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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정전이다
▲ 인정전 창덕궁 정전이다
ⓒ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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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전을 경상 방어사로 임명한 인조는 그를 임시 감영이 설치된 문경에 급파하는 한편, 전라 병사 박경지와 경상 병사 양응함에게 선전관을 보내 유시했다.

"군사를 거느리고 중로에 포진해 있다 기회를 보아 적도를 토벌하라."

대궐의 밤, 불안한 마음에 잠자리에 들지 못한 인조는 전라 감사 윤명은과 경상 좌병사 이탄에게 선전관을 보냈다.

"별도의 명이 있을 경우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출진 태세를 갖춰라."

야심한 밤. 그래도 불안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인조는 공청 감사 임담, 공청 병사 배시량, 경상 방어사 홍전, 전라 감사 윤명은, 전라 병사 김응해에게 선전관을 보내 유시했다.

"군사를 앞으로 전진시켜 역당을 토벌하라."

기다리는 매복보다도 토벌의 의지를 드러내 공격하라는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역당들이 금방이라도 대궐 안으로 쳐들어 올 것만 같았다. 선전관을 보내 경기 감사 한흥일에게 보냈다.

"경기의 어영군을 끌고 들어와 궁궐을 호위하라."
하얗게 밤을 새운 인조에게 비국이 보고했다.

남한산성
▲ 성벽 남한산성
ⓒ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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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은 동로(東路)의 요충에 해당하는 곳인 동시에 병장기와 군량을 저장해 둔 곳입니다. 중군(中軍)을 수어사 이시방에게 보내 광주 방어사 홍진문과 연합하여 변란에 대비케 하소서."
보고를 받은 인조가 비국 당상과 삼사의 장관을 불렀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이몽학의 난 때 임천군수 박진국이 불의의 습격을 받아 포박을 당했습니다. 그 당시 관찰사는 이정암이었는데 병사 이시언과 수사 최호, 편장(褊將) 박명현 모두 장사였습니다. 그러나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때 박명현이 갑옷을 입고 적진으로 돌격하여 그들의 위세를 꺾었기 때문에 바로 평정할 수 있었습니다. 신이 생각건대 오늘날 적도의 세력이 몽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데 제압할 만한 장수가 없으니 큰 걱정입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인조에게 김류가 기름을 부었다.

"지략이 있는 자를 어사로 뽑아 은밀히 현장에 파견하여 독전하게 했으면 합니다."
김자점이 묘안을 냈다.

"문무를 겸비한 인재를 얻기는 어려울 듯하다."
무예가 출중하면 지혜가 미흡하고 명석하면 용맹스럽지 못한 것이 인재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인조가 말을 이어갔다.

"총융이 이미 떠났으나 군세가 미약하다. 다시 정예를 뽑아 충실하게 해 주고 싶다."
이시백에게 매달리고 싶었다.

방을 붙여 군사를 모으라고? 정예군은 어디 갔나?

"방(榜)을 내걸어 모은다면 반드시 호응하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김류가 주억거렸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던가. 의문의 세자 죽음, 세자빈 사사. 민심이 떠난 임금을 위해 목숨을 바칠 백성이 없는 정권의 고육책이었다.

"시험 삼아 행하여 인심을 살피라."
역심의 원천은 민심이다. 그것이 알고 싶었다.

"신의 생각으로는 장수를 선발하는 동시에 군사를 뽑아 장수 1인 당 1백∼2백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도성에 머물러 있다가 순차적으로 내보내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역당 출몰지역보다도 궁궐의 안위가 염려스러웠다. 정예군을 모두 내보내고 난 후, 역심을 품은 자가 대궐을 넘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옳은 방안이다."

"적이 생각지도 않고 있던 지역으로 들어온다면 매우 염려스럽습니다. 충주와 청주 사이에 장수 한 사람을 배치하여 변란에 대비케 해야 할 것입니다."

이시방이 아뢰었다. 이산에서 공주, 천안 직로를 택하지 않고 청주로 우회하여 영남대로를 타고 북상하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경의 말을 듣건대 그럴 듯하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파견할 장수를 선정해야 할 것입니다."
김자점이 나섰다. 급하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 정권이 무너지면 척결대상 0순위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민진익이 어떻겠습니까?"
유철이 천거했다.

"그 사람은 망령된 사람입니다. 훈련도감의 장관(將官) 중에서 유찬선 같은 자는 보낼만합니다."
김류가 유찬선을 천거했다.

"훈국(訓局)의 장관은 밖에 내보낼 수 없습니다."
김자점이 반대했다.

"이직이 적임입니다."
"그는 어영(御營)의 중군(中軍)입니다."

이시방이 난색을 표했다. 난상토론 끝에 김운해로 낙점했다. 구인후 사람이다. 임금이 김자점을 견제하는 것이 역력하다. 잔머리에 능한 인조의 용인술이다. 비국이 적도에게 격문을 띄웠다.

산채꾼들의 난상토론이 벌어졌던 봉우리에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 산채 산채꾼들의 난상토론이 벌어졌던 봉우리에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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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가 감히 흉계를 꾸미고 군사를 동원하여 난을 일으켰으니 그 죄는 용서치 못할 것이다. 앞으로 서북(西北)의 날랜 군사들이 며칠 안에 모여들 것이고 도성의 정예 포수들이 구름같이 출정할 것이니 보잘것없는 좀도둑들에 불과한 너희들은 곧바로 주륙(誅戮)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애달프게 생각하는 것은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선량한 백성들이 화를 당하리라는 점이다. 혹시라도 마음을 바꿔 귀순한다면 어찌 죽음을 면해주지 않겠는가?

협박에 못 이겨 따른 부류들이나,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린 나머지 마지못해 나선 부류, 강제로 동원된 부류들이 지금 생각을 바꾸어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면 경중에 따라 정해진 등급대로 상을 내릴 것이다.

괴수의 목을 베어 군전(軍前)에 바칠 경우 공천(公賤)과 사천(私賤)은 그 자녀들까지 면천시키고 당상의 실직(實職)을 제수할 것이며 양인(良人)은 2품의 실직이나 쌀 1백 석,  면포 1천 필 중 소원대로 상을 내릴 것이다. 무리를 타일러 같이 귀순하는 경우 2명 이상이면 우선 죽음을 면제해 주고, 3명 이상이면 사천은 면천해 주고 양인은 쌀 5섬이나 면포 50필을 상으로 줄 것이다.

너희에게도 사람의 마음이 있고 천리(天理)가 있을 것이다. 역도가 되어 집안을 멸망시키는 것과 귀화하여 몸을 보전하는 차이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미망에 빠져 천벌을 재촉하지 말고 각자 충효스런 사람이 되는 길을 잃지 말지어다."

격문이 날아든 산채는 크게 동요했다. '결사항전하자'는 주전파와 관군과 대적할 군세가 못되니 '항복하자'는 투항파. '시기를 놓쳐 위기를 자초했으니 지도부는 자결하라'는 추궁파가 극렬하게 대립했다. 자중지란이다.


태그:#인조, #김자점, #구인후, #김류, #이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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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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