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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2000년 6월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영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열대로 향하고 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2000년 6월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영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열대로 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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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부활과 희망을 준 사례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전쟁은 오로지 살육과 절망만을 낳았을 따름이다. 한국인들은 현대전 사상 가장 처참했다고 평가되는 '한국전쟁'을 체험했다. 그럼에도 참 가상한 한국인들은 그 처참했던 과거를 딛고 번영과 평화를 일구어내는 듯했다.

한국은 20세기 식민국가로는 유일하게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2000년 가히 '한여름밤의 꿈'처럼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은 한국인이 얼마나 지혜로우며 평화를 애호하는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동시에 세계에 과시했다. 이후 한 차례 더 남북정상회담을 이루어내는 사이 한국의 경제력은 국민소득 1만 불을 넘어 2만 불로 일취월장했다. 이로써 부활과 희망을 주는 것은 평화이지 결코 전쟁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누가 평화를 애호하는 국민을 선동하는가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한국인들이 다시 살육과 절망만을 낳는 전쟁을 선택하려하고 있다. 지금 다수 한국인은 북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단호한 응징론'에 동의하고 있다. 그들의 머리에 어느 정도의 계산과 합리가 있고, 그들의 심중에 나름대로의 자존심과 애국심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단호한 응징론'이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전쟁불사론'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 아닐까? 이 틈을 타서 호전주의자들의 '선제공격론'이 고개를 들더니 심지어는 구시대의 '북진통일론'이라는 것까지 활자화되기에 이르렀다.

"적 도발에 대한 대응은 자위권적 차원입니다. 따라서 한국 독단의 세력으로 충분히 응징할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추가 도발한다면 위협의 근원이 없어질 때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입니다… 분명히 항공기를 통해 폭격할 것입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내정자, 국회 발언)

국방장관 내정자의 입에서 나온 '항공기 폭격'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이것은 곧 '전쟁 돌입'을 말하는 것 아닌가? 또한 "위협의 근원이 없어질 때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란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전투가 벌어지면 끝내 갈 데까지 가야 한다는 말 아니겠는가? 이 사람들은 자기들의 언어가 얼마나 가공할 결과를 파생시킬 것인지를 좀처럼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

마침 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공중폭격을 한다는 건 함정끼리의 교전이나, 상호 포격전과는 다른 차원의 분쟁"이라고 말한다. 이런 발언을 거리낌 없이 행한 장관 후보자가 여야 합의로 청문회를 즉시 통과한 것은 무서운 일이다. 한나라당은 그렇다 치고 민주당은 또 뭐란 말인가. 이것은 전쟁에 관한 한 맹목적으로 일치하는 미국의 공화·민주당과 흡사한 작태에 불과하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달라

"비열하게 숨어서 불의의 공격을 한 비겁자에 대해 우리는 세상 끝까지 쫒아가 처절한 응징을 해야 한다… 만일 북한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강력한 보복과 응징을 해야 한다… 국가나 개인이나 자신의 생존과 평화를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는 용기가 없다면 자신의 생존과 평화를 지켜낼 수 없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당5역 회의 발언)

"북한의 포격 직후 대통령으로 하여금 '확전하지 말고 상황을 잘 관리하라'고 말씀하도록 한 청와대와 정부 내 개자식들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 대통령께서 시간이 지난 다음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몇 배의 보복을 하도록 했지만, 처음에 주변에서 잘못 오도했던 참모들은 이참에 청소해야 한다… 해병은 절대로 공매(헛된 매)를 맞는 군대가 아니다… 몇 배의 보복을 할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뒀어야 했다."(한나라당 홍사덕 의원)

"그렇게 두들겨 맞고 교전규칙 운운하는 것들이 군인인가… 부하와 민간인들이 죽어나가는데 대체 군 지휘부는 뭘 했단 말인가! 자주포가 고장 났다는데 군 검열단은 뭘 했단 것인가! 전투기는 뭘 했고, 훈련 중이었던 함대는 함포 사격을 않고 뭘 했나… 적절한 대응을 못한 장성들은 이등병으로 강등시켜야 한다!" (백골부대 사단장 출신 박정인, <조선일보> 인터뷰)

60년 전 모 국방장관도 이들과 비슷한 말을 하지 않았던가. 그는 남북전쟁이 나면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 먹겠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사람들이 죄다 믿음직스럽지 않아 보인다.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허세와 폭력으로 점철된 언어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존경하는 호전주의자 맥아더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맞다. 노병은 죽지 않는가 보다. 다만 사라져 주기 바란다.

