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일 오후 전남 순천팔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양궁 여중부 경기에서 이진영(우측 세번째 흰색 상의)이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진영은 이날 여중부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6월1일 오후 전남 순천팔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양궁 여중부 경기에서 이진영(우측 세번째 흰색 상의)이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진영은 이날 여중부 3관왕에 올랐다. ⓒ 뉴시스


올해로 39회째 맞는 전국 소년체육대회가 오는 8월 11일부터 나흘간 대전광역시 일원에서 열린다. 아무리 말복 더위도 지나고 대회가 열린다지만 어린 선수들이 더위에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초등부 17종목, 중등부 32종목에 참가하는 1만2000여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여름방학을 택했다고 하는데 어린 선수들의 안전 사고 우려와 경기력 저하를 생각한다면 개최 시기 논의부터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를 피해서 종목별로 경기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개인 종목이든 단체 종목이든 그 준비 과정까지 고려한다면 여름 한낮의 불볕 더위가 실제로 뛰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도간 과열 경쟁, 피할 수 없을까?

1972년 전국스포츠소년대회를 그 기원으로 삼고 있는 전국 소년체전은 한때(1989년~1991년) 시도별 소년체전으로 축소되어 운영되기도 했다. '시도간 과열 경쟁'과 '참가 학생들의 수업 결손' 등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그러면 이번 대회처럼 방학 중에 열리게 되면 정말 학생 선수들의 수업 참여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실제 대회 참가 기간이 모든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간 상태기 때문에 겉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운동 선수들이 큰 대회를 앞두고 훈련 강도를 조금씩 높이는 것을 감안하면 여름방학 전 수업이나 1학기 기말고사 일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는 미지수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시도간 성적에 따라 지나치게 경쟁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OO교육청, 전국 소년체전 필승 다짐대회'
'OO교육청, 소년체전 종합 7위 출사표'

전국체육대회도 아닌 소년 체전 관련 최근 기사 제목들이다. 이것만 봐도 아직 우리들은 어린 선수들의 어깨 위에 지나치게 무거운 짐을 얹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을 앉혀 놓고 교육청이 앞장서서 자랑삼아 해야 할 일들인가?

정말로 교육청에 근무하는 교육 관료들이 올바른 의식을 갖추고 있다면 이렇게 과열 경쟁을 부추기는 행사나 무리한 응원에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체육 수업 폐지 또는 축소' 분위기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는 2011년부터 적용되는 개정 교육 과정 준비를 위해 학교별 교육 과정 새판 짜기가 한창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입시 과목 위주로 교육 과정이 만들어지는 경향이 강하여 음악·미술 수업은 물론 여러 학기를 거치는 동안 체육 수업을 찾아볼 수 없는 학교별 교육 과정(안)도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입시로 인한 중압감, 엘리트 체육 중심의 학교 운동부 운영 등의 이유로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는 '생활 체육의 생활화'로 가는 길이 무척 멀기만 하다.

학기중 수업권 보장?... 체육 수업권 보장!

 지난해 6월 2일 오전 전남 광양공설인조A구장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축구 여중부 경기에서 2위를 차지한 삼례여중(전북) 선수들이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삼례여중 축구팀은 19명으로 구성돼 있고 이번 대회에는 1학년까지 포함해서 15명이 출전, 어려운 여건 속에 값진 성적을 올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6월 2일 오전 전남 광양공설인조A구장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축구 여중부 경기에서 2위를 차지한 삼례여중(전북) 선수들이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삼례여중 축구팀은 19명으로 구성돼 있고 이번 대회에는 1학년까지 포함해서 15명이 출전, 어려운 여건 속에 값진 성적을 올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뉴시스


우리나라 학원 스포츠의 제반 현실을 고려하고, 학교 소속 선수나 스포츠팀이 해당 학교나 지역 사회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알리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해 온 것을 감안한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엘리트 체육 선수들을 기르는 일을 당장 포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엘리트 체육교육 과열화를 멈추고, '생활 체육 생활화'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 조금씩 서두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런 논의가 계속되는 기회에 '학교 체육'의 체질을 과감하게 바꿔나갈 것을 제안한다.

우선, 학교나 소속 시도 사이의 과열경쟁이 불가피한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육대회 형식의 종합 체육대회를 없애야 한다. 종목별 연중 리그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도입하는 일로 그 대회가 지녔던 기능을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축구 종목에서는 학교와 해당 스포츠 클럽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주말 리그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밖의 종목들에서도 선수들이나 팬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매우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리그 시스템 하나만 믿고 무조건 종합 체육대회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특정 스포츠 종목과 특정 지역을 잘 어우러지게 배치하여 특화시킨 뒤 점차 체질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핸드볼의 경우, 올해 열린 태백산기 전국 종합 핸드볼대회가 100개나 되는 팀들이 참가한 가운데 강원도 태백시에서 성황리에 열린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언제 어디로 가든 축구나 핸드볼 대회를 접할 수 있고 그 현장에서 감동적인 우생순 장면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데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니,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정착될 때까지 우리는 조급하게 굴지 말아야 한다.

전국(소년) 체전 메달 획득 소식은 이제 그만 자랑하고 이제는 일반 학생들의 건강권(체육 수업 시간에 제대로 운동할 권리)에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닌가?

가뜩이나 학교는 일제고사를 통한 학교서열화와 대학 입시 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모자라 학교별 교육 과정이 점차 바뀌면서 '체육 수업'이 낄 자리는 지금보다도 더 좁을 것으로 보인다.

이토록 심각한 상황을 두고도 교육청은 아직도 소년체전 성적에 눈이 멀어 '출사표'를 던진다느니, 목표 성적을 지난해보다 더 높게 자랑한다느니 하는 일로 그 대단한 교육력을 낭비하고 있다. 그들이 어디를, 얼마나 똑바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학교 체육의 현실과 수많은 학생들의 건강이 달라질 텐데 말이다.

소년체전 스포츠 여름방학 전국체전 학교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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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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