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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시기가 되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뉴스가 있습니다. 단골메뉴니 만큼 뉴스포맷도 비슷합니다. 5년 전, 10년 전 뉴스를 찾아봐도 큰 변화가 없는 아이템인데요. 바로 지방의원 해외연수입니다.

 

 

기존 언론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첫째 해외연수 = 관광성 외유·예산 낭비, 둘째 해외연수 이후 보고서 부실 논란, 셋째 관광성 외유를 대신할 다른 프로그램의 필요 등이다. 

 

그런데 2010년 대구 남구에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별다른 대안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벌써 몇 년째 반복되는 따분하고 심심한 뉴스 속에 대구 남구시의회의 모범적 의정활동이 주목받게 되는데요.

 

 

<영남일보>가 지난해 12월 15일 보도한 <남구의회 '내실 있는'연수보고서, 다른 의회들도 보고 좀 배워야>에는 남구의회 의원들이 일본 오키나와현 연수를 다녀온 뒤  54페이지에 해당하는 연수보고서를 직접 작성했고, 기존의 관광성 일정은 배제한 채 당초 계획했던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는 것입니다.

 

남구의회가 원칙대로 행한, 어떻게 보면 평범할 수 있는 행위가 '모범사례'로 돋보이는 것을 보면, 기존의 지방의원 연수가 얼마나 문제투성이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남구 의회 사례는 기존의 '지방의원 해외연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기에 충분했고, 독자들의 고정된 관념에도 신선한 자극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잊혀질 뻔했던 이 현안이 <영남일보>의 기획에 의해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되는데요.

 

 

<영남일보>는 2011년 신년기획으로 <紙上 논쟁/막상막하>코너를 신설하고, 첫 번째 주제로 <지방의원 해외연수>를 다룹니다.

 

지방의원 연수가 필요하고 이것이 영양가 있는 정책연수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에 걸맞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측과, 연말을 앞두고 배정된 예산 쓰기 위한 연수보다 정책개발비로 전환해 지방의회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게 되는데요.

 

찬성 : 정책연수 실효성 높이기 위한 지원시스템 필요

 

 

의원의 연수가 필요하다는 측은 대구 남구의회 김현철 의장이었습니다. 김 의장은 지방의원의 행외연수의 현실부터 차분하게 설명합니다. "지방의원의 공무국외여행 때 1인당 비용책정액은 180만 원(의장 및 부의장 250만 원)이다, 지역의 여행사에 비용견적을 받아보면 가까운 일본 및 동남아지역이 보통 200만 원 선인데, 전문연수원은 100만 원 가량 더 비싸다, 미국과 유럽 등지는 400~500만 원 선이다"라며 "그에 반해 대구시의 6급 공무원 대상 중견실무 리더과정 교육생 해외연수 비용 책정액은 450만 원"이라며 연수비용의 현실적 문제를 제기합니다.

 

또한 "연수 인원이 15명이 안되면 찬밥신세"라고 하는데요, "여행사에서 연수인원 15명 이상일 경우에만 동행가이드를 제공하고, 그 이하면 비용을 따로 요구한다"며 "책정 경비에 맞춰 진행하다보면 여행사의 관광패키지 상품과 연계해 가야 비용을 낮울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하네요.

 

"이 연수와 관련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부서도 없고,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여행사의 관광성 프로그램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설명한 김 의장은 "지방자치단체가 탄생하면서 국제화 지원기능 분담금, 전국 자치단체장 협의체 분담금, 전국 자치단체장 협의체 부담금, 전국 지방의장단 협의체 분담금 등을 예산으로 책정해 지원"하는 등 현실에 걸맞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반대 : 외유성 연수보다 정책개발비로 전환

 

한편 말 많고 탈 많은 지방의원 해외연수경비를 정책개발비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대구시의회 권기일 의원이 했습니다. 권 의원에 따르면 "지방의원들은 전문성을 요구받고 있고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치역량 강화와 정책연구 개발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지자체의 재정이 넉넉하기만 하다면야 정책개발비 뿐만 아니라 해외연수비까지 지원해 줄 수 있겠지만, 그게 힘든 상황이라면 정책개발비 지원이 우선"이라고 합니다.

 

또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지방의회가 정책의회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수고, 이를 통해 의회와 시민간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 권 의원은 "지방자치가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신뢰를 바탕에 두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해외연수를 강행하는 것은 오히려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꼴이 되고 만다"며 지방의회와 유권자간의 신뢰회복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물론 권 의원은 지방의원 해외연수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순위에 대해서 무게중심이 다른 것인데요. 권 의원은 글의 끝부분에 "해외연수가 아닌 정책개발에 예산을 투입, 일 잘하는 의회의 이미지를 갖춘 뒤에 해외연수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紙上논쟁/막상막하>를 기획한 <영남일보> 조정래 부국장은 "이 코너는 2주에 한번씩, 한달에 두 번 운영 된다"며 "지역의 주요현안이 이 지면을 통해 풍성한 공론의 장이 형성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참에 지역의 시민사회와 의회 관계자 등이 모여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공동대책위'를 꾸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지방의회 해외연수, #영남일보, #대구시 남구의회, #정책개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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