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프리카 북부에 있는 소말리아는 해적의 무차별적인 선박 납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얻었다. 11월 10일 현재 29척의 외국 선박과 한 척의 바지선, 그리고 510명의 인질들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잡혀 있다고 한다. 2006년 이래 한국 배 또는 선원들의 피랍은 7건이 발생했고 현재 억류 중인 금미 305호를 제외하고 한국 선원들은 수십 일에서 170일 이상의 협상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막대한 몸값을 주고 겨우 풀려났다.

소말리아 해적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왜 소말리아 정부와 국제사회는 해적을 소탕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질이 만연하게 됐을까?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되는 문무대왕함이 지난 2009년 3월 4일 오전 남해 해역에서 훈련을 벌이면서, 헬기가 가상의 해적선을 발견하고 돌진하는 모습이다.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되는 문무대왕함이 지난 2009년 3월 4일 오전 남해 해역에서 훈련을 벌이면서, 헬기가 가상의 해적선을 발견하고 돌진하는 모습이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해적, 수익성 좋은 사업?

2008년 10월 비비시(BBC)의 보도에 의하면 소말리아 해적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세 집단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첫째, 전직 어부들. 이들은 바다를 잘 알기 때문에 해적 활동에 있어 두뇌 역할을 한다.
둘째, 오랫동안 소말리아 종족 전쟁에서 싸운 경력이 있는 전직 무장대원들. 이들은 전면에서 싸우는 역할을 한다.
셋째, 기술 전문가들. 이들은 해적 행위를 위해 필요한 첨단기능의 컴퓨터, 위성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중화기 등을 다루는 역할을 한다.

해적들은 납치하는 배와 받아내는 몸값이 많아짐에 따라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영국의 두뇌집단인 채담 하우스(Chatham House)의 보고서에 의하면 해적들에게 지불된 몸값은 2008년 한해에만 3000만 불(한화 330억 원 정도)이 훨씬 넘었다.

해적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사업이 번창하면서 해적 행위가 주로 이뤄지는 아덴만에 면한 푼틀랜드 지역은 호화로운 집과 외제차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해적들이 몸값으로 버는 한해 수익이 푼틀랜드 주의 전체 예산인 2000만 불(한화 약 220억 원)보다 훨씬 많다.

BBC가 만난 주민들은 해적들이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해적들은 돈이 있기 때문에 날로 힘 있는 집단이 돼 가고 있다. 가장 예쁜 여자들과 결혼하고, 큰 집을 짓고, 새 차와 총을 산다. 사회적으로 해적 행위가 용인되고 유행이 됐다."

내전과 정부 기능 마비가 원인

소말리아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비난과 압력을 받으면서도 왜 해적들을 소탕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소말리아 정부의 기능이 거의 마비돼 있기 때문이다. 1991년 전쟁에 휘말린 이래 소말리아는 지금까지 거의 20년 동안 종족 집단들과 군벌들 사이의 내전으로 얼룩져 있다. 오랜 내전으로 국민들의 생활은 궁핍하기 짝이 없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직업도 구할 수 없는 젊은이들은 해적에 합류하게 된다.

또한 제대로 기능하는 중앙 정부가 없으니 해적을 소탕할 해군력도 없다. 정부의 기능 마비와 해군력의 부재는 해적 행위를 만연시키는 근본원인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그에 따라 해적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11월 8일 소말리아 소식을 전하는 알비시(R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소말리아 해군의 파라 아메드 오마르 장군은 해적 증가의 근본원인 중 하나인 불법 어업과 산업폐기물 불법 투기가 소말리아 해역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적보다 더 큰 문제는 법적 처벌이 취약한 소말리아 해역에서 외국 어선들의 불법 어획과 독성 산업폐기물 투기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해적에 대해 얘기하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 해안을 약탈하고 있다. 그런 행동은 어떤 핑계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유럽연합과 나토는 그런 범죄 행위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럽과 아시아 국적의 배들이 우리 영해에서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

2008년 7월 유엔 소말리아 특사도 불법 어획과 독성 폐기물 투기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소말리아에 효율적인 정부가 없기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 국적 어선들의 비합법적인 어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것은 소말리아의 바다와 환경, 그리고 국민들에게 있어 큰 재난이다."  

