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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군대의 추억

흔히들 국민의 의무라고 하면 납세와 국방, 교육을 뜻하고 있다. 교육은 의무이면서 권리라고 볼 수 있어 실제로는 납세와 국방이 국민이 국가에게 부담해야 하는 최종의 의무일 것이다. 그런데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불법적으로 면하고자 하는 많은 행위가 오랜 관행처럼 끊임없이 자행되어 왔다고 하면 그 국가는 제대로 존립할 수 있는 것인가?

전쟁의 시퍼런 포화의 한국전쟁. 부산으로 수도를 이전한 상황에서도 돈이 있는 사람들이 군 징용을 피하고자 밀항을 시도한 일은 당시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또한 더 거슬러 올라가면 군포제라 하여 군에 가는 대신 돈으로 해결하는 합법적 제도도 있었다고 하니 우리 민족이 지금까지 생존 가능하였던 것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라 정말로 국가와 민족이 어려울 때 목숨을 바쳐 싸운 민초들의 피와 땀의 열매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흔히 부정부패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라고 하고, 그 중에서도 앞서 이야기한 병역의무이행은 목숨을 담보로 한 것으로 어떤 식으로든 면제받고자 하는 '노력(?)'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군 문화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이다.  이사 간 집 앞이 군부대여서 매일 보고 듣는 것이 군복을 입고 훈련을 받는 군인들과 구보소리, 나팔소리였다. 옆방 아저씨는 군무원으로 근무하고 있기도 했다. 초록이 짙어가는 여름철에는 군대 밖으로 뻗어 나온 아카시아를 따 먹기도 하고, 이것도 심심하면 보초를 서고 있는 초병에게 돌팔매를 하다 잡혀가 영락없이 '알밤 세례'를 받았다.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그 형'들은 군대 담 안에서 열심히 왔다 갔다 했다. 종종 집 옆에 있는 가게에서 한 봉지 먹을 것을 사가지고 가는 그 형들의 얼굴에서 나는 웃음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형들은 한 봉지 과자를 사러 나오는 그 짧은 길에 만나는 민간인이나 알밤 세례를 당하는 초등학생을 통해 잠시나마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는 느낌을 접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당연히 남자라면 누구나가 다 군대를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이를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군대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내가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바로 우리 아버지가 군대를 안 갔다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미 고인이 되신 아버지는 평소에 보청기를 사용해야만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청력이 약하다. 어릴 때 귀앓이를 심하게 해서 고막이 없으시다. 몸이 안 좋은 날은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직장동 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아, 아픈 사람은 군대에 안 가는 거구나!' 아픈 사람을 빼고는 다 가야하는 것으로, 심지어 여자 짝꿍도 원하면 군대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군대는 그만큼 '열외'가 없는 것이라고….

병역을 면제 받아야 귀족?

세월이 흘러 차가운 바람이 창밖을 매섭게 때리던 2000년 1월. 한통의 전화가 우리 사무실을 완전히 업무마비로 만들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반부패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 현재는 한국투명성기구)'라는 시민단체에서 상근을 하던 나에게는 아직도 그날이 어제처럼 느껴지고 있다. 국민연대는 반부패 시스템의 정착을 목적으로 1999년 8월 창립한 시민단체로서, 부정부패신고센터인 국민 신문고를 운영하고 있었다. 크고 작은 제보들이 들어오고 있긴 했지만, 아직 단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민감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별로 없었다.

