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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격동에 있는 학고재입구에 걸린 서용선전 포스터
 소격동에 있는 학고재입구에 걸린 서용선전 포스터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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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장욱진을 이을 만한 한국의 화가 서용선의 개인전 '시선의 정치'가 소격동 학고재갤러리(대표 우찬규)에서 오는 4월 10일까지 열린다. 도시화, 자화상, 조각 등 40여점을 선보인다. 그는 단종애사, 한국전쟁 등 역사화와 변모하는 도시화를 그려왔다.

이번 전에는 이방인의 눈으로 본 2003년-2006년 체코 프라하와 독일 베를린(신관 지하1-2층) 그리고 2010년 여름, 호주 멜버른(신관 1층)과 2010년 가을과 겨울 뉴욕(본관 1층) 등 도시화를 볼 수 있다. 각기 다른 색감과 분위기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용선 작가는 이미 2001년 독일 함부르크 교환교수로 나가 서구도심의 표정을 예리하게 관찰해왔다. 남이 보지 못하는 도시의 이면을 꿰뚫어보는 것은 작가의 의무가 아닌가. 거리의 사인과 기호를 통해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불연속적인 일상도 예리하게 잡아낸다.

불량소년에서 대학교수 그리고 작가가 되다

 '지하철(Subway)'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63×138cm 2010. 이 작품엔 작가가 유년기에 경험한 어둔 흔적이 서려 있다. '서있는 사람들1' 패널에 아크릴물감 2008. 회화에서 조각으로 평면에서 입체로 넘나든다
 '지하철(Subway)'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63×138cm 2010. 이 작품엔 작가가 유년기에 경험한 어둔 흔적이 서려 있다. '서있는 사람들1' 패널에 아크릴물감 2008. 회화에서 조각으로 평면에서 입체로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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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작가는 1951년생이니 엄마뱃속에서부터 이미 6·25전쟁의 포화소리를 듣고 자란 세대다. 그의 부친은 재주가 많았으나 그걸 경제적 수입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을 미아리 공동묘지근처 산동네에서 군용텐트를 치고 살아야 했다.

단칸방에서 7식구가 살아 자꾸 밖으로 돌 수밖에 없었고 새끼줄 꿴 연탄덩이를 열심히 날라야 했다. 우범지역이나 다름없는 동네시립도서관에서 또래 친구들과 불량소년으로 지냈다. 툭하면 욕설에 패싸움 등 그의 정신은 피폐해졌고 후회와 낙심의 나날이었다.

그는 외아들이었는데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탈선의 길로 가지 않은 건 어머니가 자신에게 한 번도 야단치거나 질책하지 않아 훗날 용기를 내 그림에만 매진할 수 있었단다. 그러나 이런 불량기도 작가가 되는 데는 오히려 창조성의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서용선(Suh Yong-Sun)작가 약력
서용선(徐庸宣) 1951년 서울출생. 서울대미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서울대 미대교수(1986-2008) 역임 <주요 개인전> 2011년 '시선의 정치'(학고재 갤러리, 서울) 2010년 '서용선의 풍경화'(리씨갤러리, 서울) '역사 속 인물전'(갤러리604J, 부산) '6 Down Town'(Kips Gallery, New York과 갤러리이마주, 서울) 2009년 '2009 올해의 작가전',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미래의 기억'(박수근미술관, 양구와 후쿠즈미갤러리, 오사카) '산(山)과 수(水)'(리씨 갤러리, 서울) 2008년 갤러리 A Story(서울, 부산) 고도갤러리(서울) 부산아트센터 김재선갤러리 기획, 부산 외 다수. 이메일 : seoyongs@snu.ac.kr
고교졸업 후 5년 만에 대학에 들어간 것도 평범치 않다. 70년대 군 제대 후 중동에 진출하려고 신문에 난 중장비자격증시험 광고를 보다 우연히 이중섭 기사를 읽고 감동을 받아 삶의 방향을 180도로 바꾸고 미대에 입학한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1-2년간은 10대의 악몽에 시달려 갈피를 못 잡다가 3학년 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작업에만 몰두한다. 졸업 후에도 5년 안에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강남이 없던 시대를 살았기에 오늘처럼 서울이 변모할 것은 예측하지 못했단다.

