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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숨 고르기에 일본에는 대재앙이 왔고 자연은 인간이 정복할 수 없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확실히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말 "하느님이 보우하"시는지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데 방사능 노출 등의 위험에는 오히려 태평양 건너 미국보다도 더 안전해 보인다. 물론 이런 사태가 4월까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는 남동풍의 영향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상황으로 보아 그전에 방사성 물질 유출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하느님은 우리나라의 영토, 영해, 영공만 지켜주신 게 아닌 것 같다. 일본은 자연 쓰나미에 열도가 묻혔고, 우리나라는 언론 쓰나미에 국내 주요 사건들이 묻혔다.

한국 주요 방송사의 일본 지진관련 보도 현황 차례대로 KBS, MBC, SBS, YTN의 3월 11일부터 3월 20일까지의 '일본 지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방송 보도 현황이다.
▲ 한국 주요 방송사의 일본 지진관련 보도 현황 차례대로 KBS, MBC, SBS, YTN의 3월 11일부터 3월 20일까지의 '일본 지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방송 보도 현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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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발생한 3월 11일 오후 약 2시 30분부터 우리나라의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뉴스 채널에서는 특별보도와 속보, 특별방송 편성 등으로 일본의 사상 초유의 대지진을 보도했다. '일본 지진'이라는 키워드로 KBS, MBC, SBS, YTN에서 각각 뉴스 검색을 실시한 결과, 3월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 동안 KBS는 982건의 보도를 했고 YTN의 경우 1,101건에 달했다. 하루에 약 적게는 25개에서 많게는 110개까지의 보도를 한 셈이다. 일주일이 조금 지난 지금까지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일본인들의 소식까지 전하며 우리 국민의 눈과 귀를 온통 일본 열도에 쏠리게 하고 있다.

지진 보도 쓰나미에 침몰한 국내 사건 보도

사실 일본 대지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국내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일본의 핵연료봉만큼 뜨거웠다. 먼저 구제역 진정과 그에 대한 가축 침출수 오염 문제다.

정부는 구제역 초기 방제에 실패하여 결국 구제역 발생 100일 만에 340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해야 했다. 축산이나 구제역 관련 전문가들이 아닌 정부 관계자들에 의해 주도된 구제역 확산 방지 계획과 구제역 가축 살처분 처리는 내내 비판을 받았다. 구제역을 여차저차 잠재우자 이번에는 무분별한 매몰과 소홀한 매몰지 관리로 인한 가축 침출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에 정부는 2월 15일 매몰지 주변 관측정(지하수 오염을 측정하기 위해 만든 우물)에 첨단 IT감지기를 달아 매몰지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자동으로 경보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맹형규 행정안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이에 대해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 말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다 아니라고 해서 취소시켰다", "비용에 비해 효과가 별로 없더라"고 말하며 사실상 첨단 센서 도입의 백지화를 밝혔다. 면밀한 분석과 검토 없이 첨단기기 도입이라는 사탕으로 당장의 비난을 달랜 것이다.

 3월 11일부터 3월 20일까지 '구제역'이란 키워드로 언론사별 뉴스 검색을 실시하였다
 3월 11일부터 3월 20일까지 '구제역'이란 키워드로 언론사별 뉴스 검색을 실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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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백지화 소식을 방송 보도에서 듣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구제역은 잠잠해졌지만 침출수에 대한 우려는 아직 진행 중인데도 이와 관련한 보도 역시 잠잠했다.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 동안 최고 37건이 보도되어서 그 횟수가 결코 많지 않다.

두 번째는 일명 '상하이스캔들'이다.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출신 전 영사 2명이 중국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정부 핵심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감사를 받은 것이 확인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사실 이 사건은 지난해 하반기 이중 비자 발급과 관련해 해당 외교관이 별다른 징계 없이 사직하면서 덮어질 뻔한 사건이었다. 이번에는 현지조사를 위한 정부합동조사단이 지난 13일 출국했고 조사를 마친 후 20일 귀국했다. 합조단은 '기밀이 유출됐을 가능성은 가능성은 거의 없고, 중국 여성 덩신밍과 김정기 전 상하이총영사가 함께 찍은 사진이 일부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방송 보도 횟수를 비교해 보았다.