제보자로부터 전달받은 문건이 족히 A4용지 1권(250매) 이상은 되는 듯 했다. 바로 '병역비리 리스트'라는 것이었다. 당시 제보자는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지금 드리는 문건은 이미 과거 수사가 진행되었던 현황이다. 수사 자료를 그대로 드린다고는 생각하지 마시고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주기를 바란다. 사실 그대로이고 한 치의 오류도 없다. 단지 명단에 있는 인사들이 모두가 비리에 연관된 것은 아니고 의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그러나 이미 사실로 밝혀져 있는 부분도 상당수 있다. 수사가 완전하게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부패국민연대 분들을 믿기 때문에 이렇게 알려드리는 것이다. 수사가 다시 진행되어서 이 땅에서 병역비리라는 단어가 없어질 수 있도록 해 달라. 그 외에 다른 목적은 전혀 없다. 명단 공개 여부도 알아서 판단하라. 비리가 없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국민연대 사무처에서는 접수된 제보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을 하고 일단 이사회를 긴급 소집하기로 하였다. 이사회에서는 제보의 신뢰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제보자를 철저히 보호하며, 리스트에 대해서는 개별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를 촉구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다.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니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그해 1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지도층 병무비리 수사 재개'를 촉구하였다. 당연히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명단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제보자는 누구인지부터 해서 리스트를 보여 줄 수 없는가까지….

실제로 명단에는 당시 국회의원 21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수사가 중단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들 외에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가 다 아는 재벌가의 남자들, 유명 연예인, 프로스포츠 선수, 모 국립대 총장의 아들, 모 장성의 아들, 모 방송국 간부의 아들까지. 심한 경우에는 한 명이 아니라 세 명의 아들이 모두 군 면제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기자들이 '여당이 많은가, 야당이 많은가'라고 묻는 일이 많았는데, 나는 늘 이런 식으로 답을 해 주었다. "고만고만한 실력이라면 도둑질을 오래한 놈이 장물이 많은 법 아닌가요?"라고 말이다.

2000년은 4월에 16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되는 해로서 무척 미묘한 시점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국민연대 차원에서는 오래 시간을 끌고 리스트를 가지고 있기 보다는 빠른 시일 내에 이슈화하는 것이 자칫 다른 오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그만큼 리스트의 위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기자회견 후 언론이 주로 명단 입수 경위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접근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어느 기자는 국민연대 사무총장 핸드폰으로 음성 메시지를 남겨 협박 아닌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모 일간신문은 리스트가 정부 문서라는 사설을 실었다.

당시 리스트의 형태는 총 3종으로 각기 다른 시기에 작성되었거나, 다른 인물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보자가 임의로 작성하였거나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한다고 하는 것을 상당 부분 배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또한 상당수 수사가 진행되어 처벌이 가능할 수 있을 만큼 정황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아, 제보만을 위한 자료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모 일간지의 정부 문서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다수 정부 문서는 통일된 형태의 기록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와는 달랐으며 또한 서체도 정부 문서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랐다.

또 한 가지 의구심을 가지는 부분이 있다. 아직도 언론에서는 당시 국민연대에 자료를 넘긴 이로, 민간인의 신분으로 병역비리 수사관으로 참여한 김대업씨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김대업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그 이후로도 한참 후의 일이다. 회견 이후 안면이 트인 기자들이 1999년에 김모씨가 또 다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도 찾아갔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이후 참여연대 당시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김대업이라는 이름을 들었다.

그리고 참여연대에 전해준 자료와 우리 국민연대가 받은 자료의 형태가 많은 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우리 사회에서 병역비리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그분의 신분은 밝힐 수 없을 것이다. 분명히 우리 국민연대가 받은 자료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만들어진 자료이며, 이 자료는 당시 수사를 진행한 기관에서도 그 내용을 보다 상세하게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럼에도 회견 후 관련기관인 국방부와 검찰에서 도리어 자료를 넘겨달라고 요구하였다는 것은 커다란 쇼가 아닐 수 없다. 연일 이런 요구에 국민연대는 회의를 통해 최소한 관련수사기관을 지휘할 수 있는 기관은 오로지 청와대뿐이라고 판단하고 명단을 재편집하여 민원으로 접수하였다.

이후 언론이 보여준 형태는 천차만별이었다. 이번을 병역비리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에서부터 회견의 순수성을 의심하여 그 배후가 누구인가라는 언론까지. 당연히 명단에는 언론사 사주도 포함되어 있다 보니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하지만,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들이 알고서 저럴까라고 생각하면 분명 '제 발이 저리니까 그렇지'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당시 한 달간은 사무실의 모든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언론사 기자들과 일반인들의 전화와 내방이 줄을 이었다. 일반인들 중에는 격려하는 분들도 있고, 또 다른 병무비리에 대해 제보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어떤 분들은 온갖 욕설을 해대는 경우도 있었다. 홈페이지도 말이 아니었다.

