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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노인대학 실버 레크레이션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강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웃음 지으시며 집중하는 어르신 지난 9일 노인대학 실버 레크레이션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강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문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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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할머니들이 보였다. 약간은 어색해 보이는 분위기. 하지만 이내 할머니들 얼굴에 번진 웃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창 두 명씩 짝을 이루어서 서로 칭찬해주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강사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칭찬을 하라고 한다.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리시며 수줍어하시는 할머니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칭찬을 다 하시는 할머니들을 보고 있자니, 필자의 기분도 괜스레 좋아졌다. 이어지는 '박장대소하기' 시합. 자신이 제일 잘 웃는다며 앞에 나간 5명의 웃음시범에 모두가 웃음을 멈추지를 못했다.

세상에서 제일 잘 웃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에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 '박장대소하기' 시합 세상에서 제일 잘 웃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에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 문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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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부산 반여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노인대학 실버 레크레이션. 동네 어르신들에게 웃음 한번 짓게 해주려고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 달에 한 번씩 부산의 '해피레크강사단'의 담당으로 열리고 있다.

노인여가지도사들로 구성된 '해피레크강사단'은 지난해 9월 결성되어 부산지역의 노인 분들을 위해 레크레이션 강연을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강사단이 50대의 어머님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녀들도 다 성장하고, 한창 쉬셔야 할 연령층인 것 같은데, 이렇게 활동하시는 이유가 궁금하여 강사단에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후 '해피레크강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편명순 여가지도사(54)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편명순 단장은 초대 단장을 맡으면서 10여 명의 강사들과 함께 활동을 하고 있다.

해피레크강사단 단장 편명순씨
 해피레크강사단 단장 편명순씨
ⓒ 문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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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단의 나이대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왔는데 단장님은 젊어 보이세요.
하하하... 그렇게 보이세요? 기분 좋은데요.

-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하신 건가요?
작년 9월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8개월 정도 되었네요. 올해가 제 결혼 30주년이에요. 작은 교회목사 아내인데요. 30년 가까이 집과 교회에서만 있다가 밖으로 나온 거죠.

- 평범한 가정주부로서의 삶은 어떠하셨나요?
음... 제가 저를 평가하는 게 좀 우습지만요. 정말로 헌신적으로 가족들을 보살폈다고 생각해요.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이 집에만 있어서 집순이라는 별명을 제 자신에게 붙였었거든요.

- 지금의 모습과 예전의 모습을 비교하자면?
도저히 전에는 상상을  할 수 없었던 모습이에요. 전에는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요. 요즘은 집에 있는 때가 거의 없어요. 전에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는데요. 요즘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즐겁지요. 전화비도 전보다 훨씬 많이 나와요.(웃음)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이 바뀐 것이 있는데, 전에는 제가 진지한 삶을 살았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상당히 재밌는 삶을 산다는 거예요.

- '노인여가지도사'라는 것이 처음에 생소했습니다. 자세한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저도 작년에 처음 이 단어를 알게 되었어요. 요즘 어르신들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 어르신들이 할 일이 없으신 거예요. 한마디로 여가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준비가 없다는 거죠. 어르신들 세대는 그야말로 열심히 일만 하고 앞만 보고 사셨잖아요. 그저 경로당이나 노인정에서 하시는 일들이 앉아 있기, 화투치기... 뭐 그런 거죠. 이런 어르신들에게  여가시간을 좀 더 활기차게 보내실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어르신들을 돕는 강사예요. 부산진여성인력센타에서 훈련을 받았는데요. 3개월 동안 매일 수업을 받았답니다.

해피레크강사단의 강의는 어르신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된다.
▲ 짝꿍 게임 해피레크강사단의 강의는 어르신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된다.
ⓒ 문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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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레크강사단'이 하고 있는 일들이 궁금합니다.
함께 훈련을 받아서 조직한 강사단이에요. 노래교실, 웃음치료, 건강박수, 한글교실, 영어교실, 시낭송교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어르신들을 찾아갑니다. 모든 수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재밌게" 한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면 영어교실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도 재밌게 수업을 만드는 거죠. 너무너무 진지하게 그리고 힘들게 사신 우리 어르신들이잖아요. 많이 웃으시게 하고 많이 즐거워하시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답니다. 해피가 행복이잖아요. 행복을 배달한다고 보시면 돼요.

- 활동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다들 가정을 가진 분들이 시간을 맞춰서 함께 움직여야 하니까 어려움이 있고요. 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성격이 다들 다르시니까 조율을 잘 해야죠. 그런데 이 수업 자체가 재미를 선사해요. 수업준비를 하려고 함께 모여서 해보면 웃을 일도 너무 많고 재밌는 일이 워낙 많아서 어지간한 어려움은 그냥 넘어가죠.(웃음)

- 남편은 활동하시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제가 체력이 약해서 남편이 걱정을 많이 하는데요. 워낙에 제가 즐거워하면서 하니까 옆에서 보면 같이 즐거워지나 봐요. 아주 좋아하고요. 적극적으로 도와준답니다.

-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말씀 듣고 싶네요.
50대 중반이 되도록 저는 참... 진지하게 살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죠. 이제 노인여가지도사를 경험하면서 내 안에 엄청난 또 다른 삶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를 통해서 어르신들이, 또 다른 사람들의 삶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내 안에 끼들을 많이 개발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웃음을 나누고 싶어요.

백마디 말 보다 두 손 꼭 잡아주는 것이 기쁨이 된다고 말하는 해피레크강사단
 백마디 말 보다 두 손 꼭 잡아주는 것이 기쁨이 된다고 말하는 해피레크강사단
ⓒ 문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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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잔잔하지만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 도전의 발걸음을 내밀고 있는 단장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요즘 고령화 시대라고 걱정이 많은데, '해피레크강사단'은 그분들의 삶에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큰 웃음 한방이 모든 근심걱정을 날려버린다고 하지 않는가. 앞으로의 강사단의 웃음 만발한 행보에 기대를 해본다.


태그:#해피레크강사단, #노인여가지도사, #실버 레크레이션, #노인복지, #노인 레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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