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신애네 보컬 안신애. '신애네'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이는 캐나다인 남편이다. 결혼 3년차인 안신애씨는 "한국에 잠시 왔던 남편이 나와 결혼을 하면서 한국에 계속 머물게 됐다"고 밝혔다.

인디밴드 신애네 보컬 안신애. '신애네'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이는 캐나다인 남편이다. 결혼 3년차인 안신애씨는 "한국에 잠시 왔던 남편이 나와 결혼을 하면서 한국에 계속 머물게 됐다"고 밝혔다. ⓒ 민원기


서울 성수동의 한 연습실. 한가운데 드럼이, 한쪽 벽에는 기타가 늘어서 있는 이곳에서 앳된 느낌의 여자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허스키한 음성이 몽환적인 느낌을 전한다. 인디밴드 '신애네' 보컬 안신애(26)씨다.

일찌감치 음악을 시작했지만 그녀의 이름을 아는 이는 드물다. 기자가 '신애네'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도 불과 1개월 전이었다. '쏘울시스터'라는 가수가 한 포털 사이트에 올린 글을 읽다 발견하게 된 이름이었다. 신애네 보컬 안신애씨는 당시 "번듯한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 내 이름으로 된 음원 한 곡도 발표하지 못했다"고 답글을 남겼다.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지난 20일 오후, 연습실에서 안신애씨를 만났다. 그녀는 "인터뷰가 처음"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안 씨는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20살에 쓴 계약서..."음반 발매 후 계약기간 시작"

"6년 전이죠. 20살에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어요. (소속사의 이름은 안신애 씨와 논의 끝에 밝히지 않기로 했다-기자 주) 계약 후 1년쯤 뒤에 프로듀서와 음반 작업을 했어요. 하지만 '다시 하자'고 엎더라고요. 그 후 다른 프로듀서를 찾다 회사 내 다른 가수들의 일이 바빠지다 보니 제 앨범은 계속 미뤄졌어요."

20대 초반을 고스란히 보냈지만 안 씨는 오히려 "어린 나이에 데뷔하지 않고 오히려 경험을 쌓게 돼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안 씨의 전속계약 기간은 첫 번째 음반을 낸 뒤부터 시작됐던 것. 즉, 아직도 앨범을 내지 못한 안 씨는 계약 기간을 고스란히 남긴 채 6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이었다. 안 씨는 계약서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라고 했다. 

"올해 초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 소속사에 말했어요. 하지만 계약금을 돌려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더라고요. 다른 회사를 찾기도 그렇고요. 문제 있는 신인을 누가 데려가려고 하겠어요. 결국 스스로 제작할 테니 음원 공개라도 해 달라고 작사, 작곡에 녹음, 편곡까지 다해서 11곡을 가져다 드렸는데 반응이 없었어요. 의도적으로 음반을 내주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가수들 때문에 바빠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보컬 강사로, 코러스 세션으로 활동하지만 "내 음악 하고 싶다"


 인디밴드<신애네>의 안신애가 20일 저녁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주로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안신애가 사진촬영을 위해 매력적인 허스키보이스로 Norah Jones의 <Don't know 브르는 why>를 부르고 있다. 그녀의 트위터 머리글엔 이런글이 쓰여있다."당신이 나를 몰라도 나는 가수입니다."

인디밴드 신애네의 안신애가 20일 오후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주로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안신애가 사진촬영을 위해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로 Norah Jones의 'Don't know why'를 부르고 있다. 그녀의 트위터 머리글엔 이런 글이 쓰여있다. "당신이 나를 몰라도 나는 가수입니다." ⓒ 민원기


보컬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안신애씨는 가수들의 코러스 세션에도 참여했다고 했다. 백지영과 2PM 택연이 부른 <내 귀에 캔디> 코러스도 했다고. 최근 KBS 2TV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했던 다비치 이해리의 곡을 편곡한 것 또한 안 씨다. 보아의 앨범에 작사가로도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안 씨는 "다른 사람의 음악이 아닌, 내 음악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밴드로 호흡을 맞추는 드러머는 캐나다인 남편이다. 안 씨는 '소울메이트'인 반려자와 함께 홍대 인디신에서 공연하고, 인터넷에 그 동영상을 올리는 등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디지털 음원을 내 볼 생각도 했지만 발표하기 쉬운 만큼 묻히기도 쉽다고 생각했다"는 안 씨는 "홍대 클럽 공연도 요즘은 개인이 잡기 쉽지 않더라, 1명의 매니저라도 괜찮으니 믿고 같이 갈 수 있는 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음악중심>의 중심, 과연 음악인가요"

홍대 인디신이 점차 상업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때, 실제 인디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안신애씨는 인디와 메이저를 구분 짓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안 씨는 "경계 자체는 사실 존재하지 않지만 시장의 필요에 의해 나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씨는 "<음악중심>이라는 주말 가요 프로그램이 있는데 정작 이 프로그램의 중심은 음악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코러스 가수로 무대에 서 보면 저희 같은 이들이나 세션맨들은 따로 대기할 곳이 없어요. 반짝이는 무대 세트의 뒷면은 못질이 되어 있는 나무판자죠. 보이는 것에만 중점을 두는 '쇼 비즈니스'의 정확한 예이지 않을까요. 물론 외국에서 케이팝이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 중심은 '음악'이 아니라 예쁘고 옷도 잘 입고 멋있는 아이들이라는 '콘텐츠'죠.

케이팝의 콘텐츠는 장점이지만 음악을 중심으로 봤을 때는 허탈한 면이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얼마나 노력하느냐인 것 같아요. 물론 두 가지를 다 갖춘다면 속이 꽉 찬 메이저겠죠. 그런 가수들도 많고요."

26살 신애씨의 목표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요"

'할 줄 아는 게 음악밖에 없다'는 안신애씨.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말은 의외다.

"그룹 '4월과 5월'의 백순진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동요 <겨울바람>과 <장미> 등이 그분의 곡이죠. 정말 좋은 노래들은 가수보다 노래로 기억되는 법이잖아요. 몇십 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불릴 수 있는 곡을 쓰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두 눈을 감고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는 안 씨.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냐"는 질문에 "소속사가 있어 그것마저 쉽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가 들은 그녀의 음악은 이적과 김동률이 부른 <거위의 꿈>만큼이나 듣는 이의 가슴을 울렸다. 앞으로 더욱 힘차게 도약할 안신애씨와 '인디밴드 신애네', 항상 응원한다.

 인디밴드<신애네>의 안신애.

인디밴드 '신애네'의 안신애가 20일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민원기


인디밴드 신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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