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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초등학교 친구들과 문경새재로 봄소풍을 다녀왔다. 유수와 같이 빠른 세월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어느덧 43년이 넘어서니 아줌마, 아저씨 소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만큼 나이가 늘었다. 불현듯 나이 먹으면 건강과 친구가 제일 소중하다는 말을 실감한다. 

 

시간이 되니 각지의 친구들이 약속장소로 하나, 둘 모여든다. 대부분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지만 개중에는 참 오랜만에 얼굴을 대한 친구도 있다. 이름에 옛 추억을 꿰맞춰도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 여자 친구도 있다.

 

초등학교 동창 모임은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 편하다. 중부고속도로 서청주IC에 들어선 관광차가 증평IC, 괴산, 칠성, 연풍을 거치는 동안 대화도 나누고 여흥을 즐기는 친구들의 노래도 들었다. 백두대간 신선봉 표지석이 서있는 수옥정관광단지 주차장 못미처에서는 차창 밖으로 수옥정폭포가 물줄기를 쏟아내는 모습도 봤다.

 

 아줌마, 아저씨가 되어 찰칵!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한 후 문경새재 제3관문으로 향했다. 여러 사람 모이면 저절로 삼삼오오 짝이 이뤄진다. 비온 끝이라 조령산자연휴양림을 지나는데 계곡에서 물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지금은 명승 제32호로 지정된 문경새재도립공원(http://saejae.mg21.go.kr)이지만 문경새재(聞慶鳥嶺)는 영남에서 한양으로 통하는 조선시대의 가장 큰길이자 가장 높고 험한 고개로 사회, 문화, 경제의 유통과 국방상의 요충지였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었다는 새재를 제3관문에서 제2관문을 거쳐 제1관문으로 내려가면 쉽게 걸을 수 있다.

 

 제3관문 입구의 조형물

 제3관문 풍경

 

금기 사항이 많던 옛날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대로 중 남쪽의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북쪽의 죽령을 넘으면 미끄러진다는 속설이 청운의 뜻을 품은 영남의 선비들이 이 고갯길을 넘게 했다. 문경새재는 과거길이자 장원급제길이었다. 과거에 급제하여 금의환향하는 선비처럼 과거길을 걷기위해 제3관문(조령관)에 들어섰다.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과거길

 

주막에서 동동주로 흥을 돋우고 제3관문에서 제1관문까지 과거길을 걷노라면 볼거리들이 다양하다.

 

'소원을 빌면 장원급제 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책바위, 일제말기 자원이 부족한 일본군이 송진을 채취한 자욱이 아물지 않은 상처난 소나무, 임진왜란 때 농민 모병군을 이끌고 문경새재를 넘으려는 왜군과 대치하던 신립 장군이 제2진의 본부를 설치하였다는 이진터, 3단의 큰 폭포와 여러 단의 작은 폭포가 새색시의 수줍은 모습으로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새색시폭포, 청춘남녀가 들리면 사랑과 인연이 깊어져 평생 헤어지지 않는다는 바위굴,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 제2관문 조곡관, 다듬지 않은 돌에 조심의 고어인 됴심이 써있는 자연보호의 시금석 산불됴심비(지방문화재자료 제226호), 물속에서 바위를 흔들고 지나가는 아가씨나 젊은 새댁을 희롱하는 큰 꾸구리가 살았다는 꾸구리바위, 조선시대 새로 부임하는 경상감사와 전임 감사가 업무와 관인을 인수인계하던 정자 교귀정. 뿌리는 교귀정 방향인 북쪽으로 뻗어있고 줄기는 길손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남쪽으로 향한 교귀정소나무, 길손은 물론 성내 군사용으로 요긴하게 쓰이던 샘 용추약수, 고려와 조선시대 공용으로 출장하는 관리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조령원터, 기름틀의 누름틀처럼 생긴 바위 지름틀바우, 풍수지리적으로 공허하거니 취약한 지점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산 조산, 뒤편을 병풍처럼 둘러싼 조령산이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의 송악산을 닮아 태조 왕건을 비롯해 여러 드라마를 촬영한 문경새재 드라마 야외촬영장, 영남제일관문인 주흘관을 차례로 만난다.

 

 제1관문을 나서며 만나는 풍경

 

제1관문을 나서면 요즘 KBS에서 방영하고 있는 <근초고왕> 촬영 장비들이 눈길을 끈다. 길옆으로 새재비, 옛길박물관, 선비의 상과 식당가가 이어진다. 드라마와 관련된 식당의 간판들이 이곳이 유명 드라마 촬영지임을 알린다.

 

점심을 먹고 철로자전거인 레일바이크를 타기위해 3번 국도를 달려 불정역으로 갔다. 철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근대문화유산(제326호)으로 등록된 불정역, 오른쪽에는 퇴역한 열차를 아름답게 개조한 열차펜션이 있다.

 

왕복 4㎞ 구간에서 레일바이크의 페달을 밟으며 친구들과 대화도 나누고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다. 적절히 기분을 낼만큼 내리막과 오르막이 있다. 짧지만 건널목, 철교, 터널도 지나 재미를 더한다. 남보다 앞서 출발한다고 좋아할 것 없다. 반환점에 도착해 자전거를 반대로 돌리면 앞뒤가 바뀌게 되어 부지런히 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살이를 되돌아보게 한다.

 

관광차가 아침에 왔던 길을 거꾸로 달린다. 서청주IC 못미처 중부고속도로에서 먼발치로 모교인 내곡초등학교를 바라봤다. 예나지금이나 시내의 변두리 들판 끝에서 졸업생들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친구들과 우정을 돈독히 쌓을 수 있어 인생살이가 즐거웠던 늦깎이 봄소풍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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