그는 대학교수였음에도 동양고전을 혼자 독파하기 힘들었고 지적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다고 기자들에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 시대적 한계도 있었으리라. 하여간 그는 '빈곤 속 풍요'라는 역설의 삶을 살았는데 남다른 삶의 대한 긍정이 있었던 것 같다.

지하철풍경은 한 사회의 축소판

 '지하철 34거리 34번지(34st. 34th Street)'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200×175cm 2010
 '지하철 34거리 34번지(34st. 34th Street)'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200×175cm 2010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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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작가가 경험한 세계도시의 지하철 풍물은 다채롭게 들린다. 서울지하철은 단정하게 디자인되었지만 왠지 공중목욕탕 같고, 뉴욕지하철은 지저분하고 쇳소리가 심하나 도시에 뭔가 심령이 있고, 베를린지하철은 너무 완벽해 오히려 답답하다고 비교하여 평한다.

작가도 작업노트에 "지하철은 도시의 몸에 흐르는 핏줄 같다"라고 써놓았지만 지하철풍경은 한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하철을 보면 그 사회의 속살을 읽게 하고 지하철에 비친 또 다른 맨 얼굴을 보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긴 뉴욕지하철이지만 땀 흘려 일한 노동의 대가를 몇 푼의 전철요금으로 갚으며 출퇴근시간표에 얽매여 살아가는 현대인의 처지도 보여준다. 또한 효율과 편리를 추구하는 지하철이기에 격자형 그리드가 많은데 이는 관객까지도 수감자가 될 것 같은 착시를 일으켜 소름 돋게 하거나 혹시 거기에서 갇히면 어쩌지 하는 망상에 빠지게도 한다. 

"일상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서용선전 오프닝행사에 인사하는 학고재갤러리 우찬규대표, 서용선작가, 정영목교수. '맬버른 카페에서(At Cafe)' 한지에 아크릴물감 141.5×76.5cm 2010(왼쪽). 정영목교수는 왼쪽과 같은 일상화 속에도 정치가 담겨있다고 본다
 서용선전 오프닝행사에 인사하는 학고재갤러리 우찬규대표, 서용선작가, 정영목교수. '맬버른 카페에서(At Cafe)' 한지에 아크릴물감 141.5×76.5cm 2010(왼쪽). 정영목교수는 왼쪽과 같은 일상화 속에도 정치가 담겨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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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우정을 쌓으면 누구보다 서용선 작가를 잘 관찰해온 서울미대 정영목 교수(1953~)가 이번 전을 맞아 그의 평론집 <시선의 정치(Politics of Gaze)-서용선의 작품세계>을 냈다. 민주화와 산업화 산 증인으로 살아온 그의 회화세계를 집중 탐구한 결과물이다.

정영목 교수는 그의 작품세계를 사회현상에 대해 즉각적 반응을 보이진 않았으나 내면에 쌓아둔 철학적이고 역사적 명제를 하나씩 둘씩 꺼내 지성의 힘으로 인간내면을 진지하게 탐험하여 삶의 진면목을 화폭에 생생하게 옮겼다고 평한다. 또한 정 교수가 그의 회화적 상상력이 결과적으로 정치적이라고 해석한 건 핵심을 찌른 것이다.

속도에 치인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

 '지하철-다운타운행(Subway-For Down Town)'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40×171cm 2010
 '지하철-다운타운행(Subway-For Down Town)'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40×171cm 2010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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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작품을 보면 우리보다 반세기 전에 대중시대를 맞아 도시의 일상적 소외나 고독을 주제로 그린 미국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가 생각나고, 1950년대 외향적 대중의 어둔 이면을 들추어 현대문명을 비판한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1909-2002)의 저서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이 떠오른다.

문명이 낳은 속도문화는 편리하나 그만큼의 소외와 고독이 커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생존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신체마저도 자본화되는 가운데 그 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 그런 존립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가중되어 '지하철-다운타운행'에서처럼 얼굴을 보면 볼수록 더 무심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것인가.

