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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점거농성중이던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물리력으로 뺏은 뒤 정의화 부의장이 예산안 및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고 있다.
 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점거농성중이던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물리력으로 뺏은 뒤 정의화 부의장이 예산안 및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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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격한 몸싸움과 난투극 끝에 한나라당의 강행으로 날치기 통과되었다. 이번의 예산안 날치기 통과는 여야간 계수조정도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당이 돌연 예산 심사를 포기하고 강행 처리한 사태로, 의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와 날치기 통과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승만·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권 때에도 날치기 통과는 있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처럼 3년 연속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정권은 없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비이성적인 폭거일 수밖에 할 수 없으며, 이명박 정권을 두고 '독재정권'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명박 정권, 3년 연속 예산안 날치기 통과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 조정과 합의를 기본 생명으로 한다. 특히 국민의 삶과 직결된 예산안 처리는 인내와 끈기, 타협과 설득이 무엇보다 요청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런 모든 것을 깡그리 무시했다. "어떤 충돌도 감수하겠다"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에서는 오로지 밀어붙이면 된다는 오만과 독선이 넘쳐날 뿐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이것을 정의라고 생각한다"라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피를 거꾸로 솟구치게 한다.

한나라당이 초고속으로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예산안 심사는 완전히 졸속으로 끝났다. 여당이 예산안 통과의 거수기를 자처했음은 예산안 액수로도 확인된다. 이날 통과된 전체 예산안은 309조567억 원으로, 애초 정부안에서 고작 4951억 원이 삭감됐을 뿐이다. 여당 스스로 의회에 부여된 권위와 권능을 내팽개친 낯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의 핵심법안인 '친수구역 활용 특별법'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동의안,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서울대 법인화법 등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된 안건들도 무더기로 날치기 처리됐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근본 원인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폭력을 무릅쓰고라도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날치기 통과'에 있다. 대화와 협의를 기본으로 하는 의회정치에 있어서 대화 단절과 물리력 동원을 의미하는 '직권상정'은 그 자체로 의회정치를 부정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직권상정 및 날치기 통과 금지법'을 제정하자

임기 중 직권상정을 가장 많이 한 의장이라는 '오명'을 남겼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 스스로의 권리와 의무를 저버리는 후진적 국회를 개선하려면 직권상정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차제에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제안한다. 가칭 '직권상정 및 날치기 통과 금지법'을 제정하던지 아니면, 국회법을 개정하여 직권상정과 날치기 통과를 금지하도록 할 것을.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이 법을 제정하거나 국회법을 개정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면, 국민들이라도 나서서 서명운동과 청원운동을 벌여 '직권상정 및 날치기 통과 금지법'을 제정하도록 해야 한다. 대화와 협상을 근본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날치기'가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예산안이나 법안을 날치기 처리한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이름으로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소환제'를 하루속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정치를 돌이켜보면, 현행 헌법에는 '국민주권'을 선언하면서도 국민은 선거 때에나 투표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모순점이 있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등 공직자들의 잘못된 의정활동이나 정책에 대하여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다. 하루속히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국민의 힘이 두렵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도록 해야 한다.


태그:#날치기 , #직권상정, #금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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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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