결국 국민연대의 리스트는 청와대를 거쳐 검찰로 송부되어 일 년간의 수사를 했지만, 정치인 한 명을 기소하는 성과와 흔히 '피라미' 몇 마리를 잡아넣는 선에서 종결되었다. 그래서 최근 또다시 병역비리라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유명 선수들과 연예인들이 신장병의 일종인 사구체신염이라는 병으로 면제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관계기관에서는 신종기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국민연대가 입수한 명단에는 사구체신염으로 면제받은 연예인의 명단이 존재하고 있었다. 결국 사구체신염은 신종기법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온 불법 면제 기법의 하나일 뿐이다.

선택받은 자만이 군에 간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흔히 '사회지도층'의 병역의무이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선출직 공직자와 정무직 공무원을 포함하여 1급 이상의 공무원과 그 자제에 대한 이행 여부가 공개됨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군 복무야말로 국가를 위해 '정당한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는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진정 병역비리를 척결하는 제도를 확립하는데 있어 좋은 비료로 삼을 수는 있어도 종결점이 될 수 없는 것은 시대를 바꿔가며 종식되지 않은 비리가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리가 거듭될수록 국가와 국민간의 신뢰는 회복 불능의 상태로 추락하고 추락한 신뢰의 회복은 그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도 외형상의 회복은 가능해도 진정한 내면까지의 회복은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말로 병무비리의 척결은 '부자가 천당에 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일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천당은 아니지만 지옥에는 가지 않을 만큼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이 있고, 권력이 있으면 군대를 안 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다. 돈이 있으면 군에 안 간다는 유전면제(有餞免除), 돈이 없으면 현역으로 복무한다는 무전현역(無錢現役)이 만연하고 있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민족애니 조국애니 하는 거대담론을 젊은이들에게 설파하는 것은 사회시스템의 왜곡이라는 현 상황에서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돈과 힘이 없어서 군대에 끌려왔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충성심과 충만한 사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자고 강변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알고 보니 돈과 힘을 써서 부당하게 병역을 면탈한 자들이었다고 한다면 그 어느 젊은이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리겠다고 나서겠는가.

돈과 힘이 최고의 선이요, 미덕인 사회

특히 병역이행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의견이 난무하는 현실에서는 과연 군대가 젊은이들에게 필요의 선인지, 아니면 필요악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없다면 누구라도 회피하고 싶은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일 뿐이다.

군 면제를 받기 위한 가진 자들의 횡포는 옛날에도 있었다
군복무를 면제받기 위한 각종 왜곡된 사회현상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우리의 역사를 한번 살펴보면 그 폐단은 더욱 크다. 임진왜란 후 모병제가 실시되면서 군역은 군포 2필을 바치는 것으로 대신하게 되어 군역으로서의 군포는 국가재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 군정의 문란으로 돈 있고 세력 있는 양인은 관리와 결탁하여 군역을 면제받고, 무력하고 가난한 양인만이 군역을 지게 되었다. 따라서 부족한 군포를 보충하기 위해 이미 사망한 군역 대상자에게도 그 몫을 가족에게서 징수하는 백골징포(白骨徵布), 16세 미만의 어린아이에게까지 군포를 징수하던 황구첨정(黃口簽丁), 군포 부담자가 도망하면 친척에게서 군포를 징수하던 족징(族徵), 이웃에 연대책임을 지워 군포를 징수하던 인징(隣徵) 등 갖은 비법이 횡행하였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군복무를 면제받은 자들에 대해서는 많은 질책과 도덕성의 흠결을 이야기한다.

