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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가는 길은 도솔천 따라 가는 길
 선운사 가는 길은 도솔천 따라 가는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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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마당은 넓다

10월로 들어서면서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난다. 하늘이 파랗다. 전북 고창으로 향한다. 선운사에 꽃무릇 필 때 가본다고 했는데, 결국 올해도 늦었다. 축제도 끝나고, 꽃도 져버렸다. 단풍철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길다. 선운사 나들목을 나와 한적한 도로를 따라간다. 길 양 옆은 풍천장어를 요리하는 식당들로 즐비하다.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은 도솔천을 따라가는 길이다. 천연기념물 송악이 벼랑을 덮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도솔천을 따라 들어가는 길은 평탄한 길이다. 신작로를 걸어가는 기분이다. 선운사 일주문을 지나면 가지런한 선운사 경내 담장 옆을 걸어간다. 산속에 있는 절집이지만 마치 평지에 있는 절집 분위기다.

선운사 경내로 들어가는 문은 2층 구조로 된 천왕문이다. 천왕문 치고는 특이하다. 경내는 넓다. 마당 한가운데 강당인 만세루가 있다. 보통 만세루는 절집 마당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데 선운사 마당은 너무나 넓었나 보다. 만세루와 대웅보전 사이에는 연등이 걸리고, 오층석탑이 뾰족하게 섰다.

선운사 절집 마당 한가운데 있는 만세루
 선운사 절집 마당 한가운데 있는 만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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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팔상전에서 내려다본 선운사 풍경. 바로 앞 맏배지붕이 대웅보전이다.
 선운사 팔상전에서 내려다본 선운사 풍경. 바로 앞 맏배지붕이 대웅보전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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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가 전쟁 중에 보전되었던 사연은

도솔산 선운사는 유서 깊은 절집이다. 백제 위덕왕 24년(577)에 검단선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수차례 중창을 거쳐 오다 1597년 정유재란 때 불탔다고 한다. 지금의 절집은 광해군 때 다시 중건되었다.

대웅보전은 옛날 건물 그대로다. 웅장하다. 부처를 세 분이나 모셨다. 건물 형태도 맞배지붕으로 깔끔한 느낌이다. 부처 뒤에 있는 후불벽화가 아름답다. 연한 녹색기운이 퍼지는 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영산전과 팔상전도 옛 모습 그대로다.

어! 한국전쟁 중에 용케도 살아남았네? 나중에 절집을 나오다가 발견한 비석에서 그 답을 알았다. 한국전쟁 중에 북으로 가지 못한 인민군들이 선운사를 거점으로 활동하였다. 토벌작전을 수행하던 국군은 당시 고창경찰서 반암출장소 소장 김재한 경사에게 선운사를 불태울 것을 명령했다고 한다.

대웅보전에 모셔진 부처. 후불벽화가 아름답다.
 대웅보전에 모셔진 부처. 후불벽화가 아름답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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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김재환 경사는 "공비들의 토벌은 시간문제이나 선운사 소각은 역사와 문화유산 모두를 잃는 것이니 소각작전만은 철회해 달라. 아무리 전쟁 중이지만 역사 앞에 죄를 짓는 명령에는 응할 수 없다. 지역 치안의 책임은 경찰에 있으니 내 관할은 내가 책임지고 지키겠다"고 완강히 거절하여 국군의 소각작전을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선운사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 감들이 노랗게 익어간다.

사람 가는 길과 차 가는 길이 분리되어 있는 도솔암 가는 길

선운사를 나와 도솔암으로 길을 잡는다. 도솔암 가는 길은 아직 푸릇푸릇 싱그럽다. 나무에는 '질마재길'이라는 리본이 걸렸다. 도솔천을 따라가는 길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도솔천 주변으로 나무들은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어떤 나무는 뿌리 밑이 들린 것도 있다. 그러면서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나무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도솔천 물은 검다. 도솔천 물이 검은 이유를 설명한 안내판들이 있다. 아마 산속 물이 왜 이리 오염됐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안내문 설명에 의하면 참나무과의 낙엽 등에 함유된 '타닌' 성분으로 인해 검게 보인다고 한다.

