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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업무정지 2개월의 중징계를 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8일 오후 이란계 은행인 서울 대치동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중대한 정책에 변화가 있으려면 최소한 6개월 이상 유예기간을 둬야 하는 것 아닌가. 갑자기 기획재정부에서 전화 한 통으로 은행에 거래 중단 통지를 하면, 기업들은 그냥 부도나라는 것밖에 안 되지 않은가."

 

이란에 대한 정부의 독자적인 제재안이 공식 발표되던 8일. 이란 쪽에 금속부품을 수출해 온 A사의 김아무개 사장은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미 지난 7월 미국의 이란제재법 통과 이후부터 국내 은행들은 이란과의 수출대금 거래 등이 거의 중단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 경제제재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이라며 "지난달 말에 정부에서 일부 대출금 연장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것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도 자동차 수출 중단, 가스공사 계약 파기

 

정부의 대(對) 이란 제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이미 이란과의 거래가 중단됐거나,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재고까지 떠안는 등 심각한 재정 위기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9일 이란 수출중소기업 72개 회사를 상대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90%에 달하는 회사들이 이미 이란과 거래가 중단됐거나, 자금 조달이 안 되는 등 피해를 입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제재안이 나오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중앙회 국제통상실 관계자는 "한달 전에 조사했을 때 이미 이란과 거래하던 기업들의 상당수가 피해를 입고 있었다"면서 "이후 정부에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대책을 마련했지만, 아직 해당 기업들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 이란 수출규모는 지난 2005년 21억4100만 달러를 시작으로 계속 증가 추세였다. 지난 2008년 43억4300만 달러였고, 2009년에 39억9200만달러, 올 7월까지만 해도 2억2300만 달러로 상승세였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가 시작되면서, 국내기업들에게도 불통이 튀었다. 이란 자동차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이란쪽에 보내는 자동차 수출을 중단했다. GS건설도 작년 10월에 수주한 1조4000억 원 규모의 가스시설 공사 계약을 파기했다.

 

관세청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더라도, 지난 7~8월 동안의 대 이란 수출액이 크게 줄어 들었다. 물론 수입도 30%이상 감소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미국의 금융 제재조치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면서 "본격적인 제재안이 발표된 만큼 당분간 우리 수출기업의 피해도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수십 억 재고 떠안고 수출대금 못받고

 

문제는 어느 정도 자금력 등을 가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이란 쪽과 관련돼 있는 중소기업은 모두 2000곳이 넘는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이란 제재와 관련해 정부의 안일하고, 미온적인 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또 중동의 황금시장으로 불리는 이란에서 국내 기업들이 상당수 물러나면서, 중국 등 경쟁기업들만 유리해 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란 수출기업이라고 밝힌 B사의 경우, 이미 수 억 원에 달하는 재고가 창고에 쌓여 있으며, 자신들이 이란 쪽에 보낼 물량이 들어오면서 30억 원에 달하는 재고를 떠안게 됐다고 한다. 이 기업 관계자는 중앙회쪽에 "앞으로 자금 운용이 막막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부의 이번 제재안이 나오기 전부터 국내 금융기관들이 신용장 개설 자체를 해주지 않거나, 금융거래를 중단하면서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업체 관계자는 "이란쪽에 보낼 물건을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터에 제재안이 터져나왔다"면서 "현재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들이 그대로 제고 쌓이고, 원자재와 인건비 결제 등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대체 우리 정부는 누굴 위해 이번 (이란) 제재에 동참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처럼 정보도 약하고, 오로지 물건 만들어 수출만 하는 업체 입장에선 정부의 이런 결정 하나로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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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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