몇 년 전 인기가수 유모씨가 불필요한 디스크 수술 후 4급 공익 판정을 받자 입대 직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군 복무를 면제받았다. 그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후 우리나라 입국이 불허되고 있는 것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당시 모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92%대 8%로 입국 불허가 정당했다고 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아 상당기간 유씨와 관련한 국민적 공분은 식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특권층들이 군 복무를 면제받은 사례와 방법은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그 수법이 달라지긴 하였지만, 공통된 점은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일선에서 징병을 하는 관련 공무원을 매수하였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이들에게 흔히 붙는 면제 사유로는 수핵탈출증, 체중 과다, 체중 미달, 고도근시, 급성 간염, 무릎관절운동장애, 고령(高齡) 면제, 국적 상실 등등. 국민연대에 제보된 명단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병명들이었다.

이런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여 몇해 전부터는 사회 일갈에서 신군포제(新軍布制)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돈이 있으면 돈을 내고 군 복무를 면제받고 그 돈으로 정부는 양질의 군인을 양산하는 데 사용하면 오히려 군 병력을 감축하여도 군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고픔보다는 고르지 못함을 탓하다

병무청 자료를 보면 2009년 말 만 19세로 징병검사 대상자 중 현역과 보충역을 포함한 합격자 비율은 96.4%로서 단지 2.4%만이 신체와 신분의 결함으로 병역을 면제받고 있다.

흔히 사회지도층들이 간염이니 허리디스크니 폐결핵 또는 정신병이니 하는 사유로 면제를 받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들의 유전자는 모두 열성인지 묻고 싶다. 2, 3대에 걸쳐 군대에 안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병들은 이후 생활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내외형의 장애를 남기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보자.

모그룹의 창업주 손자인 O씨는 수핵탈출증, 흔히 말하는 허리디스크로 병역을 일찌감치 면제받았다. 그는 지금도 열심히 골프채를 휘두르며 왕성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 결혼도 하여 아들도 낳고 잘 살고 있다.

또한 연예인 O씨는 내과계 질환인 조기흥분증후군으로 면제받았다. 이 병명은 극도로 긴장을 하면 심장 활동에 이상이 생겨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병이다. 그는 지금도 각종 방송에서 그 누구보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방송 카메라만 봐도 가슴이 두근두근 막 뛰고 숨이 벅차오르는데, 그는 데뷔 처음부터 신인 같지 않은 모습으로 스크린에 나타났다. 이 두 사례만 보아도 그들의 병역면제에는 법과 상식 이외에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이러니 군대에 가면 바보 멍청이요, 안가면 좋은 신랑감이 되는 현실에서 과연 누가 3년이라는 젊은 시절을 군에서 썩고 있겠는가?

군대는 젊은이를 썩게 만든다?
2002년 어느 국회의원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군복무 수행에 대한 보람을 묻는 항목에서 그저 그렇다 9.5% 그렇지 않다 19.5% 전혀 그렇지 않다 4.9%로 33.9%가 부정적 답변을 했다. 즉 1/3이 넘는 젊은이들이 군복무를 마친 후에도 군복무 자체를 불필요하게 느끼거나 2년이 넘는 군 복무기간이 부담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어떨지 궁금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백성은 배가 고픈 것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고르지 못한 세상을 탓한다고 하였다. 지금의 상황이 꼭 그런 모습이다. 분단된 조국이요, 강대국의 틈바귀에 끼여 국가와 민족을 지켜야 한다면 당연히 징병제라도 해서 군에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나만 손해 본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설령 군에 갔어도 국가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것은 보편타당성, 공평성, 공정성이 생명인 국가정책의 핵심을 훼손하는 일이다.

사회문화의 변화 없이 병역비리 근절 없다

이제부터 우리가 논의하고 실천해야 하는 방식은 병역비리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단속과 감시 위주의 방식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접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저 태백산 깊은 산골의 발원지부터 수질관리를 하지 않으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식수에 대한 안전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소중한 젊음을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중에는 불의의 사고로 다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예도 허다하다. 한참 일하고 공부해야 할 시기에 2, 3년이라는 세월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낭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함께 고민하고 나누어 짊어져야 할 자랑스러운 자산이자 추억이 아닐까. 물론 이런 사고의 전환은 법과 처벌이 아닌 오랜 세월 사회 저변에 축적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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