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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부터 시작했다.
 여기에서부터 시작했다.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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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살고 있음에도 처음으로 오른 산이다. 대전이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좋은 산행지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적오산성에서부터 시작해 금병산 12봉우리를 지나 수운교본부까지 약 4시간 30여 분의 코스가 너무나 좋았다.

적오산성으로 오르는 길을 알리는 팻말
 적오산성으로 오르는 길을 알리는 팻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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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약속 없으면 "매주 토요일 대전근교 산부터 산행하자"는 취지의 동심산우회(cafe.daum.net/mtdongsim)의 산우들과 북대전IC에서 토요일 오전 9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다. 해서 유성온천 전철역 7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님을 만나 704번 버스를 타고 북대전IC에서 하차, 건너편 아주미술관 쪽으로 향하니 '적오산성'을 알리는 팻말이 있다. "조금 늦게 도착한다"는 '다시'님을 기다려 '적오산성'으로 향했다. 아주미술관 옆에 대전광역시 기념물 제13호가 '적오산성'임을 비석과 안내팻말이 있다.

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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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오산성
 적오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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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도중 '기분 좋은 산행'을 미리 알리듯 나뭇가지에 매달린 아름다운 벌집(蜂巢)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별로 가파르지도 않은 길을 어느 정도 오르자, 헬기장이 있는 '적오산성(赤鰲山城)'정상(255.1m)이다.  거기서 좌측으로 조금 내려가니 '적오산성' 안내도가 있다. '덕진산성'이라고도 불린다는 '적오산성' 성벽은 백제시대에 산의 자연지형을 이용하여 정상을 둘러쌓았으며, 둘레는 730m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성벽 터 모양만 조금 남아 있다.

사자나 두꺼비’같은 모양의 바위
 사자나 두꺼비’같은 모양의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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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서 금병산(錦屛山, 382m)으로 향했다. 금병산은 하산 후에 알았지만 마치 병풍처럼 지그재그로 12개의 봉우리가 쪽 펼쳐져 있는 산이다. 그 열두 봉우리를 순서대로 타고 넘는데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편하게 산행할 수 있다.

금병산(錦屛山, 382m)은 "신라시대에는 금평산, 고려 때는 만인산이라 하였는데, 조선시대부터 비단병풍의 뜻이 담긴 금병산이라 불린다"고 전한다. 제1봉인 옥련봉을 오르기 전 멀리서 보면 '사자나 두꺼비'같은 모양의 바위를 보았다. 거기를 지나니 한국원자력연구원전경이 우측에 펼쳐진다. '사진촬영금지'라는 표식은 없지만 일행들은 "보안상 사진촬영을 하지 말라"고 카메라 들이대는 것을 말린다.

제1봉
 제1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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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1봉에 오르니 정자가 있고 제1봉을 알리는 정상석이 있다. 정상석 가운데 한자어인 "련(輦)자가 무슨 자냐?"며 논란이 일었다. 국어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하신 '다시'님도 모른다는 것. 지아비 부(夫)가 두 개고 그 아래에 차(車)가 있는 재미난 한자어다. 산행 후 인터넷에 검색하여 알아냈다. 우리가 흔히 임금이 타는 수레를 '련'이라고 하는 데, 바로 그 '련'이다.  

금병산 산행의 또 다른 묘미는 12개의 봉우리마다 세워진 정상석을 찾는데 있다. '수운교' 종단 본부에서 "금병산의 12봉우리에 각각의 이름을 지어 정상석을 세웠다"고 한다. 제1봉은 옥련봉, 2봉은 일광봉(용바위), 3봉은 공덕봉, 4봉은 도덕봉, 5봉은 옥당봉, 6봉은 연화봉, 7봉은 운수봉(주봉), 8봉은 출세봉, 9봉은 감찰봉, 10봉은 현덕봉, 11봉은 대법봉, 12봉은 창덕봉(노루봉)이다.

