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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7일 오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블랙베리 플레이북 시연회에서 크리스 궉 RIM 아태지역 기술 서비스 선임 매니저가 TV와 연결해 주요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넓고 시원한 10인치냐, 작고 가벼운 7인치냐. 한동안 뜨거웠던 태블릿 크기 논쟁도 한풀 꺾인 듯 보인다. '아이패드는 무겁다'며 7인치 갤럭시탭으로 싸움을 걸었던 삼성전자도 곧10.1인치 태블릿을 선보일 예정이고, 애플도 더 얇고 가벼운 아이패드2로 휴대성 논란을 잠재웠다.

 

그럼에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태블릿 크기는 가장 눈에 띄는 선택 포인트다. 때마침 아이패드2 출시를 며칠 앞둔 지난달 말 아직 국내 출시되지 않은 외산 7인치 태블릿 2종이 국내에 깜짝 공개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삼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RIM(리서인 인 모션) '블랙베리 플레이북'과 HTC '플라이어 4G'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패드2 대세론'에 맞선 7인치 태블릿들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태블릿 선택 포인트를 짚어봤다.

 

아이패드용 내비게이션? 차라리 7인치가 낫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이 최근 발표한 4월 현재 미국 태블릿 시장 점유율에서 아이패드가 82%로 압도적이었다. 2위인 갤럭시탭은 4%에 그쳤고 모토로라 줌도 2%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7인치 태블릿은 나오자마자 죽은 상태(DOA)가 될 것"이라거나 경쟁 태블릿을 '카피캣(모방꾼)'으로 몰아세운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말이 단순한 '허세'는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아이패드2를 향한 '카피캣'들의 반격도 만만하지 않다. 갤럭시탭이나 아이덴티티탭 같은 초기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태블릿들은 해상도 지원 한계로 7인치 선택이 불가피했지만 올해 태블릿에 최적화된 '허니콤(3.0버전)' 등장으로 크기 장벽은 사라졌다.

 

블랙베리 플레이북, HTC 플라이어 등 최근 태블릿들까지 굳이 7인치를 택한 것은 아이패드 차별화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10.1인치 허니콤 태블릿 모토로라 줌이 아이패드2 등장 이후 고전하는 것도 이들에겐 반면교사다.

 

7인치의 가장 큰 차별성은 움직이는 차량에서나 업무 활용면에서 10인치보다 유용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3G뿐 아니라 와이브로 4G 등 네트워크 접속을 다양화해 이동성을 강화하는 한편, 펜 입력 등 입출력 기능을 보강해 업무 활용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26일 제주에서 열린 KT-제주도청 협약식에서 깜짝 선보인 HTC 플라이어는 3G(WCDMA)와 와이파이(무선랜)뿐 아니라 와이브로(광대역 무선 인터넷) 접속도 가능한 첫 3W 태블릿으로 차별화했다. 와이브로를 와이파이로 바꿔주는 '에그'를 소지해야 하는 불편을 없애는 한편 움직이는 차량에서 태블릿 활용도를 강화한 것이다.  

 

 4월 2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KT-제주도 와이브로 사업 협약식에 등장한 갤럭시탭(맨 왼쪽)과 HTC 7인치 태블릿 플라이어 4G(가운데)

또 손 터치 기능(정전식)과 펜 인식 기능(감압식)을 함께 지원하는 'HTC 스크라이브 기술'도 눈에 띈다. 엔스퍼트 역시 오는 7월 선보일 허니콤 태블릿(E401)에 필기 입력과 음성 인식 등이 가능한 '스마트 노트' 기능을 추가하는 등 입출력 기능을 추가해 업무 활용도를 높였다. 최근 4.27 재보선 출구조사나 택배 기사들의 7인치 활용에도 입력 기능은 중요한 포인트다.

 

삼성이 최근 갤럭시탭에 차량용 내비게이션 '아이나비 3D' 기능을 보강한 것도 7인치 특성을 최대한 살려보려는 몸짓이다. SK텔레콤이 최근 아이패드용 'T맵'도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10인치 태블릿을 차량용 내비게이션으로 쓰기엔 어색할 뿐 아니라 크기와 무게도 만만치않다.  

