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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부동산은 끝났다>
 책 <부동산은 끝났다>
ⓒ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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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역시 부동산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을 비롯한 진보 진영 사람들은 집값이 폭락할 것이란 전망을 올 초에 내놓았다.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8월 현재 전세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도대체 누구의 전망을 믿어야 하는 걸까? 많은 서민들의 희망처럼 집값은 정말 폭락할까? 아니면 지금처럼 집값이 동결되었을 때가 바로 '사야할 기회'인가? 서민들의 한숨은 점점 깊어만 간다.

책 <부동산은 끝났다>는 집값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양한 각도의 접근을 통해 부동산에 대한 해석을 내려준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집값은 현재 심각한 거품 상태는 아니지만 소득 수준 대비 꽤 높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집값 폭등은 좀 어려울 듯하다.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그럼 앞으로 집값이 떨어진다고 보면 될까?

그렇다고 앞으로 폭락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현재 자가, 공공임대, 민간임대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의 집값 형태는 앞으로도 크게 변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물가 상승폭과 비슷한 폭으로 조금씩 상승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냥 머무를 확률이 크다는 결론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의 불안정성 때문에 집값이 10년을 주기로 폭등해 왔다고 분석한다.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세금 제도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전세 제도의 불합리함, 전세 세입자들을 보호할 만한 법적 장치의 부재가 집값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이다.

소득 수준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높은 집값은 전세 제도라는 특이한 장치와 부합하여 집값 상승에 기여해 왔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우선 극빈층이다. 이들은 단칸방과 같은 작은 공간에 월세를 내며 거주 공간을 마련한다. 이들의 삶의 질은 거주하고 있는 공간만큼이나 불편하고 낡았다. 이보다 좀 형편이 나은 사람들은 기존에 있던 돈과 대출금을 합하여 전세로 거주공간을 마련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머지 60%는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이들도 두 부류다. 하나는 다주택자이며 하나는 1가구 1주택자다.

여기서 다주택자는 우리나라의 상류층에 해당한다. 여러 개의 주택을 갖고 있으면 세금 폭탄이라도 맞을 듯이 뉴스에서는 떠들어대지만 실제로 다주택자가 과도한 세금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법적인 장치도 허술하고 이들은 대부분 법 지식에 밝아 요리조리 세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택을 매입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집값이 안정세를 추구하려면 세금에 관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는 집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야 하는 보유세보다 거래하면서 내는 취등록세, 양도소득세 등이 무척 세게 매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많이 갖고 있어서 부유층이면서도 세금 면에서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갖고 있는 집들을 전세, 월세 등 임대 사업에 활용함으로써 실질적인 부의 축적을 이룰 수가 있다. 임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다주택을 활용해 수익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민간 임대 주택(전세나 월세)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집값의 오르내림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저자는 다주택자들의 임대 사업이 실질적인 소득 사업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전세나 월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또 다양한 방법으로 주인이 횡포를 부릴 수 없게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대차 보호법을 강화하여 집주인이 함부로 전세금을 올릴 수 없게 하고 안정적인 주거 형태를 지원한다면 더 이상 전세 폭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은 없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고 따뜻한 우리집'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처럼 주거 공간이 투기의 대상으로 지속된다면, 어느 누가 자신의 집을 행복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여길 수 있을까.

투기 붐을 막고 전세나 월세의 안정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저자의 주장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강화, 전세 및 월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임대차 보호법의 실행이야말로 집이 투기의 대상이 아닌, 진정으로 우리가 행복을 꿈꾸는 따뜻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은 끝났다 -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곳, 다시 집을 생각한다

김수현 지음, 오월의봄(2011)


태그:#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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