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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에는 쇠 이만오천 근을 녹여 범종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적혀 있다. 이 글이 학계에서는 종을 만들고 후대에 적은 것이라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무게 1.5톤, 높이 1.44m에 입지름이 87cm인 경기도 화성 용주사 경내에 소재한 국보 제120호인 용주사 범종의 내용이다. 종에는 신라 문성왕 16년인 854년에 이 종을 만들었다는 명문이 적혀있다.

 

이 명문이 후대에 적혀진 것이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종의 형태로 보아 고려 초기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즉 신라범종의 양식을 따르고 있는 고려시대의 종이라는 것. 그러나 그 연대의 소개도 어느 곳에서는 고려 초기, 어느 곳에서는 고려 중기로 설명을 하고 있다. 형태로 보아서 고려 때의 것이라고들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왜 명문에 적힌 년대가 맞지 않는가?

 

용주사 범종에는 "성황산 갈양사 범종 한 구를 석 반야가 2만5천근을 들여 주성하였다. 금상(今上) 16년 9월 일 사문 염거(廉居)"라고 적고 있다. 명문의 내용으로는 염거화상이 생존해 있던 신라시대에 용주사의 범종을 조성하면서, 이 명문을 함께 새겨 넣은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今上十六年>이라는 연기표현이 신라시대에 없었기 때문에, 신라시대에 주조된 범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 이 범종의 조형기술이 고려 초기에 종의 형태를 보이고 있어, 이 종에 새겨진 명문은 후대에 추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종 오른쪽 옆면에 새겨진 명문의 내용을 보면, "연기 성황산 후신 화산의 갈양사 후신 용주사는, 신라 문성왕 16년 5월에 창건되었고 동시에 이 범종을 주조하였다. 불기 2950년 7월 주기 석(釋) 송굴(松屈) 대련(大蓮)"이라고 되어 있다. 이 기록은 1923년 당시 주지였던 강대련 스님이 적은 것으로, 염거화상이 생존했던 신라시대에 범종을 조성하면서 명문을 함께 새겨 넣었다는 기록이다.

 

 

이 범종에 새겨진 두 곳의 기록은 모두 후대에 추각한 것으로, 종의 형태로 보아 고려 초기에 주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용주사가 처음 세워진 시기를, 신라 문성왕 16년인 854년에 세워진 갈양사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현릉원에 명복을 빌어주는 '사(陵寺)'의 종

 

화성 용주사는 조선조 정조 14년인 1790년에 소실된 갈양사 옛터에 세운 절이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능침인 현릉원에 명복을 빌어주는 능사로 세웠다. 이 용주사 경내에 소재하고 있는 범종은 고려 초기에 제작된 범종으로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종의 정상에는 소리가 울리는 음통이 있고, 옆에는 종을 거는 용의 모양인 용뉴가 있다.

 

종에는 위아래에 띠 모양을 둘렀는데, 이 띠 모양의 무늬에는 구슬문과 여의두문으로 장식 된 반원모양의 문양과 당초문이 조각되어 있다. 종의 위편인 상대에는 반원형의 문양을 중심으로 연주무늬와 여의두무늬가 장식된 문양대를 돌렸으며, 종의 아랫부분인 하대에는 상대와는 달리 연속된 당초무늬를 장식했다.

 

천상에서 하강하는 비천상이 일품

 

4곳의 유곽 안에는 9개의 돌출된 연꽃 모양의 유두가 있고, 종의 몸체 앞뒤에는 비천상을 좌우에는 삼존상을 조각하였다. 네 곳에는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를 두었다. 용주사 범종의 비천상은 구름 위에 앉아 천의를 휘날리며 날고 있는 자세이며, 삼존불상은 두광을 갖추고 결가부좌한 채 옷자락이 날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 삼존불상과 천의 자락을 휘날리며 하늘을 날고 있는 비천인상은 모두 천의가 위로 날리고 있는 모습이다. 즉 그냥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하강을 하고 있는 형태로 표현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종을 주조한 장인이 마음일 것이다. 천상에 있는 삼존불이나 천인이 땅으로 하강하여, 중생을 제도해 주기를 바라는 염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3월 19일 오후 황사가 심하다는 날 찾아간 경기도 화성 용주사. 그곳에서 만난 국보 제120호 '용주사 범종'은 눈길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아름다움에 빠져 답사를 계속하는 것이지만….


태그:#용주사 범종, #국보 제120호 , #고려 초, #비천인, #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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