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갑자기 새까맣다. 그렇다고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다. 까만 점처럼 생긴 물체 수천 개가 날아들면, 금방 인근의 마른 논이 새까맣게 변해버린다. 주변 전선도 까맣게 바뀐다. 그리고는 눈이 쌓인 논바닥을 헤집고 돌아다니다가, 어느새 무리는 딴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히치콕 영화감독의 영화 속에서 본 공포스런 장면을 다시 보는 듯도 하다. 저러다가 더 많은 무리가 집단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수천 마리 쯤 되는 까마귀 떼가 먹을 것을 찾아 날아다닌다. 2011년 1월 25일(화), 오전 11시경에 26번 도로를 따라 김제시 백구면 반월리 인근에서 까마귀 떼를 만났다.

수천 마리가 집단으로 이동

요즘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까마귀 떼 수천 마리가 집단으로 이동한다. 처음에는 무슨 철새가 날아오는 줄 알았다. 김제시 백구면 일대에는 가끔 많은 철새가 만경천을 따라 이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새와는 날갯짓이 다르다. 까맣게 몰려든 무리는 겨울철 마른 논바닥을 금방 까맣게 만들어버린다.

까마귀 떼가 날아오는 것을 보고 차에 탄 한 사람이 "애고, 저 까마귀 떼, 정말 골칫거리네"라고 한다. 무엇이 그리 골칫거리일까? 수천 마리가 함께 집단으로 이동을 하는 모습이 그리 보기 좋은 것은 아니다. 더구나 까마귀는 우리 속설에는 불길한 날짐승으로 표현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겨주는 까마귀 떼

까마귀는 우리 속설에는 '불길한 존재, 혹은 머리가 나쁜 새' 정도로 알려져 있다. 까마귀는 건망증과 문맹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제로 까마귀는 호도를 길바닥에 놓고, 차가 호도를 깨고 지나치기를 기다릴 줄 아는 영리한 새이다. 그런 까마귀가 집단으로 몰려다니면서 농촌의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말도 마세요. 저 까마귀가 비닐하우스에 앉으면, 괜히 비닐하우스를 쪼아대서 구멍을 다 내 놓아요"

"겨울철 농작물은 먹지도 않으면서 다 파헤치고 다녀요"

집단으로 이동을 하면서 까마귀가 농촌에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겨울철 먹을 것이 마당하지 않은 까마귀 떼가 언제부터인가 수천 마리씩 집단으로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닌다는 것이다. 전깃줄에 새까맣게 앉은 까마귀 떼를 보면, 정말로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일 저 많은 까마귀가 집단으로 사람이라도 공격을 한다면 어찌 될 것인가 하면서.

언제부터 이렇게 집단으로 까마귀 떼가 몰려다닌 것일까? 김제시 백구면 삼정리에 사신다는 한 어르신은 말했다.

"한 4~5년 전부터 저렇게 수천 마리가 몰려다니고 있어. 그 이전에는 그런 광경을 본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요즘에는 저 까마귀 때문에 걱정도 되지. 까마귀는 불길한 새라고 하는데, 저 새 떼가 조류독감이나 옮기는 것은 아닌가 하고."

까마귀 떼의 집단적인 움직임이, 또 다른 걱정거리를 만드는 것만 같다. 수천 마리가 모여 하늘을 새까맣게 덮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래저래 구제역이다, AI 조류인플루엔자로 뒤숭숭한 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