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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송고한지 어언 두 계절이 지나버렸다. 2년전 쯤에 시작해서 그래도 한달에 한두 개는 꾸준히 썼는데 지난 여름 이후 내가 게을러진 것인가. 나는 영화나 책, 환경이나 여행 이야기도 종종 썼지만 결국 일상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오마이뉴스의 장을 빌려왔다. 고맙게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쌓인 원고료로 다시 10만인 클럽 후원도 하고 기분이 썩 좋았는데 이제 그나마 쌓였던 원고료도 곧 바닥날 게다.

 

두 계절을 살면서 나누고 싶은 얘기가 없었던 것이 결코 아니었다. 지난 가을에는 그리스 비극을 비롯하여 다양한 책을 읽었으며 좋은 영화들도 보았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에 공선옥의 소설 <영란>을 따라 갔던 목포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미적거리다가 오늘까지 이 모양이다.

 

오마이뉴스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이 아닐진대, 나의 소통의 욕구를 잠재운 것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건데 아마 페이스북과 아이폰인 것 같다. 페이스북은 외국친구의 소개로 지금처럼 많이 알려지기 전부터 가입했었다. 그러다 올해 친구수도 부쩍 늘고 차츰 핸드폰 통화로나마 안부를 묻던 친구들이 페이스북에서 댓글을 달거나 하는 식으로 안부와 소식을 전한다. 좀 부담스럽기도 한데, 페이스북은 하루에도 여러 번 나의 '상태'를 업데이트하라고 유혹한다. 나는 착한 학생처럼 여행과 가족과 친구들을 담은 일상의 사진들도 부지런히 올리고 이런저런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들,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한 짧은 상념 등을 나의 상태에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길게 글을 쓸 수도 없다. 나의 상태를 업데이트할 때에는 가볍고 축약적인 말들로 해야 나의 '친구'들이 쓰윽 읽고 혹은 보고 지나가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다. 몇번 내가 좋아하는 시구를 인용했더니 그조차도 어렵다고 귀엽게 투덜대시는 친구들도 있었다. 사적인 것을 얼마만큼 드러내고 보여줄 것인가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아직도 친구들의 댓글에 반가워한다.

 

그 와중에 핸드폰이 낡아 바꾸게 되어 아이폰을 쓰게 되었다. 나는 굳이 언제나 '접속 중'일 필요는 없는데 페이스북에서 업데이트를 자꾸 체크하는 나를 보고 남편이 강력히 아이폰을 권하였던 것이다. 아이폰을 전화기 기능 중심으로만 쓰는 나를 보고 한심해하는 그가 여러가지 어플을 깔아주었는데 ('어플'이라던지 이런 용어도 요즘에야 알았다. 아, 배울 것이 너무 많아 피곤한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별것도 없는데 자꾸 아이폰을 만지작거리게 되었다.

 

지하철에서는 항상 소설책과 주간지를 읽던 내가 아이폰에서 페이스북과 이메일을 습관적으로 확인하곤 한다. 독서는 조각조각 분절이 되어 집중이 덜하다. 이메일은 과거의 편지만큼은 못해도 집에서 차분히 앉아서 쓸 때는 꽤 진지하게 쓰곤 했는데, 아이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면 당장 답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가벼운 메일들을 쓰게 된다. 흔들리는 전차에서 쓰는 메일들은 서너개의 짧은 문장을 넘지 못한다.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가 좀 끊기거나 화장실을 간 사이, 우리는 또 아이폰을 만지작거린다. 전에 누구는 소개팅을 갔더니 남자가 아이폰으로 맛집을 검색하고 멋진 카페를 찾아서 간 것은 좋았는데, 아이폰으로 둘의 데이트를 중계하는 것을 알고 질겁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채팅 프로그램 같은 걸로 온라인의 친구들에게 '나는 지금 누구랑 어디서 뭘 먹는 중' 그런 것을 알렸으리라.

 

나도 페이스북에 친구가 몇백명에 이르렀는데 과연 전보다 더 소통에 만족감을 느끼는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나는 그들의 대다수를 몇 년이 지나도 만나지 못하고 온라인 상으로 '업데이트'를 통해서나 조금 짐작할 것이다. 이제 친구들을 만나면 절대 테이블에 핸드폰을 올려놓지 말아야겠다. 사실 상대방에게 얼마나 매너 없는 짓인가. 출퇴근 시에는 아이폰을 꺼내지 말고 책만 읽어야겠다. 페이스북 접속도 좀 줄이고 컴퓨터도 덜 쳐다보자. 그 대신 따뜻한 것들을 더 보고 느껴야겠다. 산책을 하고 하늘도 올려다보고 책을 더 읽어야겠다. 오마이뉴스에도 좋은 글을 부지런히 써서 사람냄새 나는 이 따뜻한 매체를 더 후원해야겠다. 새해 설날도 다가오는데 그럴싸한 다짐 아닌가.  


태그:#페이스북, #아이폰 , #오마이뉴스 ,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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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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