 

아이패드-안드로이드-블랙베리 '태블릿 OS' 경쟁  

 

아이패드나 허니콤 이전 안드로이드 태블릿들은 '큰 스마트폰'이란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을 제대로 활용한 태블릿 전용 운영체제 경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블랙베리 플레이북 시연회에서 RIM은 독자적인 '블랙베리 태블릿 OS'와 자체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앱월드', 어도비 플래시 지원 등 아이패드2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사실 지난달 19일 미국 시장에 출시된 블랙베리 플레이북에 대한 초기 반응은 시큰둥했다. 와이파이(무선랜) 접속만 가능하고 이메일, 주소록, 캘린더 등 '블랙베리 인터넷 서비스(BIS)' 지원이 안되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샌 모이 RIM 아태지역 총괄이사는 "태블릿은 이동성을 위한 모바일 기기는 아니다"라면서 "대부분 태블릿 사용자들은 이메일 첨부파일 같은 정보 확인은 스마트폰으로 한다"며 멀티미디어 소비 기능에 초점을 맞췄지만 쿼티 자판이 달린 업무용 스마트폰의 대명사인 블랙베리 이미지가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럼에도 이날 소개된 플레이북은 꽤 매력적으로 보였다. 우선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는 '멀티태스킹' 기능에서 기존 태블릿의 한계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태블릿들은 음악 듣기 등 일부 기능을 빼면 일단 사용 중인 프로그램 창을 닫고 다른 프로그램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동시 실행을 실감하기 어려웠다.

 

반면 플레이북에선 사용하던 프로그램 창을 닫지 않고도 화면 이동을 통해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PC 윈도우 환경에서 여러 프로그램 창을 동시에 띄워 놓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또 TV에 연결해 TV 화면에선 동영상을 실행시킨 상태에서 플레이북 화면으론 웹서핑이나 다른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도 있다.

 

앱 숫자=콘텐츠 경쟁력? '개방성'으로 맞불

 

RIM에선 제품 기능뿐 아니라 자체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설명에도 공을 들였다. 전용 앱이 7만 개에 이르는 애플 아이패드만은 못하지만 제품 출시도 하기 전에 블랙베리 앱 월드에 올라온 플레이북 전용 앱도 이미 3000개가 넘는다. 적어도 전용 앱 100여 개로 출발한 안드로이드 태블릿보다는 좀더 '준비된 제품'인 셈이다.   

 

어도비 플래시 지원이 안 되는 아이패드 '단점'도 공략했다. 플레이북은 플래시로 만든 웹사이트에 접속해 플래시 애니메이션, 게임도 이용할 수 있어 전용 콘텐츠 부족을 보완했다. 또 앞으로는 안드로이드용으로 개발된 앱도 플레이북용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게 해 '호환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앱 숫자에선 아이패드에 밀리는 대신 '개방성'을 앞세워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에 특화된 앱 지원도 관건이다. 이달 초 블랙베리 한글 전용 페이스북 팬 페이지(http://www.facebook.com/BlackBerryKR)를 개설해 뒤늦게 한국 소비자들과 소통에 나섰지만 국내 5만 명 정도인 블랙베리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한 앱 개발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샌 모이 RIM 아태지역 담당 총괄이사는 플레이북 시연회에서 "태블릿 소비자 40% 정도가 스마트폰과 다른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태블릿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면 모두에게 이롭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경쟁은 좋은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 양자 구도에서 틈새는 충분하다는 얘기지만 거꾸로 기존 블랙베리 사용자들이 플레이북을 쓴다고 보장할 수 없는 상태다. 오히려 기존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3G 데이터 통신 접속이나 이메일, 주소록 등 BIS 활용을 허용해 다른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플레이북 이용을 제한한 것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아이패드2 쏠림 현상 막기엔 역부족인 까닭

 

 애플의 아이패드2가 국내 출시된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예약가입자들과 시민들이 아이패드2를 만져보고 있다.

7인치 태블릿들의 거센 도전에도 당장 아이패드2 쏠림 현상을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기업 마케팅에 힘입어 갤럭시탭 보급이 아이패드를 앞섰지만 소비자 시장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최소 60만 원대에서 100만 원대에 이르는 비싼 가격과 통신비 부담 탓에 태블릿 선택을 망설이고 있다.

 

앞서 닐슨이 미국 태블릿 사용자들을 조사한 결과('Connected Devices: How We Use Tablets in the U.S')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노트북이나 PC 대신 태블릿을 쓰는 이유로 '이동 편리성'(31%)과 '쉬운 운영체제'(21%), '빠른 전원 온-오프'(15%)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오히려 크기(12%)나 무게(7%), 캘린더, 앱 등 기능(10%) 등은 후순위로 밀렸다.

 

적어도 다양한 기능이나 무게, 크기 등 외형적 요소보다는 태블릿 자체의 편의성을 따지는 소비자들에게 7인치 태블릿들이 내세우는 차별화 포인트는 7인치와 10인치의 차이 만큼이나 무의미해 보인다. 더구나 한글화된 태블릿 콘텐츠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섣부른 모험을 하기보다는 대중적으로 잘 나가는 제품을 선택하는 이른바 '편승 효과'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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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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