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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전에 인터넷에 눈을 끄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1박2일>, '벽화가 사라졌다'라는 뼈대로 작성된 글귀였습니다. <1박2일>이야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더라도 그 인지도 덕에 잘 알고 있는데 '벽화가 사라졌다'는 글귀는 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내용을 보니 그 사연이 참 한심했습니다. 쉽고 짧게 적으면 '텔레비전 프로그램 덕에 유명세를 탄 어느 골목에 그려진 벽화가 밤낮없이 출몰하는 사람들 때문에 주민의 불편이 심각한 정도가 되어 화가가 지우기로 맘먹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가 바라는 것을 얻고자 할 때에 그것이 다른 이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잘 따져보지 않는 것은 참 안 좋은 일입니다. 반대로 그 덕에 저는 한 가지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게 되기는 하였습니다.
 
바로 이 곳 제주 시내의 어느 골목에 벽화가 그려진 이른바 '벽화골목'이 있다는 것을요. 언제곤 한 번 구경해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사그러진 기억이 새롭게 다가온 것입니다. 그래서 행장을 꾸려 그곳으로 찾아가 보았습니다.
 

흔히 '두맹이골목'이라고 부르는 이 곳은 그 동네 이름이 '두맹이'라고 불렸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벽화 작업을 하던 이들이 자료조사를 하면서 다시금 끄집어낸 '잊혀져 묻혀버릴 뻔한 고물'같은 과거의 흔적이라고 들었습니다.
 
결과물은 크게 두 가지를 테마로 삼는 듯합니다. 하나는 '자연'이고, 하나는 '동심'쯤 될 듯 합니다. '자연'은 '식물(꽃)과 나비'를 대표선수로 내놓았고, '동심'은 '옛날 어린이'를 내놓았습니다. 두 테마는 겉으로 볼 적에도 확연히 다른 냄새를 풍깁니다. '자연'의 경우는 문양처럼 일종의 장식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동심' 쪽은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마치 빛바랜 옛날 사진을 보는 듯 합니다.

 

어린이들이 놀던 골목을 오늘날에 재현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려는 심사였나 봅니다. 그런데 이 둘이 잘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 내게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한 과거회상, 추억이라는 것이 과연 정작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그런데, 작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듯한 쉼터에서 어린이들을 만났습니다.

 

이 부근의 벽에는 만화 주인공들이 빼곡합니다. 로봇태권브이, 들장미소녀 캔디, 고우영 삼국지의 주인공, 머털도사 그리고 아기공룡 둘리까지. 제가 사진기를 들고 다가가니 어색해합니다.

 

먼저 말을 건네니 어린이들이 말문을 엽니다. 세대를 달리하는 만화주인공에 대해 어린이들이 묻는 것입니다. 저 그림은 누구? 또 저어기 그림은 누구? 이런 식입니다. 어찌되었든 대화가 이루어졌으니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도대로 된 것일까요.


두맹이 골목은 예상대로 한적합니다. 하지만 골목에 사람이 없지는 않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그 덕에 적당히 따뜻해진 길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머니, 할머니들도 보이고, 얼마나 긴 시간을 골목에다 쏟아붓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이들도 존재합니다.
 


골목의 주인인 그이들은 어떤 생각일까요?


아무래도 만날 보아온 그림들일테니 풍경의 일부로 느끼겠지요. 어쩌면 그 존재를 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때때로 찾아드는 철새같은 이방인이 사진기를 들고 폼잡고 있는 모습을 보일 때에만 잠시 벽화의 존재를 되새기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누가 작업을 하든 그것이 '공공미술'이거나 '공공건축'이거나 여타 다른 것이든 간에 그것이 그곳에 사는 참주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것인지 고민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은 결과는 그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잘 이루어졌느냐 하는 과정이 관건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오래된 골목의 심성을 산뜻하고 매력적인 '풀꽃과 나비'가 담아내려면 아무래도 세월이 더 흘러야 가능할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태그:#두맹이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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