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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했다는 원피스. 거의 검정에 가까운 색인데 '네이비'라는 설명에 엄마는 실제 제품은 푸른색일 걸로 짐작하고 주문했단다.
 엄마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했다는 원피스. 거의 검정에 가까운 색인데 '네이비'라는 설명에 엄마는 실제 제품은 푸른색일 걸로 짐작하고 주문했단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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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ㅠㅠ)."

택배상자를 열어본 엄마의 반응이 마뜩찮다. 낮에 택배가 올 테니 받아두라기에 무언지도 모르고 챙겼건만, 그 정체는 새로 산 원피스였다. 그런데 옷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 내가 봐도 우리 엄마 평소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 엄마는 여름 원피스를 사야겠다며 몇 주 전부터 노래를 불렀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색이나 소재 모두 요즘 입을 옷은 아니다.

어디서 옷을 샀느냐 물으니 '인터넷'이란다. 인터넷! 회사 일 때문에 억지로 인트라넷에 접속하는 거 빼면 자기 이메일 주소나 아이디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 엄마가 인터넷 쇼핑을 했다고? 평소에 인터넷으로 사야 할 물건이 있으면 무조건 나에게 '선주문'하고 보던 엄마가 나도 모르는 사이 직접 인터넷에서 원피스를 구매했단 말인가?

알고 보니 요즘 회사에서 인터넷 쇼핑 붐이 인 모양. 모 쇼핑몰이 그렇게 괜찮더라 하는 '강추'를 듣고 엄마도 부화뇌동, 띄엄띄엄한 솜씨로 사이트에 들어가 옷을 주문한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며칠 전 한창 기사쓰기에 몰입해 있을 때 저쪽 방에서 엄마가 와보라는 소리를 들은 체 만 체 했는데, 그때 주문한 옷이란다. 화면상으로는 검정에 가까운 색인데도 엄마는 '네이비'라는 상품 설명만 보고 시원한 여름색이겠지 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는 거다.

회사 동료 추천에 '귀 펄럭'해 지른 첫 인터넷 쇼핑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데, 첫 인터넷 쇼핑이야 말해 무엇하랴. 직접 매장에 가서 물건을 사고도 집에 가져와 보면 달라 보이는 일이 허다한데 직접 보지 않고 산 물건이 마음에 쏙 들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웬만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교환이나 환불을 잘 안 해줄 뿐더러 택배비도 부담해야 하는 등 번거롭다. 다음부터는 꼭 '딸에게 선주문할 것'이라는 교훈을 얻은 셈 치고 넘어가려 하는데, 옷값이 무려 12만6000원이란다. 포기하기엔 너무나 큰 액수다.

어떻게든 환불을 받아 내라는 엄마의 요구에 따라 우선 쇼핑몰 접속에 시도했다. 주문은 어떻게 했는지, 신기하게도 엄마는 사이트 주소도 기억을 못 한다. 택배 상자에 쓰인 주소로 찾아 들어가자 이번에는 아이디를 모른다. 아니, 회원가입을 하긴 한 거야? 몇 번의 시도 끝에 로그인에 성공한다.

그런데 주문 내역을 보니 해당 제품은 교환·환불이 불가한 할인상품이다. 일이 복잡하게 됐다. 일반 상품도 이틀 이내에 왕복 택배비를 부담해야만 반품이 가능한데, 이 제품은 하자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반품할 수 없다는 거다.

잘못 산 옷 반품 작업 착수, 할인상품은 환불 못 받아?

이쯤 되자 나는 고등학교 때 배운 <법과 사회> 지식을 총동원했다. 전자상거래법에 의하면 온라인으로 구매한 제품은 하자와 관계 없이 무조건 7일 이내에 교환·환불을 해 주게 되어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현실에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법. 우선 도움을 얻기 위해 한국소비자원(1372)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 소비자원 누리집 화면. 예전 이름은 '소비자보호원'이었으나 소비자를 단순히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개칭했다.
 한국 소비자원 누리집 화면. 예전 이름은 '소비자보호원'이었으나 소비자를 단순히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개칭했다.
ⓒ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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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잘못 샀는데, 할인상품이라 반품이 안 된다고 하네요. 환불 받을 수 있을까요?"
"네, 전자상거래법에 의하면 7일 이내에 무조건 반품할 수 있어요. 쇼핑몰의 정책이 다르다고 해도 그건 약관 자체가 불공정한 것이기 때문에 법에 의해 효력을 잃습니다. 우체국에 가서 물건을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내버리세요."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 통신판매업자와 재화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계약서면을 교부받은 날부터(재화등의 공급이 그보다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공급이 개시된 날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음(법 제17조제1항). - 다만, 재화등의 내용이 표시‧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비록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재화 등의 멸실·훼손, 가치감소 등이 있어도 당해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부터 3월 이내,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등을 할 수 있음(법 제17조제3항).
아하! 명쾌한 설명에 머리가 맑아진다. 쇼핑몰에서 반품을 안 해준다고 해도 소비자보호를 위해 7일 이내에는 무조건 해 주도록 법에 쓰여 있기 때문에 내가 물건을 보내 버리고(청약철회 의사 표시) 환불을 요구하면 되는 거다. 다만 쇼핑몰에서 물건을 받고도 못 받았다고 발뺌할 경우에 대비해 내용증명을 이용하는 것이다. 내용증명우편이라 함은 말 그대로 우체국에서 그 우편물의 내용물과 발송 사실을 법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다.

법적 근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이번에는 쇼핑몰에 전화를 걸었다. 아무리 법적으로 환불이 가능하다고 해도 말이 안 통하는 쇼핑몰이라면 상당히 언쟁을 해야 할지도 모르기에 조금은 마음을 졸였다. 원만하게 환불을 받고 싶을 뿐, 싸우기는 싫으니까.

다행히 상담원이 친절했다. 반품 의사와 구매자인 엄마 이름을 말하자, 당연히 처음에는 할인상품이라 반품이 안 된다고 했지만 내가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전자상거래법에 의하면 환불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 귀 쇼핑몰에서 안 된다고 하면 나는 내용증명우편으로 제품을 보내 버리는 수밖에 없다"며 은근한 협박(!)을 하자 약간 당황하며 확인 후 다시 연락을 준다고 했다.

한 시간쯤 후에 나는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좀 더 신중한 구매 부탁드린다"며 친절하게 반품 절차를 알려주는 쇼핑몰을 믿고 내용증명 없이 물건을 발송했다. 환불액은 며칠 후 내 계좌(!)로 고스란히 입금됐다.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은 우리 엄마가 이용한 곳과 같이 반품 기일을 2~3일로 정해 두고 있고, 할인상품이나 이벤트 상품은 교환·환불을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화면과 다르다 해도 '귀찮아서' 교환이나 환불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본적인 관련 법률을 숙지하고 소비자원의 도움을 받는다면 쇼핑몰의 일방적인 불공정 약관에 의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다만 단순 변심 반품의 경우 환불이 가능하다고 해도 왕복 배송료는 소비자 부담이기 때문에 여전히 신중한 구매 태도가 요구된다.

이 사건으로 우리 엄마의 훌륭한(!) 인터넷 실력은 두고두고 아빠와 나의 놀림감이 되고 있다. 환불 받은 12만6000원으로는 엄마에게 저렴하고 시원한 여름 원피스를 하나 사 주고, 차액은 내가 수수료로 받기로 했다.

엄마, 이제 다시는 인터넷 쇼핑 안 할 거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무료 석간신문 <이브닝> 8월 12일자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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