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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넓게 펼쳐진 거미집에서 X자의 흰색띠에 맞춰 사지를 벌리고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호랑거미는 역시 만만치 않는 거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나저제나 거꾸로 매달려 미동도 하지 않는 호랑거미는 기다림에 이골이 나 있습니다.

X자 흰띠에 맞춰 사지를 벌린 채 먹잇감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 호랑거미의 위용 X자 흰띠에 맞춰 사지를 벌린 채 먹잇감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 김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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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종류의 거미가 거미줄 중간에 눈에 잘 띄게끔 Z자형의 흰색 실을 치고 있는데 이를 '숨음띠'라고도 합니다. 이 띠는 거미가 숨어서 먹이를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며 꽃처럼 보이기도 해서 다른 곤충들을 유인하며 새의 접근을 막는 일종의 방책도 되는 것입니다.

잠자리채 대용입니다.
▲ Y자형 나뭇가지 잠자리채 대용입니다.
ⓒ 김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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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띠 모양을 보면 거미를 구분할 수 있는데, X자 모양이면 호랑거미와 꼬마호랑거미집이며 세로로 I자 모양이면 긴호랑거미집입니다. 응달거미는 달팽이 모양이며 풀거미, 무당거미는 입체적으로 집을 짓습니다.

거미줄은 몸 속에 있는 단백질로 구성되어있어 계속 거미줄을 뽑을 수 있습니다. 액체상태의 단백질이 관 같은 부분을 통과하면서 특수세포에 의해 물이 제거되고 산성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 물질과 액체단백질이 만나 질기고 접착력이 좋은 거미줄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이슬에 반짝이는 거미줄은 금세 끊어질 듯 보이지만 강철보다 강한 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줄을 인위적으로 여러 가닥 모으면 그 어떤 섬유보다도 강합니다. 따라서 근래의 방탄복도 거미줄의 성질을 이용해 만들고 있습니다.

유년시절 Y자나 둥글게 말아 쥔 나뭇가지로 거미줄을 떠서 들녘을 달리며 잠자리를 잡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나뭇가지를 둥글게 말아 만든 잠자리채-망 대신 거미줄입니다.
▲ 거미줄 잠자리채 나뭇가지를 둥글게 말아 만든 잠자리채-망 대신 거미줄입니다.
ⓒ 김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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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거미줄에서 떨어져 있어도 먹잇감이 걸려드는 순간을 진동으로서 알아차립니다. 드디어 잠자리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들었습니다. 오매불망하던 호랑거미는 재빨리 다가가 '샤악샥' 꽁무니의 방적돌기에서 연거푸 거미줄을 발사합니다. 순식간의 일입니다. 통상, 거미는 거미줄을 뿜어내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데, 호랑거미는 잠자리가 걸려들자 순식간에 거미줄을 쏴 제압하고 있습니다. 어부의 투망 던지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먹잇감이 걸려들면 순식간에 거미줄을 발사합니다.
▲ 거미줄 발사 먹잇감이 걸려들면 순식간에 거미줄을 발사합니다.
ⓒ 김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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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걸려들면 살아나는 곤충은 거의 없습니다.
▲ 먹잇감의 포박 한번 걸려들면 살아나는 곤충은 거의 없습니다.
ⓒ 김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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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먹이가 날아 갈까봐 뱅글뱅글 실타래를 돌리듯이 포박을 하고서야 안심인 듯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러고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금 기다림의 시간에 듭니다. 일단 한번 걸려들면 거미줄을 끊고 살아나는 곤충은 거의 없습니다. 머리 좋은 거미의 사냥술은 순간적입니다.

다시금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집니다.
▲ 조용히 원위치로 다시금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집니다.
ⓒ 김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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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거꾸로 서서 배만 보여주는 것일까?' 늘 궁금증을 자아내는 거미는 전 세계에 약 3만 여 종, 우리나라에는 약 600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옛날에는 곤충으로 분류하였으나 현재는 거미강으로 별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새가 공중을 나는 광경을 보고 날틀(비행기)을 만들었듯이 거미의 줄타기에서 번지점프 (Bungee jump)가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임도를 걷다보면 때론 얼굴에 거미줄이 감겨 기분이 상할 때도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거미집입니다. 숲에는 크고 작은 풀과 나무 그리고 온갖 생물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대할 때가 되었습니다.


태그:#호랑거미, #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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