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인 스틸컷

▲ 스카이라인 스틸컷 ⓒ ㈜ 코리아 스크린


<스카이라인>은 1000만 불로 제작된 저예산 SF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눈길이 가는 것은 한국 포스터에 적혀 있는 문구 때문이다. 바로 '<아바타><2012> 제작진의 초대형 블록버스터'이다. 이 문구를 본 후 관객들 대부분 기대하는 것이 빤할 것 같다. 최소한 <2012> 정도의 재미는 주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을 수밖에 없다. 제작진이 누구인가? SF영화하면 일가견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서두부터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이 문구에 현혹된 관객들이라면 영화 시작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들쑤시기 시작할 것이다.

 

이유는 결코 1000만 불 제작비로 2억불이 들어간 <2012>나 3억불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아바타>와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작진이 아끼고 아껴서 만든다고 해도 그 한계는 명확하다. 이렇다보니 <스카이라인>은 흔히 말하는 '예고편'이 전부인 영화 대열에 합류하고 만다. 포스터 문구에 혹해서 <스카이라인>이 <아바타>나 <2012>에 필적할 것이라고 믿고 온 관객들이라면 영화에 대한 실망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포스터 문구에 그런 내용이 없었다면 실망감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 LA에 외계인들이 침략한다. 하필 이때 애인 사이인 제로드(에릭 벌포)와 일레인(스코디 톰슨)이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LA로 왔다. 신나게 파티를 즐기고 곤하게 잠든 새벽에 번쩍거리는 엄청난 섬광과 함께 깨어난다. 바로 외계인이 침략한 것이다. 외계인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를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삼켜버리기 시작한다. 외계인들이 인간사냥을 시작하면서 이제 인류는 중대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과연 인류는 어떻게 이 위험을 넘길 수 있을까?

 

<스카이라인>에서 보여준 이야기는 여타 SF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난 것이 없다. 외계인의 침략으로 인류가 혼란에 빠진다는 공식은 이미 우리가 자주 봐왔던 것이다. 다만 이 작품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외계인에 대항하는 인류의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단 는 것. 모두들 자기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아등바등 거릴 뿐이다.

 

군대가 출동해서 외계인들과 싸워도 상대가 되지 못하는데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숨고 도망가고 저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마치 고양이 앞에 쥐처럼 우왕좌왕 할 뿐이다. 분명 이런 부분은 현실감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스카이라인>에서 보여준 스토리가 엉망이란 것이다.

 

SF는 그냥 눈 속임 포장용!


스카이라인 스틸컷

▲ 스카이라인 스틸컷 ⓒ ㈜ 코리아 스크린

<스카이라인>은 북미에서 11월 12일 개봉했는데 벌써 2편 제작에 들어갔다. 이유는 1편에 정말 아무런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작은 건물인 호화 펜트하우스에 주인공들이 머물러 있다. 실제 관객들 입장에서 LA만 초토화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영화 결말에 이르러야 외계인들의 침략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났음을 알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제작비 1000만 불을 가지고 근사한 SF를 만들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런 선택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나오는 인물들이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이야기가 전혀 정돈되어 있지 않은 것. 정말 이 영화에서 보여준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는 갇힌 건물에서 우왕좌왕하는 것뿐이다. 다른 내용이 없다. 계단 뛰어갔다가 내려왔다가 혹은 창문에 있는 블라인드 열어서 현재 상황을 살핀다거나 이런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조금의 긴장감을 주는 외계인에게 쫓기는 장면조차도 너무나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불에도 타죽지 않고 자폭해도 멀쩡한 외계인을 맨 주먹으로 마구 구타하면서 웅장한 음악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인>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 결말 부분에 발생한다. 외계인의 광선에 납치당해서 죽기 일보직전에 몰린 커플이 그 상황에서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고 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정확하게 밝히지 못하겠지만 그 장면을 본 관객들 대부분은 두 사람의 사랑을 진하게 느낄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다. 저런 긴박한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뜬금없는 장면인지 하고 되묻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스토리라고 거의 없는 영화에 마지막 장면까지 보태지면서 이 작품은 마치 허무개그 영화처럼 느껴진다. 관객들 대부분이 외계인 함선에 잡혀간 주인공이 함선에서 탈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영화는 매가리 없이 그냥 끝나버린다. 이 부분은 2편 제작을 위해 억지로 만들어 놓은 장면이라서 이런 식으로 마무리가 된 것이다.

 

<스카이라인>은 포스터문구에 광고만 보고 선택한 관객들이라면 93분의 상영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질 것이다. 언제쯤 휘황찬란한 SF영화의 스케일이 나올 것인가? 기대하고 있는데 전혀 그런 장면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영화예고편에 나오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다 SF영화를 보면서 건물 안에서 블라인드 여닫고, 계단 오르내리고, 옥상에서 구조되기를 기다리는 장면을 보길 원한 관객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무리 1000만 불로 제작된 SF영화라고 해도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은 존재해야하지 않나? 2편에서 궁금증을 풀어준다고 해도 이런 SF영화라면 2편 만든다고 해서 누가 보겠나?

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0년 11월24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1.27 12:28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 11월24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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