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곤 감독의 <달콤 살벌한 연인>은 재미있다기보다는 충격이었다. 단물빠진 로맨틱 코미디를 이렇게까지 재구성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다니! 누구도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철지난 틈새전략은 흥행 사고를 쳤고 충무로는 재능있는 신인감독 발견했다.

당연히 많은 대중과 평단은 손재곤 감독의 다음 '재기 발랄'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전작 <달콤살벌한 연인>이라는 제목의 언밸런스만큼 묘한 뉘앙스가 풍기는 차기작 <이층의 악당>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닥터봉> 이후 한석규, 김혜수의 15년만의 재회보다 4년 만에 차기작을 내놓은 손재곤을 만나는 게 더 반가웠을 정도로.

 한석규,김혜수왈:아니 우리보다 더?....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 정도로 <달콤살벌한 연인>은 좋았다

한석규,김혜수왈:아니 우리보다 더?....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 정도로 <달콤살벌한 연인>은 좋았다 ⓒ (유)이층의악당문화산업전문회사 (제작), (주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블랙코미디적 변용

<이층의 악당>은 손재곤 감독의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과 닮았다. 이번에도 소규모 공간에 다양한 캐릭터 군상을 집어넣어 겉으론 번듯해 보이지만 살짝 어디 하나가 부족한 그들로 코미디와 장르적 재미를 버무린다. 연인들의 사랑이 달콤할 수밖에 없음에도 살벌한(?) 재미가 살아있던 전작처럼, <사랑방손님과 어머니>같은 정상적인(?) 포멧으로 출발하지만 이내 <이층방 사기꾼과 신경쇠약 어머니>로 컨버전되어 독특한 재미를 선보인다.

시가 20억짜리 골동품을 둘러싼 대도 한석규와 신경쇠약 과부 김혜수의 만남, 거기에 자기비하 끝판대장 딸내미까지. 그들이 만나 자신들에게는 비극, 우리에게는 유쾌한 에피소드들을 던진다. 오버없이도 상황과 제스처, 몇몇 촌철살인 대사로도 빅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손재곤 감독만의 감각은 살아있다. 특히 빠삐용을 연상하게하는 한석규의 지하실 탈주(?)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이 시퀀스는, 단연 올해의 코미디감!

이 시퀀스는, 단연 올해의 코미디감! ⓒ (유)이층의악당문화산업전문회사 (제작), (주


배우들의 앙상블도 좋다. 신경쇠약 과부라고는 믿기지 않는 김혜수의 미모가 다소(?) 약점이기 하지만(실제로 그녀는 모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외모가 코미디에 어울리지 않아 아쉽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한번 폭주하면 누구도 못 막는 시크한 그녀와 그녀만큼 드센 딸과의 다툼, 그 사이에 끼어들어 속셈을 채우려는 한석규의 심리가 돋보인다. 어떤 장면에서 무엇을 원하고 서로 리듬을 맞춰야하는지 '척보면 압니다' 수준이다.

다만 개봉 전 내세웠던 조연 캐릭터들의 맛깔은 전작 <달콤살벌한 연인>만큼은 아니었다. 보편적 기준에서 한 템보 늦은 그들의 헛소동은 충분히 즐겁지만 때로는 영화의 온도를 맞추지 못하는 헛벌질도 보여 밍숭맹숭할때가 더 많았다. <이층의 악당>은 그야말로 이층집과 한석규-김혜수-그녀의 딸에 포커스를 잡을 때 가장 빛난다.

그렇게 소소한 웃음 원투 펀치에 가끔 날리는 어퍼컷의 재기발랄함은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코미디로서 <이층의 악당>은 나무랄 것이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아뿔싸, <이층의 악당>은 단순한 홈코미디가 아니었으니. 어쨌든 학석규의 주 목표는 김혜수 집에 있는 20억짜리 골동품을 찾아내, 이를 어떻게 완전범죄화 할 것인가에 있다. 그리고 액수가 액수인만큼 그것을 노리는 많은 눈들이 도사리고 있고, 그 관계들이 얽혀 어떻게 실타래를 풀지 관객들은 추리의 재미도 동시에 기대할 법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미디에서는 좋은 재능을 가진 <이층의 악당>은 추리의 실타래를 풀어헤치지 못한 채 상황의 도돌이표만 계속 할 뿐이다.

그러다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다. 하지만 끝내 속 시원한 매듭을 짓지 못한다. 물론 그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서사적으로 관객이 느끼기에 "이게 뭔가?"라는 말이 나오면 답이 없는 거다. 뒷맛이 아쉽다. 요즘 유행하는 CF대로 <이층의 악당> 참 웃긴데 정말 웃긴데, 결말은 (좋은 의미로서가 아닌) 뭐라 말을 못하겠네.

 ▲도시의 시크한 여자, 그러나 내 남자에게는 더 시크한? 아줌마로 나와도 김혜수는 김혜수다.

▲도시의 시크한 여자, 그러나 내 남자에게는 더 시크한? 아줌마로 나와도 김혜수는 김혜수다. ⓒ (유)이층의악당문화산업전문회사 (제작), (주


이층의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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