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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위헌 여부를 선고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지난해 9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위헌 여부를 선고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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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여당, 경찰은 지난 2009년 9월 헌법재판소(헌재)의 집시법 제10조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은 야간 집회·시위를 전면 허용할 경우,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시간 규정(밤 11시~오전 6시)을 명시해, 공공의 안녕을 위한 야간 집회·시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게 정부측 주장이다.

하지만 헌재 결정과 현행 집시법을 살펴보면,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집시법 제10조(옥외 집회와 시위의 금지시간)을 빼놓고도, 집시법 안에는 야간 집회·시위를 금지할 조항이 수두룩하다.

헌재, 헌법 37조2항 주목... 야간집회 금지는 본질적 권리 제한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헌재 재판관 9명 중 5명은 단순위헌, 2명은 헌법불합치, 2명은 합헌 의견을 냈다. 헌재 재판관 6인이 위헌 의견을 내야 최종적으로 위헌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 결정은 사실상 집회·시위 허가제로 운용된 집시법 10조가 헌법 21조에 위배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각 재판관들이 이같은 의견을 제시한 것은 헌법 21조 자체보다는 헌법 37조 2항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고려한 결정임을 알 수 있다.

위헌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 중 조대현·송두환 재판관은 집시법 제10조가 헌법 21조 2항뿐 아니라 헌법 37조 2항의 위반을 함께 선언해야 한다는 위헌보충의견을 냈다. 이들은 "집시법 제 10조 본문이 야간옥외집회를 일반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 사유도 없이 집회의 자유를 상당 부분 박탈하는 것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 헌법 조항은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지만,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찰이 공공의 안녕을 위해 법률로 집회를 막더라도, 헌법상 보장된 권리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게 헌재의 해석이다.

이들은 또 "집회과정에서 공공질서나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형법 기타의 법률에 의하여 처벌대상으로 되기 때문에 공공질서나 타인의 법익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예상만으로 집회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도 냈다. 집시법 말고도 타인 권리 침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은 많다는 것이다.

집시법 5·8·12·14조... 야간 집회·시위 얼마든지 규제 가능

지난 6월 24일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 개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가 파행을 빚고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자 안경률 위원장이 이석현 의원에게 위원장석에서 비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 개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가 파행을 빚고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자 안경률 위원장이 이석현 의원에게 위원장석에서 비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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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2명(민형기·목영준) 재판관의 의견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집시법 10조가 사전허가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집시법 10조의 '허가 규정' 때문에 일몰 시간 이후에도 집회·시위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 재판관은 조대현·송두환 재판관과 마찬가지로 헌법 37조 2항 위배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들 재판관은 집시법 10조가 일몰시간 집회·시위 제한이 주간 동안 직업·학업을 해야 하는 직장인과 학생의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결과를 지적하면서 "우리 집시법은 제8조, 제12조, 제14조 등에서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과 사회의 공공질서가 보호될 수 있는 보완장치를 두고 있으므로, 옥외집회가 금지되는 야간시간대를 집시법 제10조 본문과 같이 광범위하게 정하지 않더라도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시법 제10조는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제한을 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집시법 8조는 사전 신고제와 함께 집회·시위의 내용과 양상에 따라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라 경찰이 주거지역·학교·군사시설 주변의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

이 법은 다시 5조와 12조와 연결되는데, 5조는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12조는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집회·시위 금지다.

14조는 확성기·북·징·꽹과리 등의 기계·기구(확성기)를 사용하여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 등 기준 초과 소음으로 타인에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확성기를 뺏거나 소음을 줄이도록 명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재판관들이 지적하는 것은 국내에는 집회·시위에 대한 전면적인 신고제가 시행되고 있고, 시간제한 말고도 다양한 형태의 집회 제한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집회·시위에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의 주요 근거가 심야시위의 폭력성, 공공안전 위협, 타인 권리 침해 등이 우려된다는 점인데, 집시법 제10조에 시간제한 규정을 넣지 않더라도 이미 상당부분 다른 조항으로 해소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시내 집회·시위 금지통보 건수 (서울지방경찰청 자료)

기간
총계
금    지    사    유
금지
장소
금지
시간
공공
질서
위협
장소
경합
교통
소통
보완
불이행
생활
평온
침해
학교
시설
군사
시설
잔여
집회
금지
2010.
1~8월
663
8
5
403
61
132
0
51
3
0
0
2009
824
18
6
374
172
174
20
49
5
1
5
2008
215
5
2
26
98
69
1
4
2
1
7

실제 서울경찰청의 최근 3년간 집회·시위 금지통보현황을 보면, 각종 사유로 들어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는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추세이고, 특히 '공공질서위협' '교통소통' 문제를 이유로 집회·시위를 허가하지 않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 확인된다.

이는 야간 집회·시위 제한 조항 없이도 집시법 내 다른 조항을 적용해 집회 금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현실적인 수치이기도 하다. 경찰은 야간 집회·시위의 허용으로 경찰은 '격무'에 시달릴 것을 두려워하지만, 다른 이유로도 얼마든지 규제할 수 있는게 현행 집시법이다.


태그:#집시법,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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