숨은 해적 행위, 외국어선의 불법 어업과 산업폐기물 투기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되는 문무대왕함 대원들이 가상의 해적선을 검색하기 위해 오르고 있는 훈련 모습.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되는 문무대왕함 대원들이 가상의 해적선을 검색하기 위해 오르고 있는 훈련 모습.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2009년 1월 소말리아 출신의 언론인이자 분석가인 모하메드 압시르 왈도는 <소말리아의 두 종류 해적: 왜 세계는 다른 한 종류의 해적행위는 외면하는가?>라는 글을 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소말리아 해역에서의 불법 어획과 산업폐기물 투기를 외면하는 국제사회를 비난하고 다른 국가들이 소말리아의 해적 행위만 비난하고 자신들의 불법 어업 행위와 산업폐기물 투기는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불법 행위가 소말리아 어민들이 해적에 합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4월 미국의 유명한 독립 뉴스 프로그램인 <데모크라시 나우(Democracy Now!)>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부 기능이 마비된 소말리아의 약점을 악용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영국, 러시아,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대만, 필리핀, 한국, 중국 어선들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말리아 어부들은 유엔과 유럽연합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불법 어업 행위를 단속해 달라고 하소연했지만 모두 무시당했으며 오히려 이제는 많은 나라들이 해군을 보내 자국 어선들의 불법 행위를 보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나라가 자국 어선의 어업 해적 행위를 보호하고 있다. 한때 소말리아 해안경비대와 민간순찰대를 피해 달아났던 배들이 자국 해군의 보호를 받아 돌아오고 있다. 이것은 대단히 부당한 일이다. 국제사회는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고 소말리아 사람들의 생존에는 관심이 없다. 때문에 어부에서 해적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해적이 된다."

오히려 소말리아 어선들은 자국의 해역에서 외국 해군들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데모크라시 나우>가 만난 어부들과 상인들은 미국을 포함해 늘어나는 외국 해군 때문에 적반하장으로 부당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해병대는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우리를 체포한다. 우리는 해상에서 전함을 상대해야 하고 때로 헬기에서는 마치 우리가 해적인양 의심하고 촬영을 한다. 하지만 우린 해적이 아니다. 사람들은 외국 해군들을 무서워하고 어업에 종사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너무 많은 전함들이 소말리아 해역을 순찰하고 있고 상업 선박이 해적선으로 의심을 받아 조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독성이 있는 산업폐기물 투기도 소말리아 해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70년대부터 산업선진국들의 폐기물 처리업자들이 자국의 엄격한 규제를 피해, 또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규제가 약한 국가에 산업폐기물을 버려온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1992년 이래 유럽 회사들은 내전과 정부 기능의 마비라는 약점을 이용해 소말리아 해역에 산업폐기물을 버리고 있다.

모하메드 압시르 왈도는 <데모크라시 나우>와의 인터뷰 전날에도 소말리아 어민들이 컨테이너 두 개 분량의 산업폐기물을 실은 배를 아덴만에서 발견했고 결국 그 배는 체포됐다고 말했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독성이 있는 산업폐기물은 물론 핵폐기물 투기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불법 어획과 함께 이것이 바로 그가 국제사회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 다른 형태의 해적 행위다.

계속되는 내전과 마비된 정부 기능, 가난과 실업, 국제사회의 외면, 그리고 상대적으로 강한 나라들의 부당한 행위 때문에 소말리아 사람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소말리아 사람들은 해적 행위를 정당한 자기보호로 생각하고 또한 해적들도 이를 악용해 자신들을 해적이 아닌 민간 "해안경비대"로 부르기도 한다.

2009년 4월 비비시가 인터뷰한 한 해적은 자신이 해적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2006년 해적인 친구가 소말리아 수자원을 약탈하고 있는 배를 납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친구는 그것이 국가에 봉사하고 그 대가로 큰돈까지 버는 길이라고 말했다. 나는 곧장 총을 들고 해적에 합류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우린 팔고 먹을 만큼 충분히 생선을 잡았다. 그러나 외국 배들의 불법 어획과 산업폐기물 투기 때문에 물고기 떼가 사라지고 생존을 위협받게 되었다. 나는 해적에 합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이제 나는 두 척의 배와 좋은 차도 있다. 내 사업도 시작했다."

해적 행위, 일반 주민들의 삶에 도움되는 것 아냐

그러나 모든 소말리아 사람들이 비슷한 논리로 해적 행위를 정당화하고 영웅시하는 것은 아니다. 푼틀랜드 주의 주민들은 불법 어획이 어민들을 해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적 행위가 일반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해적 행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백 명의 무장한 남자들이 해적이 되려고 푼틀랜드로 몰려들기 때문에 우리는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또 해적들이 몸값으로 받은 달러가 지역 경제에 유입되면서 물가가 비싸져 보통 사람들은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

그러나 희망이 거의 없는 삶에서 해적은 어부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최후의 선택이자 젊은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육도 받지 못하고, 정부의 보호도 기대할 수 없고, 계속되는 내전 속에서 성장해 아는 것이라곤 무기 들고 싸우는 것밖에 없는 젊은이들에게 말이다.

그러므로 국제사회가 소말리아의 상황을 외면하고 다른 나라들이 취약점을 악용해 계속 자국의 이익만 추구한다면 해적과 납치의 증가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태그:#소말리아, #해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