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영화보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는 33살 직장인 홍개똥씨. 지친 한주를 보내고 비로소 맞이한 주말, 홍개똥씨에게는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미 주초에 인터넷으로 가장 좋은 자리를 후덕한 값을 지불하고 예매를 했다.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를 집 앞에서부터 에스코트해서 최첨단 멀티플렉스 극장에 도착했다. 제3의 영화비 팝콘과 음료를 구매하고 홍개똥씨는 준비된 마음가짐을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용무를 마치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을 때 두 명의 젊은이들이 화장실로 들어왔다.

 

"야~ 대박이지 않아? 범인이 ㅇㅇㅇ이라니 생각도 못했는데!"

 

"그래, 깜짝 놀랐다니까~ 역시 ㅇㅇㅇ감독작품은 달라."

 

세면대 앞에서 굳어버린 홍개똥씨, 홍개똥씨의 귀에 들려온 것은 일주일을 기다려 온 영화의 결말이었다. 홍개똥씨의 소중한 영화 한 편이 두 명의 관람완료객에서 털려버린 것이다.

문화생활파괴자 영화의 줄거리와 엔딩을 함부로 누설하는 악당

▲ 문화생활파괴자 영화의 줄거리와 엔딩을 함부로 누설하는 악당 ⓒ 엄도경

 

화장실에 나타난 두 명의 관람완료객은 엄연한 '문화생활파괴자'이다. 영화의 중요한 부분인 결말을 누설함으로서 관객의 기대감을 산산조각 내버린 것이다. <유주얼 서스펙트> 이후 쏟아져 나온 반전 영화들은 특히나 결말이 중요하다. 전설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문화생활파괴자의 행태는 유명한 일화로 남는다. 극장 앞에서 'ㅇㅇㅇ가 범인이다.', 'ㅇㅇㅇ가 귀신이다'라고 외친 그들의 사악한 행동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영화관이나 오페라 공연에서 핸드폰을 울리는 것 이상으로 스포일러라는 영어이름을 지닌 문화생활파괴자들은 우리들의 문화생활에 치명적인 존재다. 문화생활파괴자들 중 대다수는 고의적이지 않다. 극장 티켓박스, 화장실, 엘레베이터 안에서 자기도 모르게 나누는 영화 얘기가 타 관람객들에겐 엄청난 고통을 주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그나마 성격이 온순해서 '왜 영화 얘기를 남들이 듣게 하느냐'며 멱살을 잡거나 하진 않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한다.

 

이것 역시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당신이 재밌게 본 영화 타인도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하자.

2011.07.08 16:16 ⓒ 2011 OhmyNews
영화매너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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