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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레길이 여전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구제주 도심으로 진입한 올레17코스가 개장하여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구제주는 예전같은 활력을 찾기 힘들만큼 침체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데, 마침 올레코스가 이 곳을 지나는 종착지로 마련된 것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자연과는 동떨어진 듯한 인상을 주는 도심으로 통하는 올레코스의 선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접 걸어보면 알 수 있게 됩니다. 주로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대부분이지만 '수근연대'나 '제주목관아', '관덕정', '돌하르방', '남문성터', '오현단' 등은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제주도가 지닌 중요한 역사유적입니다. 또한 제주목관아나 오현단 내부에 잘 자란 나무들이 주는 풍경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올레를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제주시에서 동쪽에 자리잡은 사라봉 인근에 있는 국립제주박물관에서 말입니다.

볼 일을 마치고 어슬렁거리며 박물관 주변을 산책하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말 모양의 '간세'라는 녀석입니다. 올레코스를 다녀보신 분은 척하면 알게 되는 파랗고 네모난 속 빈 녀석 말이지요.
 
반가워한 것도 순간, 잠시 동안 헷갈렸습니다. '이상하다? 17코스가 여기까지였었나?' 하고 말입니다. 가만히 기억을 되살려보면 저 아래쪽인 '산지천 광장'에서 끝나는 것이니 이쪽까지 올라올 수가 없는 동선입니다. 이 의뭉스러운 '간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발길을 옮겨봅니다. 그랬더니 휴게실로 꾸며 놓은 건물 안이 유리창 너머로 보입니다. 그리고, 유리창에 또 이런 게 붙어 있습니다.
 

마치 숨겨 놓은 보물을 찾으라고 하나씩 힌트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간세체험'은 또 뭘까? 처음 맞는 생경한 단어가 궁금증을 더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넓고 깔끔한 휴게실이 저를 맞이합니다.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자판기와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컴퓨터, 그리고 문화,역사 관련 도서 몇권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간세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안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조심스레 내부를 들여다 봅니다. 말끔하게 꾸며놓은 체험공간입니다. 여성 두 분이 테이블을 두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선뜻 말을 건네기가 쑥스러워서 조용히 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간세인형들과 색색 고운 실이 예쁘기도 합니다. 이제 '간세체험'이 무엇인지 묻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살짜기 흥얼거리며 작업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제주올레'는 그렇게 문화의 영역까지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다양한 체험행사와 전시를 마련하는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올레, '간세체험'도 함께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해 봅니다.


태그:#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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