전면전에는 어김없이 징후가 있게 마련이다. 먼저 제한된 지역의 소수 병력 사이에 국지전이 발생한다. 1950년 한국전쟁 때도 그랬다. 당시 38선 고착 이후 1950년 6월까지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빈번히 벌어졌다. 그 사이 남과 북에서는 무력통일론이 노골화되었다. 남한에서는 조병옥 등이 앞장을 서서 북진통일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사실 남한의 북진통일론이라는 것은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과 다름없는 맥락을 갖는다.

이어 우리가 알고 있듯 북의 남침으로 전면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 전쟁은 전작권을 쥐고 참전한 미국과 중국의 주도로 전개되었다. 우리 모두는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직선의 38선이 사선의 휴전선으로 대체되었을 뿐, 미국과 중국의 주도로 정전을 맞이해야 했다. 그 사이 민간인 100만 명을 포함해 적어도 200만 명이 사망·실종됐으며 1천 만 이산가족이 평생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전쟁 선동의 첨병은 신문, 이에 부화뇌동하는 지식인과 성직자들

지난 23일 오후 북한이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국통신앞에서 보수단체인 반핵반김국민협의회 회원들이 '강력응징' '초전박살'을 적은 인공기를 들고 김정일-김정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북한이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국통신앞에서 보수단체인 반핵반김국민협의회 회원들이 '강력응징' '초전박살'을 적은 인공기를 들고 김정일-김정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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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없이 언제나 전쟁을 선동한 것은 신문이었다. 1840년 아편전쟁 직전 영국의 전통지 <더 타임스>,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직전 <뉴욕월드>와 <뉴욕저널>, 그리고 태평양 전쟁 직전 <아사히> 등의 일본 신문은 연일 '불의에의 응징'을 내세우며 국가의 '자존심'과 국민의 '애국심'을 들먹였다. 결과 나라 전체가 순식간에 전쟁의 광기에 휩싸였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조중동 수구 언론은 평소에는 햇볕정책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가 북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터지자 때를 만났다는 듯이 단호한 응징론을 제기했다. 그들은 탈레반 인질 사건 때에도 아프간에 특전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군불을 지폈었다. 그리고 최근 천안함 사건 이후 아예 노골적으로 '전쟁불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5월 20일자 <중앙일보>에서 김진 논설위원은 칼럼을 통해 '국민이 3일만 참으면 전쟁에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오산·수원의 지휘관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육해공 합동으로 3일 내에 북한 장사정포의 최소 70%를 파괴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만일 북한이 도발해도 국민이 3일만 참아주면 북한의 핵심 목표를 폭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선동했다.

더욱 큰 문제는 '평화'를 말하면 '종북'이고 '자제'를 언급하면 반역으로 모는 수구신문들의 극단적인 흑백논리가 국민에게 통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조선일보> 칼럼 하나를 더 읽어 본다.

"상당수 좌파세력은 아예 김정일 편이다. 우리 민·군이 죽고 연평도가 불바다가 됐는데도 평화를 들먹이며 북의 포격이 우리 포격에 대한 대응이라거나 북한 쪽 민간인 포격 금지를 요구하는 정신 나간 종북주의자들이 그들의 우두머리다."(11월 26일 자 김대중 칼럼)

언론이 전쟁을 선동하면 국민은 변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지식인들은 지레 겁을 먹고 부화뇌동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국가에 나의 리비도를 바치련다"

이것은 1차대전의 전운이 감돌게 되자, 그 유명한 프로이트가 내지른 말이다. 이어 유럽 사회는 순식간에 전쟁의 광기에 휘말려 들었다. 폭력과 살인을 정당화하는 이 광기는 계층의 구별 없이 확산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광기의 화염에 불을 지핀 것은 일반 국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전쟁의 군불을 피운 자들은 우리가 지금 세계적인 석학이거나 예술가거나 성직자로 기억하고 있는 무리들이었다.

