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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일부터 9월 30일까지 60일 가까이 목회자들이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해 '4대강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릴레이 금식기도를 했다. 4대강 중단 금식 기도는 대전충남기독교연대가 주최하고 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가 주관했다.

 

30일에는 기장 부여 에덴교회에서 대전노회와 충남노회 통일사회위원회 주최로 최병성 목사를 강사로 강연회를 열었고, 이어 부여보 현장 기도회도 열었다. 그동안 릴레이 금식기도에 참여했던 대전충남지역의 목회자들은 부여보 현장 기도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금식을 마치고 1일 오전 금식현장에서 60일 동안 쳐두었던 천막을 걷었다.

 

오는 3일 8시에 금식기도현장에서 천막 없이 마지막 촛불기도회를 여는 것으로 목회자들의 릴레이 기도회는 모두 마치게 된다.

 

그러나 릴레이 금식을 마친 목회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 금식기도회다. 서울역 시청광장에서, 시청광장이 열리지 않으면 대한문 앞에서 오는 4일부터 2박3일간 노숙철야 금식기도회를 연다. 4대강을 지키는 4개종단 1000여 명의 성직자들이 참석하여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4개 종단 성직자들이 연합하여 노숙철야 금식기도회를 열게 된다. 이 기도회는 오로지 생명의 강을 지키자는 신앙고백으로 4개 종단 성직자들이 함께 하게 된다. 아마도 이명박 정부가 세우는 또 하나의 역사적인 진기록이 될 것이다. 

 

역사적 진기록, 4개 종단 성직자 1000여 명 노숙금식기도회

 

 

4대강 토목공사는 토목자본의 탐욕을 채워주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벌인 판이다. 가난한 서민들과 장애우들, 절대빈곤층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예산까지 깎아서 이명박 정부는 토목자본의 입에 국민혈세를 바가지로 퍼주고 있다. 그동안 4개 종단은 4대강문제를 생명문제로 인식하고 우리 사회와 국민들에게 문제점을 부각해 왔다. 이제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군사작전을 감행하듯 해치우고 있는 4대강 공사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얼마 전 4대강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환경운동 활동가들이 함안보와 이포보에 올라갔다. 생명의 강물이 흐르도록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고 소리 질렀다. 하지만 온 국민이 다 들었던 그 소리를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귀를 막고 듣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다 지르다 지쳐, 제풀에 지쳐 환경운동가들이 함안보와 이포보를 내려와야 했다.

 

이포보의 활동가들이 내려오면서 이제 4대강은 막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과 절망감이 생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럿이 온 힘을 다해서 밀어도 끄떡하지 않는 철벽같은 콘크리트를 마주한 것과 같은 절망감. 이포보 철수 이후에 이 절망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환경운동가들이 저렇게 살신성인의 심정으로 자신을 찌르면서 "제발 그만해!" 하고 외쳤음에도 끄떡하지 않는 철벽 앞에서 '이제 누가 무슨 힘으로 생명의 강을 지킨단 말인가' 하는….

 

종교인들이 전국 강을 무른 메주 밟듯 다니며 온 몸을 던지는 오체투지로 대운하 반대를 외칠 때,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를 포기하는 것처럼 하다가, 4대강으로 슬쩍 껍데기만 바꿨다. 이후 생명의 강을 지키자고 4대강 현장을 찾아서 종단차원에서 혹은 종단연합으로 함께 기도회를 연 것이 몇 차례인지 헤아릴 수도 없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4대강 문제에 오로지 제 길을 가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야 어찌되었건 내 뜻대로 내 길을 간다는 식이다.

 

 

일거에 강바닥을 다 긁어내고, 국제기준에서는 댐이라 할 수 있는 보를 설치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야 했다. 이건 상식이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정말 4대강 공사가 필요하다면 4대강의 보(댐) 16개를 한꺼번에 밀어붙일 것이 아니었다.

 

우선 시범적으로 댐 하나만 해보고, 그 하나를 정말 철저하게 만들어서 '자 봐라! 문제가 없지 않느냐'하고 4대강 공사의 정당성을 먼저 입증했어야 했다. 환경단체가, 전문가들이 애원하다시피 했는데도 정부는 온 나라를 다 뒤집어엎는,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상식과 합리가 통하지 않는 정부가 바로 이 정부다.

 

4대강은 민주주의 파괴사업, 대통령이 결단해야

 

60일간, 4대강 릴레이 금식기도를 하면서 솔직히 '이런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듣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목사인 나조차도 무력감이 생겼다. 하지만 목사는 현실이 아무리 절망스러워도, 그 절망의 현실 가운데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목사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모든 성직자들이 다 그렇다고 믿는다.  

 

이제 4대강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단순히 환경문제를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을 무분별하게 파헤치면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도 파헤치고 있다. 민주주의가 전면 부정되고 있고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 그래서 4대강문제는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닌 오늘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총체적인 위기로 봐야 한다. 4대강사업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정부는많은 부분 허위이거나 과장되었거나 아니면 엉뚱한 자료를 가지고 그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 무리하게 4대강공사를 강행하다 보니 정부 스스로 탈법과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이렇게 거짓으로 국민을 기만하면서 속도전으로 공사를 강행하여 원상복구가 불가능할 만큼 일단 파괴해놓고, 어쩔 수 없이 중단하라는 말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그 속셈은 정말 치사하고 파렴치하다.

 

이 짓은 강과 생명에 대한 폭력이기도 하지만,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부가 이런 일을 한다면 그 정부는 범죄 정부다.

 

4대강 사업 질주, 성직자들이 막아야

 

오늘 미친 듯이 밀어붙이는 4대강 개발 공사로 수많은 자연의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것을 두 눈으로 보면서 "그만해! 강물이 자기 모습을 가지고 흐르도록 공사를 중지해!" 아무리 소리쳐도 듣지 않는 이 정부의 넋 빠진 저 4대강 질주에 누가 운전석에 뛰어 올라가 운전수를 끄집어내려야 할 것인가? 죽어가는 저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해서 누가 앞서 싸워야 하는가?

 

나는 성직자들이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싸우고 희생하고, 기꺼이 4대강을 위하여 우리가 져야할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믿는다.

 

4일, 서울시청 앞 어간에서 1천명의 4개 종단 성직자들이 2박3일간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노숙철야기도회를 연다. 이 기도회에 참가하는 성직자들은 4대강을 지금처럼 마구잡이로 밀어붙인다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본인을 위해서나 국민들을 위해서 스스로 결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목사님들이, 신부님들이, 스님들이 교무님들이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해야 한다. 4대강 문제가 국민 이슈가 되게 한 데는 성직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제는 결자해지의 차원에서라도 1천명의 성직자들이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4대강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기쁨으로 역사의 십자가를 져 생명의 강을 지키고,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고, 국민들의 아픔을 싸매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대전빈들감리교회 목사로 대전 기독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태그:#성직자, #민주주의, #금식기도, #퇴진운동,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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