되는 오염에 관한 내용이다. 그렇게도 좋은 재료인 알루미늄을 얻는 과정에서 그만큼의 대기오염은 필수적으로 뒤따른다고 한다. 이를테면 산화알루미늄에서 알루미늄 1킬로그램을 얻는데 들어가는 평균 전기는 14킬로와트인데, 현재 전 세계의 전기사용량의 2퍼센트가 알루미늄 산업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알루미늄을 만들어내는 전기분해과정 자체에서 오염물질이 추가적으로 방출되는 것이고, 그것이 온실가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알루미늄 1톤 당 약 750제곱미터의 양극가스가 나오는데, 이속에는 40킬로그램의 독성 불소가 들어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알루미늄 제련소는 이 독가스를 거의 정화하지 않고 그대로 배출했다. 이 불소로 인해 인근 식물들이 말라죽었고, 동물과 인간 할 것 없이 뼈가 굳어져 쉽게 부서지는 골격불소증이나 골 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이 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더욱 심각했다."(309쪽)

이 정도로 해로운 게 많다면 자동차 배기가스만 단속할 게 아니라 알루미늄 생산 자체를 제제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이 책에서는 세계 어느 국가도 이를 규제하자고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왜 전지구적인 대처방안이 없는 걸까?

그것은 알루미늄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그만큼의 에너지 소모가 적게 드는 까닭이라고 한다. 이른바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지하철 객차는 강철로 만든 객차보다 훨씬 가볍고, 그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할 때 3년만 운행하면 알루미늄 차 제조에 들어간 에너지까지도 상쇄한다고 한다. 더욱이 건축분야에서도 알루미늄 제품이 녹도 슬지 않고, 수명도 길고, 관리나 수리도 필요치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실용성이 면에서 단연코 으뜸이라는 것이다. 

그처럼 이 책은 알루미늄의 역사 속에 깃든 상반된 모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알루미늄이 인류 역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과정 속에서 엄청난 전기와 매스꺼운 가스를 어마어마하게 방출한다는 게 그것이다. 다만 그것의 활용가치가 해로움을 뛰어넘고 있어서 규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바로 그것 때문인지, 이 책을 쓴 마샬은 그 해결책을 개별 이용자들의 대처 방안에만 두고 있다. 그것을 많이 활용하고 또 적게 사용하는 것에 따라서 그것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그것이다.

솔직히 그건 너무 방관적인 지적이 아닐까? 역사적인 맥락을 파악했고, 또 그것의 이로움과 해로움을 분별해 냈다면 그 대처방안도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알루미늄의 역사 - 현대의 모순을 비추는 거울

루이트가르트 마샬 지음, 최성욱 옮김, 자연과생태(2011)


태그:#알루미늄의 역사, #골격불소증, #온실가스, #알루미늄의 내구성, #프리드리히 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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