'대전 둘레 산길 잇기'7구간에 제2봉인 일광봉에서 제12봉인 창덕봉까지 들어 있다. 대전은 산과 산이 이어지는 산의 도시다. 대전의 둘레산길은 보문산 '시루봉'에서 중구 금동고개에 이르는 9.3㎞의 제1구간을 시작으로, 서구 '쟁기봉'에서 보문산에 이르는 11.5㎞인 제12구간까지 모두 133㎞에 이른다.

대전의 둘레산길은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과는 달리 대부분 산 능선이나 정상을 걸으면서 "대전시 곳곳의 발전상을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제2봉에서
 제2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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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바위'라고 일컫는 제2봉인 일광봉(348m)으로 향했다. "용이 살았다"는 의미에선지 거기에는 '용바우고개' 전설이 있다. "청, 흑, 청흑 세 마리의 이무기가 승천을 기다렸으나 서로 먼저 승천하려는 이유 등으로 사이가 나빠 서로 싸움만 하다가 승천기회가 있었으나 승천하지 못했고, 그 이후 이곳 '용바위'에서 싸움을 그쳐 지금도 금병산에 있는 세 군데의 굴에서 승천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전설이다.

팩소주와 오징어무침안주로 한잔
 팩소주와 오징어무침안주로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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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에서
 주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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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봉인 '옥당봉'을 지나 6봉 '연화봉'으로 향하기 전, 너무 날씨가 좋아 양지바른 묘(墓)옆에 '제장군'님께서 싸오신 팩소주와 '무심코'님의 어부인께서 "정성스레 싸주셨다"는 오징어무침안주로 판을 벌렸다. 이후 금병산의 주봉인 7봉우리 '운수봉(372m)'에서 엄청난 면적의  '자운대'전경을 사진 촬영했다. '자운대'는 육군교육사령부, 3군 대학. 국군 간호 사관학교 등 국방부산하 예하부대들이 위치하는 곳으로, 옛 지명인 '대덕군 탄동면 자운리'에서 따온 명칭인 듯싶다.

제12봉인 노루봉
 제12봉인 노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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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2봉우리는 '창덕봉'이다. 일명 '노루봉'이라고도 한다. 거기에 '노루봉'에 대한 전설이 있다. "재일이란 나뭇꾼이 사냥꾼에게 쫓긴 노루를 숨겨주었더니 노루가 답례로 명당자리를 안내했고 그 명당자리에 부친의 묘를 쓰자 매사가 잘되어 큰 부자가 되었다"고 전한다. '노루봉'은 '대전 둘레 산 잇기' 8구간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곳부터 '안산동'까지가 8구간이다.

수운교 본부 터 입구
 수운교 본부 터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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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 전경
 도솔천 전경
ⓒ 동심산우회 '남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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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공군대학아파트 쪽으로 하산을 했다. 그리고 아파트를 가로질러 천도교와 같은 동학계열인 수운교본부에 들렸다. 이곳에 와서야 수운교 본부 뒤편에 병풍처럼 둘러선 산이 금병산이고, 왜 도솔천 옥황상제님을 모신 천단을 갖춘 수운교본부가 이곳에 위치했는지? 또 조선건국의 뜻을 품은 이성계가 "비단병풍을 갖추고 치성하라"는 현몽에 따라 이곳을 금병산이라 이름 짓고 기도를 드렸는지?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사인여천(事人如天)으로 대표되는 수운교본부 터를 둘러보며 "(모든) 사람 섬기기를 한울님 섬기듯이"하는 나라가 되기를 '도솔천'앞에서 기원했다. '산행기'를 쓰는 지금도 "너무나 좋은 코스의 좋은 산행을 했다"는 느낌이다. "이런 좋은 코스의 산행을 이제야 했다니" 대전은 좁고도 넓었다.

덧붙이는 글 | 뉴스타운과 제이비에스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적오산성, #금병산, #수운교본부, #사인여천, #도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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