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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드 호수 이야기

블레드 호수를 중심으로 자리잡은 마을 블레드
 블레드 호수를 중심으로 자리잡은 마을 블레드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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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드로 가려면 먼저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로 가야 한다. 이 길은 포스토니아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진다. 이 도로는 류블랴나 시 외곽에서 방향을 서북쪽으로 틀어 알프스 산맥으로 향한다. 류블랴나에서 블레드까지는 50㎞ 정도 떨어져 있다. 주변에 높은 산이 나타나면서 이곳이 줄리앙 알프스의 남쪽 지역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가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가 나온다.

우리가 탄 버스는 라돕리이카를 지난 다음 왼쪽으로 빠져 블레드로 향한다. 블레드는 도시를 감싸고 있는 블레드 호수로 유명하다. 이 호수는 빙하의 침식으로 생겨난 호수로, 사바강의 수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사바강은 줄리앙 알프스의 크라니스카 고라 지역에서 발원하는 강으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를 거쳐 도나우강과 합쳐진다. 총 길이는 947㎞에 이른다.

블레드 호수는 해발 475m의 고원지대에 있는 길이 2.2㎞, 폭 1.4㎞의 빙식호수다. 그래서 깊이가 30m에 이른다. 그리고 한 여름의 기온도 25℃ 정도밖에는 되질 않는다. 그리고 이곳 블레드에서는 온천수가 나온다. 그 때문에 오래 전부터 여름 휴양지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다가 1960년대부터 조정과 같은 수상 스포츠, 스키와 같은 동계 스포츠가 열리면서 휴양과 관광의 중심지가 되었다.

블레드 호수에서 열린 세계 조정선수권대회

2011 블레드 세계조정선수권대회 모습
 2011 블레드 세계조정선수권대회 모습
ⓒ 블레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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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드가 세계 조정대회의 메카라는 사실을 안 것은 지난해다. 충주가 2013년 제42회 세계 조정선수권대회를 유치하면서, 2011년 세계 조정선수권대회가 블레드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 블레드에서는 세계 조정선수권대회가 무려 4번이나 열렸다. 지금까지 세계 조정선수권대회가 4번 열린 곳은 스위스의 루체른과 슬로베니아의 블레드밖에는 없다.

제1회 세계 조정선수권대회는 1962년 스위스의 루체른에서 개최되었다. 1974년까지 4년마다 한 번씩 열렸고, 1975년부터는 1년 또는 2년 간격으로 세계대회가 열렸다. 1993년부터는 매년 세계대회를 열고,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위상을 낮춰 개최한다. 그래서 2011년까지 40회 세계 조정선수권대회가 열렸다. 블레드에서 세계 조정선수권대회가 열린 것은 1966, 1979, 1989, 2011년이다.

세계 조정선수권대회기를 인수받는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2013년) 관계자들
 세계 조정선수권대회기를 인수받는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2013년) 관계자들
ⓒ 충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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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세계 조정선수권대회는 8월 28일부터 9월 4일까지 블레드 호수에서 열렸다. 68개국 1213명의 선수가 참가, 27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뤄 영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조정 경기는 남자 13개, 여자 9개, 합해서 22개의 일반 종목과 5가지 특별 종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정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종목에 따라 1,2,4,8명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젓는 노가 하나냐 또는 둘이냐, 조타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종목이 세분화된다.

2013년 충주 세계 조정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는 2011년 블레드 세계 조정선수권대회에 7명의 실무진을 파견하여 대회운영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그리고 9월 4일 경기 마지막 날에는 대회기를 인수받아 2013년 대회 준비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2013년 충주 세계 조정선수권대회는 8월 25일부터 9월 1일까지 충주시 가금면 탄금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탄금호는 충주 조정지댐 상류에 만들어진 인공 호수다. 이곳에 들어서게 될 조정경기장은 대회 운영본부와 관람석, 경기기록 건물, 경기관리 건물, 정박 건물로 이루어진다.

블레드 성 이야기

블레드 성
 블레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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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드에 도착하니 산과 자연, 물과 도시가 잘 어우러진 풍경이 나타난다. 인구가 5천여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어서 한적할 줄 알았는데, 관광객들로 붐빈다. 이곳은 여름 휴양, 줄리앙 알프스 트레킹, 조정과 같은 수상 스포츠, 스키와 같은 겨울 스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그래선지 거리고 식당이고 사람들이 많다. 블레드 시내에서 점심식사를 한 우리는 블레드 성으로 향한다.

블레드 성은 블레드 호수와 함께 블레드 관광의 백미다. 블레드 성은 호수로부터 139m나 높은 깎아지른 절벽에 세워져 있다. 그러므로 호수쪽에서 성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호수 반대편 쪽으로 길이 나 있어 성 앞에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차에서 내리면 높은 성벽이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성에 들어가려면 성의 동쪽에 있는 성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블레드 호수
 블레드 호수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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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 앞은 해자 형식으로 움푹 파였고, 그 위에 나무판으로 만든 다리가 놓여 있다. 그러나 이 나무판은 원래 쇠줄을 이용, 들어올리고 내릴 수 있도록 만든 문이었다. 성문 안으로 들어가면 절벽을 따라 성벽이 쌓여 있고 그 성벽 너머로 블레드 호수와 블레드 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호수는 이 지역 특유의 에메랄드빛이다. 성벽 안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성에 이를 수 있다. 성은 아래 지역에 있는 사무실 건물과 위 지역에 있는 주거용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위쪽 주거용 건물을 먼저 보고 내려오면서 아래쪽 사무실 건물을 볼 예정이다. 블레드 성의 역사는 1004년 브릭센의 주교가 이 지역에 방어용 탑을 세우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011년 5월 22일에는 독일왕 하인리히 2세가 브릭센의 아달베론 주교에게 블레드 성을 선사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러므로 2011년은 블레드성이 공식적으로 1000년 역사를 기록하게 되는 대단한 해이다.