 지난 3월 8일부터 3월 10일까지의 '상하이 스캔들' 관련 방송 보도 현황. 차례대로 KBS, MBC, SBS, YTN.
 지난 3월 8일부터 3월 10일까지의 '상하이 스캔들' 관련 방송 보도 현황. 차례대로 KBS, MBC, SBS,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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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1일부터 3월 20일까지의 '상하이 스캔들' 관련 방송 보도 현황. 차례대로 KBS, MBC, SBS, YTN.
 지난 3월 11일부터 3월 20일까지의 '상하이 스캔들' 관련 방송 보도 현황. 차례대로 KBS, MBC, SBS,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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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불거진 지난 3월 8일부터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날인 3월 10일까지의 방송 보도 현황이다. 3일 동안 적게는 25건, 많게는 총 91건의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3월 11일 부터 3월 20일까지 열흘 동안의 보도 횟수는 방송사별 하루 평균 7건이 가장 많은 정도다. SBS의 경우는 하루 평균 1건 정도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장자연리스트 사건'이다. 지난 6일 SBS는 고 장자연씨의 지인 J씨로부터 장씨의 친필 편지 50통을 단독입수했다는 보도를 했다. 장자연리스트 사건의 재수사 여부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16일 가짜 편지로 판명되면서 재수사의 기대는 사라졌다. SBS 보도국장은 SBS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고, 편지를 입수해 가장 먼저 보도한 기자도 장자연씨와 유가족에게 무릎 꿇어 사죄하였다. 그러나 경찰이 2009년 국내 주요 일간지 사주의 일가인 아무개씨와 관련된 내용을 수사하고도 수사 결과 발표 때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은 점차 커지고,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 역시 더해지고 있다.

그런에 이와 관련한 보도 역시 일본 대지진에 묻혀버렸다. 편지를 입수해 보도한 3월 6일부터 3월 10일까지 5일간 보도 횟수는 적게는 27건, 많게는 58건에 달했다. 하지만 3월 11일부터 3월 20일까지 열흘 간의 보도 횟수는 가장 많은 곳이 50건이었다. 열흘 동안 언론사별 하루 평균 3건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3월 6일부터 3월 10일까지의 언론사별 장자연 편지에 관한 보도 횟수다. 차례대로 KBS. MBC, SBS, YTN.
 지난 3월 6일부터 3월 10일까지의 언론사별 장자연 편지에 관한 보도 횟수다. 차례대로 KBS. MBC, SBS,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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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1일부터 3월 20일까지의 언론사별 장자연 편지에 관한 보도 횟수다. 차례대로 KBS, MBC, SBS, YTN.
 지난 3월 11일부터 3월 20일까지의 언론사별 장자연 편지에 관한 보도 횟수다. 차례대로 KBS, MBC, SBS,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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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 보도가 '지겹고 불쾌해'지지 않기를...

언론은 아직도 일본 상황 보도와 리비아 사태 보도를 최대로 하고 나머지 시간에 국내 주요 뉴스를 잠깐씩 끼워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전기가 끊긴 대피소에 피난해 있는 일본 국민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본의 상황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것 같다. 한국의 물품지원과 구조 인력 도움에 감사하다는 일본의 입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방송한다. 조금씩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상황이 진정되어가는가 싶으니 이제는 리비아 소식으로 2차 언론 쓰나미를 불러오고 있다.

일본 지진과 리비아 사태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에만 치우쳐 다양한 정보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같은 영상, 같은 멘트로 하루에 수십 번은 보도되는 똑같은 뉴스. 언젠가 '석 선장 방송보도가 지겹고 불쾌한 이유'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유에서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이번에는 일본 지진 방송보도가 '지겹고 불쾌해'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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