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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5일 오후 5시 35분] 

"노동조합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이다. 해봤다면 두려움은 없을 것이다. 학교비정규직들의 처우가 개선되도록 하는 매개자 역할을 할 것이다. '강성노조'는 아니다. 모든 학교 회계직들이 지금보다 발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동조합 경남지부 준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강선영(49) 위원장의 다짐이다. 노조 지부 준비위는 지난 9일 경남도청 대강당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경남지역 전체 학교비정규직은 1만 3000여 명인데, 노조 지부에는 현재 10%인 1300여 명이 가입해 있다.

조리사인 강선영씨는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동조합 경남지부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리사인 강선영씨는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동조합 경남지부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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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은 조리사·조리원·행정보조·교무보조·돌봄교사·과학실험보조·특수보조 등 다양하며, 무려 80개 직종에 이른다. 전국 학교비정규직은 15만 명이다.

학교비정규직은 차별을 받고 있다. 공무원과 같은 하루 8시간씩 일하면서도 임금 등 처우는 형편없다. 호봉제 적용을 받지 못해, 1년 근무자나 20년이나 임금은 같다. 그것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노조 지부 준비위는 ▲ 근속수당 매년 인상(호봉제), ▲ 명절상여금 100만 원 지급 ▲ 맞춤형 복지 50만 원으로 인상 ▲ 위험·자격증 수당 신설 ▲ 근골격계 정기적 정밀진단 실시 ▲ 급식실 배치기준 하향 조정 ▲ 인력풀제 도입 ▲ 사무업종 통합으로 인한 고용불안 반대 ▲ 전임지 경력 인정 ▲ 교육감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강선영 위원장은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2005년부터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19일 밤 늦게 창원에서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 학교비정규직한테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가.
"차별이 심하다. 조리원의 경우 임금은 정규직의 1/4도 안 된다. 기초생활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임금이다. 같은 일을 하고도 차별을 받는 것이다. 복지비도 그렇고, 명절 상여금도 차별이 심하다. 억울한 게 많다. 공무원들은 매년 1호봉씩 인상되는데, 우리는 1년이나 20년 근무나 월급은 같다. 그래서 뭉쳤다."

- 계약기간은 어떤가?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이 된다. 지금 조합원의 분포를 보면 무기계약직이 80% 정도이고, 나머지는 근무기간이 2년 미만이다. 여러 학교를 운영하는 사립재단들의 경우, 비정규직을 채용한 뒤 2년마다 근무지를 돌리기도 한다. 가령 한 사람이 중학교에서 2년을 근무하면 고등학교로 보내고, 다시 2년이 지나면 근무처를 또 바꾸는 식이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 전임을 인정받지 못하다는 말인지?
"그렇다. 학교비정규직은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교사나 공무원은 정기적인 인사, 개인 희망으로 학교를 이전할 경우 근속연수가 인정된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다. 같은 일을 다른 학교에서 하더라도 근속연수를 인정받지 못한다. 전남·광주·경기교육청은 전임지 경력을 업종 구분 없이 인정된다. 전남·광주는 다른 직종까지 인정해 주고 있다. 가령 조리사로 있다가 과학실험보조원 일을 하더라도 인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경남을 비롯한 많은 곳에서는 아직 경력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업무 구분 없이 경력을 인정해야 한다."

- 임금 차별이 심하다고?
"학교비정규직은 근무한 지 1년이나 10년, 20년이나 임금이 같다. 10급 기능직 공무원 기본급 수준이다. 호봉제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하루 8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공무원은 연장초과근무수당 등 여러 가지를 받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강선영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동조합 경남지부 준비위원장.
 강선영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동조합 경남지부 준비위원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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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식 조리원은 어떤가?
"차별받기는 마찬가지다. 조리원의 경우 학생들에게 밥을 지어주면서 밥값까지 내고 있다. 조리 종사자들은 학교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그렇다. 임금에서 월 5만 원 정도 밥값으로 내는 것이다. 아파서 보건휴가를 내고 싶어도 대체인력이 없어 쉬지도 못한다."

- 학교비정규직들은 차별을 받은 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말인데?
"대부분 학교비정규직들은 부끄러워서 말을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용기를 내서 하는 것이다. 최저 임금을 받다 보니 옆에 말하기가 부끄러웠던 것이다."

- 노동조합 출범을 준비하면서 불이익을 당하는지?
"왜 없겠나. 불이익을 당할까봐 가입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례도 있다. 움츠려 드는 경향이 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비정규직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어쨌든 뭉쳐야 한다. 그래야 일이 된다."

- 불이익의 구체적인 사례는?
"지금 학교마다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취업규칙 변경 동의안'을 받는 게 있다. 그런데 그 '동의안'을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한테 불리한 것이다. 서명을 하지 않으니까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해 설명을 한 뒤, 설명 확인을 했다며 서명을 하라고 한다. 반강제적으로 서명을 하라고 한다. 노동조합 출범한다고 하니까 서명 강요가 더 심한 것 같다."

- 교육과학기술부에 하고 싶은 말은?
"학교비정규직과 관련해 제도 마련이 덜 됐다. 공장에서 일해도 1년과 2년은 월급이 다르다. 학교는 교육 현장이다. 우리 사회에서 차별이 없어야 하는 곳이 학교다. 그런데 차별이 가장 심한 곳이 되었다. 다른 비정규직도 마찬가지지만, 급식 엄마들은 내 새끼한테 밥을 먹여준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 하고 있다. 교과부나 교육청이 잘못해서 차별을 받고 있지만,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보람을 얻는다. 봉사한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저임금이지만 견딜 수 있는 것이다."

- 교육 현장에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아이들은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꿈나무다. 아이들이 교육 현장에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면 어떤 생각을 하겠나. 학교부터 차별을 없애야 한다."


태그:#학교비정규직,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동조합, #임금 차별, #급식 조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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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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