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것들을 돌아보니 모두가 죽음을 먹는다.

그것은 동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식물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단지 인간도 동물의 한 종으로 동물의 소리보다 식물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기 때문에 육식보다는 채식이 더 우아해 보인다고 착각하는 것 뿐이다.

 

어떤 이는 어릴 적 닭 잡는 것을 본 이후로 닭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이는 돼지잡는 것을 본 이후 너무 잔인해서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개를 뭉둥이로 때려잡고 짚으로 털을 그슬리는 것도 보았으면서도 즐겨먹지는 않지만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졸지에 나는 야만인이 되었다.

 

사실, 우리는 죽음을 먹는다.

죽음을 먹고 사는 것이다. 식탁에 올려지는 수많은 죽음들, 그들이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았거나 그들 속에 모시고 있는 하늘과 바다와 그 모든 것들이 그 속에는 들어 있을 터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모든 것을 먹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잔인하게 그들을 배려하지 않고 키우거나 잡는 것을 먹으면 좋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우리 몸에 모시는 모든 죽음들을 통해서 우리는 삶을 영위한다.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먹는 자들의 예의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도 죽음을 맞이할 터이고, 흙이 우리를 먹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내치지 않도록 살아갈 일이 아닐까?

 

죽음을 먹고 산다.

죽음과 삶이 다르지 않은 이유

죽어 삶이 된다.

먼저 죽은 이들과

우리의 삶이 되어준 이들의 삶을 더한 것이

내 삶이 된다. <죽음과 삶>


태그:#어시장, #죽음, #음식문화, #삶, #사진노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