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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 하늘 수영만의 날씨는 쾌청했다. 15년을 한결같이 부산국제영화제호를 이끈 김동호 위원장의 마지막 개막식을 도우려는 듯 선명한 하늘에는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전날(6일)부터 밤을 지새운 관객들의 열정도 지난 15년간 이어지는 익숙한 장면이었다. 개막을 고대하는 관객들은 빨리 입장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제의 묘미인 레드카펫은 붉은색이 뿜어내는 열정만큼이나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불살랐다. 중간고사 기간인 중고생들도, 수업 빼먹고 왔다는 대학생들도 스타 배우의 등장을 기다리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한곳에 모인 시선 위로 스타 배우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그들이 지르는 함성이 수영만에 메아리쳤다. 스타들이 그들을 들뜨게 했고 영화가 그들을 설레게 했다.  67개국 307편. 영화의 바다로 들어서는 세상은 흥미롭고 한껏 고조된 분위기만이 가득했다. 영화 잔치의 시작이었다.

67개국 307편, 영화의 바다로 출항!... 개막작 상영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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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7일 저녁 수영만 야외상영장에서 성대한 개막식과 함께 15회 행사의 막을 올렸다. 5000여 좌석이 관객들로 가득 찬 가운데 진행된 개막식에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산사나무 아래>를 연출한 중국의 거장 장이모우 감독을 비롯해 미국 선댄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존 쿠퍼, 중국 배우 탕웨이, 일본 배우 아오이 유 등 해외 영화인들이 대거 참석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열다섯 번째 행사를 축하했다.

국내 스타 배우들도 총출동해 관객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개막식에 앞서 시작된 레드카펫 행사에는 이선균, 원빈, 안성기, 정우성, 전도연, 문소리, 수애, 예지원 등 국내외 스타배우들이 관객들의 커다란 환호 속에 입장해 관객들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올해 국내에서 개최된 영화제들 중 가장 많은 배우들이 참석해 레드카펫을 빛냈다.

이번 영화제를 끝으로 부산영화제와 작별을 고하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 감독 배우들과 함께 맨 마지막에 입장했는데, 김동호 위원장이 입장할 때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지난 15년간에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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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은 배우 정준호 한지혜씨의 사회로 시작됐다. 정준호씨는 "부산영화제 사회를 맡은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얼마 전 결혼한 한지혜씨는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조직위원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은 개회사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최고 영화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부탁한다"고 요청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했다. 순간 화려한 불꽃놀이가 수영만 하늘을 수놓으며 영화의 바다로 항해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출발을 알렸다.

이어진 축하공연은 가수 노영심씨가 맡았다. 노영심씨는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작사, 작곡한 <당신의 이 순간이 오직 사랑이기를>을 연주해 부산영화제의 성공을 향한 특별한 마음을 전했다. 노영심씨의 공연에서는 김남길, 문소리, 엄정화, 예지원, 황정민씨 등이 송일곤 감독이 촬영한 노래 영상에 출연해 한 소절씩 노래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축하공연에 이어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 심사위원이 소개됐고, 마지막으로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 장이모우 감독과 주연 배우 조우 동유, 샨 도우의 소개를 끝으로 공식 개막 행사는 마무리됐다.

부산국제영화제다운 군더더기 없이 짧고 간결한 개막식이었으나 이어진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 상영이 자막기의 전원 문제로 15분 정도 늦춰져 영화제 관계자들을 잠시 긴장시키기도 했다. 다행히 별 무리 없이 상영을 했고 영화제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관객에게 공식 사과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조희문 위원장 불참

한편 레드카펫 행사에는 진동섭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과 영화제 개막식 행사를 국정감사 일정으로 잡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으나 영화진흥위원회 조희문 위원장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조 위원장은 최근 국내 다른 영화제 행사 때도 레드카펫을 피하거나 늦게 들어왔는데,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영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 아예 참석하지 않아 사퇴가 임박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조 위원장 쪽에서 참석을 안 하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최근 영진위원들이 사퇴 결의를 한 데다 6일 국정감사 준비 부실 문제로 업무 보고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안팎의 사퇴압력에 직면하면서 아예 참석하지 않은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최근 영진위의 독립영화 진영 옥죄기에 대해 김동호 위원장까지 나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진위 정책에 쓴소리를 할 만큼 비판적인 의견을 내고 있기도 하다. 단편영화나 독립영화, 다큐영화 지원 중단 등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며 이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장 감독의 멜로영화...주제보다는 어떻게 표현했느냐가 중요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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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산사나무 아래>는 거장 장이모우 감독이 순수한 사랑을 주제로 만든 멜로영화다. 베이징 올림픽 개폐막식 연출과 대규모 작품 연출에 주력해 왔던 감독으로서는 의외로 소박한 주제를 택한 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담고 있다. 문화혁명 당시 우파로 몰려 정치적으로 투옥된 아버지 때문에 어려운 형편을 이어가고 있는 징치우가 라오산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몇 차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이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결말이 뻔히 예상될 만큼 이야기가 단조롭고 슬프게 마무리 되는 전형적인 멜로 영화다.

7일 오후 4시 CGV센텀시티에서 개막식을 앞두고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장이모우 감독은 영화가 여러 차례 되풀이 된 소재로 신파극적인 면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30년간 많이 나온 주제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원작대로만 찍었고, 내용보다는 연기자들이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평소 작품마다 강조하던 색깔이 있었으나 이번 영화에는 특별히 강조하는 색깔이 없고 담담하고 조용하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흰색과 붉은색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었냐'는 질문에 장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또 "중국에서 2007년부터 원작 소설이 퍼지기 시작했으나 다른 작업을 진행중인 게 있어 관심을 못 가지고 있다가 영화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선택하게 됐다"면서 "마지막 부분에서 여주인공이 자신의 이름을 상대 남성에게 불러주는 장면에 감동을 받아 영화로 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대사회에서 멀어진 순수한 사랑 알려주는 잔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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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4회 영화제 당시 폐막작 <책상서랍 속의 동화>로 부산을 찾은 적이 있는 장 감독은 지난 11년간 부산의 변화에 대해 4회 때 상당히 좋았고 발전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시아 최대 최고 영화제가 됐고, 중국팬들도 많이 참여한다며, 김동호 위원장의 마지막 영화제에 개막작을 맡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사나무 아래>의 주연을 맡은 배우 조우 동유와 산 도우는 중국 전역에서 수 천 명에 달하는 지원자들 중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인들로 화제가 된 배우들이다.

이들은 거장 감독과 작업을 해 본 경험에 대해 연기뿐만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인간적 도리에 대한 가르침도 많이 받았다며, 어떤 장면은 100번 넘게 촬영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감독님이 인내심을 갖고 가르쳐 줬다며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감독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막작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특히 40~50대 여성 관객들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영화라며 상당히 만족해했다. 한 50대 여성 관객은 "뻔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멀어진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의미를 알려준 작품이고 잔잔한 멜로라서 더 감동적이었다"며 별 다섯 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변재란씨는 "관심 있게 봤는데 영화가 참 좋았다"며 호평했고,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도 "영화가 정말 좋았다"며 "작품성이나 여러 면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30대 젊은 관객들은 "영화 내용은 좋았다"면서도 "신파극으로 보이기도 했다"며 평점은 5점 만점에 3점에서 3.5점 정도를 제시해 세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 P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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