익명의 가면에 가려진 현대인의 초상화

 '14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People Waiting Subway at 14th Street Station)'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43.5×230.5cm 2010
 '14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People Waiting Subway at 14th Street Station)'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43.5×230.5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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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밀폐된 공간에서 지하철을 지루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둡고 무겁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나날을 힘겹게 살아가는 고단함이 작품에 묻어있다. 때로 그 나름의 삶의 존재이유를 찾으나 분주한 일상으로 흐지부지하고 만다. 그런 모습이 아니라 바로 나와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위 작품과 원활하게 소통하게 되리라.

그런데 여기서 볼 수 있는 그만의 독창성은 사람얼굴이 주술적 상상력을 유발시키는 전통 탈이나 장승을 많이 닮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친근감과 선뜩함도 동시에 준다. 이런 도상은 우리의 벽사사상처럼 악귀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준다는 건지 아니면 문명의 병폐로 그런 찌든 형색을 띨 수밖에 없다는 건지 애매모호하여 오히려 매력적이다.

보이는 외형 속에서 숨은 내면 찾기

 '두 사람(Two People)' 종이에 아크릴물감 98×163cm 2003
 '두 사람(Two People)' 종이에 아크릴물감 98×163cm 2003
ⓒ 학고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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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작인 '두 사람'은 뭉크로 시작하는 북구의 표현주의 풍이다. 이 화풍은 독일에서 정착되는데 그 이유는 독일인은 1-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죄책감과 동시에 우월감이 강해 그런 내적 모순과 갈등을 추스를 수 없을 때 일어나는 질풍노도 같은 격정을 담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리라. 서용선도 그런 요소가 다분하다.

서용선 작가도 얼굴에 감정을 잘 보이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어쩌다 표정을 드러나면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포인트도 마찬가지다. 작품이면에 숨겨진 의도를 유추해 내고, 겉으론 잘 안 보이지만 그림 속에 담긴 뜻을 찾아내는 데 있다.

작가의 가장 큰 적은 자신, 그림도 자신을 위한 것

 '그림 그리는 남자 1,3(The Painter 1,3)' 한지에 아크릴물감 96×62.5cm 2010. 20세기 인물화의 전형인 베이컨이나 루시안 프로이트와 다른 그만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그림 그리는 남자 1,3(The Painter 1,3)' 한지에 아크릴물감 96×62.5cm 2010. 20세기 인물화의 전형인 베이컨이나 루시안 프로이트와 다른 그만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 학고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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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남자' 연작을 보면 서용선 작가는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처절한 혈투를 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최고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가 교수정년을 10여년 앞두고 대학을 그만 둔 것도 더 치열한 작품을 하고픈 이유였으리라.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는 창작을 철저하게 자신을 위한 것 다시 말해 자신을 극복하는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예술이란 그에게 남에게 잘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잘 보이려 것이다. 그래서 그는 돈 문제로 '동아미술제'에 딱 한 번 공모해 당선됐으나 이를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칼라일의 영웅주의보단 보이스의 인간주의 선호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Gate)' 리넨 위에 아크릴물감 400×500cm 2006. '베를린 성당(Berlin Cathedral)' 리넨 위에 아크릴물감 400×500cm 2011. 독일통일을 상징하나 이면에 벌어졌던 역사와 정치의 비극과 상처가 상기된다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Gate)' 리넨 위에 아크릴물감 400×500cm 2006. '베를린 성당(Berlin Cathedral)' 리넨 위에 아크릴물감 400×500cm 2011. 독일통일을 상징하나 이면에 벌어졌던 역사와 정치의 비극과 상처가 상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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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작가는 인간의 본질은 유희정신을 회복하는데 있고, 예술을 통해 파괴된 자연과 인간의 존엄을 살릴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선 가 그는 대문호 괴테보다는 인간소외에 관심을 보인 실러를 더 좋아하고, 영웅숭배를 부추긴 토머스 칼라일보다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고 만인에게 대학교육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한 요셉 보이스를 더 좋아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제도, 관습, 국경, 인종, 생산, 소비의 관점에서 근대성을 관찰하여 삶과 인간이 뭔지를 시대의 도상으로 구현한 작가이고 또한 성찰하고 사유하는 삶을 통해 자신과 주변사람들, 현실과 역사를 치유한 작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작가이면서 한 시대의 문명비평가이기도 한 그가 한국미술에 새 바람을 일으킬 건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학고재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70번지. 02)720-1524-6 www.hakgojae.com
info@hakgojae.com 입장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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