영국의 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는 "심장에서 나오는 고름이 그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다"는 엽기 수준의 전쟁 예찬론을 폈다, 나치에 협력한 시인 에즈라 파운드와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 등은 "투쟁은 거룩하다"고 외쳤고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섬뜩한 전쟁 선동 책자를 여러 권이나 써냈다.

어디서나 가장 무식하게 투쟁을 예찬하고 증오를 부추긴 집단은 기독교 성직자들이었다. 유럽 각국의 주교들은 예외 없이 하나님을 들먹이면서 전면전을 부르짖었다. 온건하다고 평가 받던 어떤 성직자는 "죽이되 미워하지는 말자"라고 아주 요상하게 말했다. 한 영국 성직자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어린 양의 진노'를 들먹였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목사는 "예수님 같으면 전투병으로 나서지는 않았겠지만 의무병 정도로는 참전했을 것"이라고 설교했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이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우리는 지금 여과 없이 발설되고 보도되는 '북한 응징론'이나 '전쟁불사론' 등에서 이런 현상의 전조를 목격하고 있다. 지난 북핵실험 때 자칭 40년 서정시인이라는 정현종은 <중앙일보>에 기고한 시에서 일방적으로 북한을 비판하는 시 <무엇을 바라는가>를 발표했다. 이에 화답하여 시인 겸 KBS 선임PD 장충길은 <붉은 강>이라는 제목의 선동적인 시를 중앙일보에 보냈었다. 이화여대 명예교수 겸 문학평론가 김치수는 갑자기 좌익 문인들을 신랄히 비판했다.

최근에는 기행(奇行) 작가 이외수도 전쟁 분위기를 띄우는 데 한 몫을 거들었다. 그는 "늙었지만 방아쇠 당길 힘은 남았다. 위기 상황이 오면 기꺼이 전장으로 달려가겠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북핵실험 당시 교회들마다 목사들이 열변을 토하며 햇볕정책을 질타하고 김정일에 대한 응징을 갈파하는 설교를 했는데, 이런 예배는 천안함 사건 이후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기도할 때에도 자기들의 하나님에게 북한 정권을 단죄해 달라고 절규한다.

29일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29일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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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전쟁의 광기에 호응하지 않거나, 이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기에는 엄청난 담력과 용기가 필요했다. 유럽의 역사는 두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 프랑스의 소설가 겸 음악학자 로망 롤랭과 영국의 극작가 겸 사상가인 버나드 쇼이다. 두 사람은 "서양문화는 하나이며 반목은 어리석다"라고 말함으로써 졸지에 반역자로 낙인 찍혔고, 전쟁 전까지 쌓아올린 명성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려야 했다.

한국의 김용옥 교수는 이런 지식인의 반열에 든다고 본다. 그는 천안함 정부 발표를 0.0001%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보수 단체들에게 반역자로 낙인 찍혀 검찰에 고발되었다. 김용옥 교수는 지난 5월 서울 봉은사 특별강연에서 천안함 사태에 대한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0.0001%도 설득이 안 된다, 정말 웃기는 개그"라고 맹비판했다.