블레드 성
 블레드 성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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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드 성은 11세기에서 13세기 사이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보완되어 방어성으로 완벽한 모습을 갖췄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511년과 1690년 지진으로 성이 무너져 개축하기도 했다. 블레드성이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은 1961년이다. 1951년부터 1961년까지 비텐치(Tone Bitenc)에 의해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으로 복원되었다. 현재 블레드성은 블레드 최고의 관광명소일 뿐 아니라, 지리적·전략적 위치 때문에 공식적인 회의와 집회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성안 박물관과 교회 들여다보기

성주의 주거지로 사용되었던 블레드 성 건물은 현재 박물관과 교회로 이루어져 있다. 박물관 앞마당에는 지붕이 있는 정자가 있어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우리는 박물관으로 들어가 1층과 2층 전시실을 관람한 다음 서쪽에 있는 교회로 나올 것이다. 박물관 입구에는 금속세공사가 만든 날개 달린 용이 우릴 맞이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포도주 저장 창고가 있고, 그곳을 지나면 블레드의 역사를 보여주는 물건과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사람의 유골
 사람의 유골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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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전시물에는 가구, 생활용품, 발굴 유물, 도자기, 금속제품, 광석, 화석, 동전, 장식품 등이 있다. 1층에서 본 전시물 중에는 다리가 세 개 달린 솥과 쌍두독수리 문양이 있는 도자기가 인상적이다. 2층에서는 암모나이트 화석을 볼 수 있고, 사람의 유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종교적인 행사에 쓰였을 성구들도 보인다. 또 금속으로 만든 욕조도 인상적이다.

박물관을 구경하고 교회로 들어가니 제단에 현대적인 성모자상이 모셔져 있다. 그리고 북쪽과 남쪽의 벽에는 블레드성을 주교에게 선사한 독일왕 하인리히 2세와 그의 부인 쿠니군데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 교회에서 정말 특이한 것은 합창대석이다. 2층에 감실 형태의 공간을 만들고 세 명이 들어가 노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측면에 있는 제단이다. 바로크 양식으로 성 베드로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 교회의 창문과 외관은 전체적으로 고딕 양식이다.   

특이한 합창대석
 특이한 합창대석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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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성을 내려가기 싫다

블레드 성의 박물관과 교회를 보고 마당으로 나오니 남쪽 호수와 호수 가운데 섬에 있는 마리아 교회가 멀리 내려다보인다. 우리가 성을 내려가면 호수를 건너 섬에 있는 마리아 교회를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성에서는 동남쪽으로 펼쳐지는 탁 트인 고원지대와 그 너머 높은 산을 조망할 수 있다. 여기를 내려가지 않고 저녁 석양 때까지 머물고 싶다. 이곳의 레스토랑에서 포도주나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성에서 바라 본 블레드 호수 섬과 마리아 교회
 성에서 바라 본 블레드 호수 섬과 마리아 교회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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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빠듯한 일정 때문에 성의 아래 지역으로 내려가야 한다. 성의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성벽을 따라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단에서 보면 2층의 건물과 원통형의 탑이 아주 인상적이다. 이곳에는 사무실과 레스토랑이 있다. 건물의 벽에는 블레드성의 역사가 1004년 시작되었고, 1951-1961년 재건되었음을 알리는 동판이 있다. 그리고 마당 한 가운데는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지금도 이용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성을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아쉬움에 성을 보고 또 본다. 함께 한 우리팀 사람들도 성을 내려온다. 나도 그들과 함께 올라온 길을 따라 다시 성문으로 내려간다. 성문으로 내려가면서 블레드 호수를 다시 한 번 내려다본다. 여전히 푸르고 시원하다. 하늘에 구름이 조금 더 끼어선지 물빛이 조금은 어두워졌다. 성문은 여전히 그렇게 열려 있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길을 따라 내려가니 버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블레드 호수와 성
 블레드 호수와 성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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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우리는 호숫가로 내려간 다음 남쪽의 조정경기장을 돌아 서쪽에 있는 선착장으로 갈 것이다. 호숫가로 내려와 블레드성을 바라보니 정말 깎아지른 절벽 위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아래와 위에 있는 성채의 건물들이 어울려 동화 속의 성처럼 보인다. 잠시 후 버스는 빌라 블레드로 들어가는 입구에 우릴 내려놓는다. 빌라 블레드는 유고슬라비아의 대통령이었던 티토의 별장으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개조되어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빌라 블레드의 역사는 유고슬라비아 왕국의 알렉산다르 1세가 이곳에 여름 별장을 지으면서 시작되었다. 1945년 유고 인민공화국의 수상이 된 요십 티토가 이것을 물려받았고, 그가 죽는 1980년까지 사용하였다. 그 후 1991년까지 유고 정부의 소유가 되었으며, 슬로베니아 독립 후 민간에게 분양되어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태그:#블레드, #블레드 성 블레드 호수, #세계 조정선수권대회, #빌라 블레드, #줄리앙 알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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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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