도솔암 가는 길. 아직은 싱그런 숲길이다.
 도솔암 가는 길. 아직은 싱그런 숲길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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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 물빛이 검다. 천 옆으로 자라는 나무들은 뿌리를 드러내 놓고 있다.
 도솔천 물빛이 검다. 천 옆으로 자라는 나무들은 뿌리를 드러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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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 가는 길.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도솔암 가는 길.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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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 가는 길은 사람이 가는 길과 차가 가는 길로 나뉘어 있다. 도솔천을 사이에 두고 사람길과 찻길을 만들었다. 한적한 오솔길을 걷고 싶다면 사람길로, 차를 피하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편안하게 걷고 싶다면 찻길을 걸어가면 된다.

도솔암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다.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 3.2㎞나 된다. 길은 편안하지만 걷는 거리가 길다 보니 조금 힘도 든다. 가는 길에 하늘로 부채를 펼친 모양의 웅장한 소나무인 '장사송'과 진흥왕이 말년을 보냈다는 '진흥굴'도 지난다.

붉은 빛 신비로운 도솔암 마애불

평탄한 길이 끝나고 가파르게 오르더니 도솔암이 나온다. 도솔암은 건물이 세 채가 있다. 극락보전을 가운데 두고 동암과 서암이 날개를 펼치듯 자리잡고 있다. 절집 마루에 앉아 쉬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맑다.

도솔암 마애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마애불이다.
 도솔암 마애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마애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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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 바로 뒤로 마애불이 있다. 불상의 높이가 15.6m나 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마애불이다. 이 마애불에는 화순 운주사의 와불만큼이나 신비한 이야기가 있다. 마애불 가슴에는 감실이 있는데, 감실 안에는 비결이 있다고 전해져 왔다.

조선말에 전라도 관찰사 이서구가 비결을 얻고자 감실을 열었는데 그 안에 있는 책에는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 본다'라고 쓰여 있어 놀라서 다시 넣어놓았다고 한다. 19세기 말 동학의 접주 손화중이 감실을 열고 비결을 가져갔다고도 전해온다. 마애불은 붉은 빛이 돈다. 그래서 더욱 신비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신선이 거처했을 것 같은 도솔천 내원궁

마애불 주위로 단풍나무가 아직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나한전이 있고 그 앞에 부서진 삼층석탑을 다시 세워 놓았다. 이곳에 삼층석탑을 세웠을 정도면 예전에 상당한 규모의 절집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나한전 옆으로 도솔천내원궁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계단은 가파르게 빙 돌아서 마애불 뒤로 오른다.

도솔암 나한전 앞 삼층석탑
 도솔암 나한전 앞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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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도솔천 내원궁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도솔천 내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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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는 도솔천이라는 천상의 세계가 있는데 그 곳에 내원궁과 외원궁이 있다고 한다. 외원궁에는 하늘나라의 일반 중생들이 살고, 내원궁는 미륵보살이 있는 곳이다. 그럼 이곳은 미륵세상인 셈이다. 내원궁으로 오르는 계단은 무척 가파르다. 한참을 올라 계단에 다 오를 즈음 펼쳐진 풍경에 너무나 놀란다. 높은 바위 틈에 작은 절집이 있다. 아! 이런 곳에 절집을 만들어 놓다니.

건물 안에는 지장보살을 모셔 놓았다. 작은 마당에서 불공을 드리는 사람들도 있다. 내원궁 난간에 서니 선운산 기암 풍경들이 펼쳐진다. 나무들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풍경이 더욱 신비롭게 다가온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옛날 이곳이 거처하는 스님들은 신선이 아니었을까?


태그:#선운사, #도솔암, #도솔천, #고창,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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