"(살아남은 장성들이) 개선장군처럼 앉아서 당당하게 국민들에게 겁을 주면서 발표하는 그 자세를 보니 구역질이 나서 못 견디겠다… 이명박의 드라마대로 이 세계가 움직인다면 결국 남는 것은 우리 자신들의 타락 밖에 없다… 국민이 더 이상 위정자들의 기만에 속지 말고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야할 시기이다… 장성들이 앉아서 발표하면서 '이것은 전부 빨갱이들이 한 짓이다. 프로펠러를 돌려서 이렇게 와서 빵 터지면'…, 세상에 그런 이상한, 북한이 그 정도 기술이 있다고? 미국 해군 군사력이 총집결해 있고, 가장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이지스함이 두 대나 있었고, 서해 근해에 13척의 함대가 있었다는데, 거기를 뚫고 들어와서 뻥? 이것은 진짜 웃기는 개그올시다."(5월 23일 봉은사 강연 중에서)

필자는 천안함 합동조사반 발표를 0.0001%도 믿지 않는다는 김용옥 교수의 주장을 99.9999% 정도 믿는 편이다. 지금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국면으로 빠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조작적이고도 맹신적 분위기가 조금만 더 세를 얻으면 삽시에 우리 사회는 전쟁의 광기에 휘말려들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완력이 되어 우리의 이목을 차단해 버린다. 그러고 나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전쟁뿐이다.

김정일이나 이명박 그리고 오바마 같은 국가 지도자를 거론하고 싶지 않다. 정작 그들은 전쟁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남한을 모르고 이명박은 북한을 모른다. 그리고 오바마는 남과 북 모두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들은 자기들 필요에 따라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억제하기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명제는 여전히 정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은 언론과 지식인의 의사를 거스르고는 입신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다시 모진 겨우살이는 없다

한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전쟁의 모진 겨우살이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한국에는 아직도 '대포 소리에 놀라 경기를 일으킨 첫 아이에게 알약 몇 개를 못 구해서 눈 앞에서 죽어가도록 만든 부모'들이 살아 있다.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으랴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박봉우 시 <휴전선> 중에서)

그런데 현대 전면전으로 인한 피해는 이런 소박한(?) 수준의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공포와 엽기를 초월할 터이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국전쟁 때보다 무려 17배의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남북한의 정규군은 175만 명으로 한국전쟁 당시보다 6배 이상 늘었고, 각종 첨단무기의 파괴력은 80배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 한국전쟁 당시 3년 간의 전쟁으로 500만 명이 죽거나 장애인이 되었고, 재산피해는 당시 전 가옥의 60%인 293만 호, 건물 5만3000동이었다. 여기에 17배를 곱하면 전쟁을 각오하고 북한을 공격할 때 치러야 할 대가가 고스란히 산출된다."(6월 5일 자 <시사IN> 커버스토리 "전쟁을 하자고?") 

전쟁을 시작하면 북한을 멸망시킬 수 있다는 발상 역시 매우 우매한 것이다. 전쟁의 남쪽 주체는 국군이 아닌 한미연합군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참전은 명약관화하다.

"중국은 1961년 북한과 체결한 조·중 상호 원조조약에 따라 북한 영토가 침략을 받았을 때 자동으로 군사를 지원하기로 돼 있다. 한국의 합참에서는 유사시 중국군 18개 사단 40여만 명과 항공기 800여 대, 함정 150여 척이 북한군을 도와 참전할 것으로 분석한 뒤 이를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6월 5일 자 <시사IN> 커버스토리 "전쟁을 하자고?")

게다가 약소국에서 벌이는 강대국들의 전쟁은 언제나 약소국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들끼리의 나눠먹기식 비밀 야합으로 종식되었다는 것을 근현대의 음험한 전쟁사는 숱하게 증언하고 있다.

우리는 전쟁이라는 잔인한 기억을 현실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한국의 언론과 지식인들은 말해야 한다. 비록 종북주의자나 반역자로 낙인찍힐지라도 입을 열어야만 한다. 사회 문제에 대해 바른 식견을 피력하지 않는다면 그는 더 이상 언론인도 아니고 지식인은 더욱 아닐 터이다. 그러므로 '서양문화는 하나이며 반목은 어리석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명성을 잃어버린 로망 롤랭과 버나드 쇼처럼 말해 주길 바란다. "한반도는 하나이며 두 번 다시 전쟁은 어리석다"고.

덧붙이는 글 |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 겸 사회평론가입니다.



태그:#전쟁, #남북한, #호전주의자, #언론,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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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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