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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시민기자, 누리꾼들이 뽑은 '지난 10년 최고의 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을까. 책을 내기 전부터 출간 후 뒷얘기까지, 10권의 책을 만든 출판사 대표들에게 '지난 1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박광성 / 생각의나무 사장 (칼의 노래, 김훈 지음, 2007)

박광성 생각의나무 사장
 박광성 생각의나무 사장
ⓒ 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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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간하게 된 취지는.
"김훈 작가와는 자전거 여행에 관련된 책 작업을 먼저 했었고 이 책도 그 인연으로 하게 됐습니다."

- '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된 소감은.
"출판쟁이한테는 크게 위안이 되고 정말 기쁜 일입니다. 우리 시대의 훌륭한 작가이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배의 책이 뽑혀서 기쁩니다."

- 왜 이 책이 '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고 보는가.
"1980년대는 이념의 시대였습니다. 1990년대 이후에는 거시적으로 역사나 인간을 바라보는 시대가 가고 탈정치화, 개인화, 미세화의 시대가 왔지요. <칼의 노래>는 시대를 잘 읽은 것 같아요. <칼의 노래>에서 김훈의 문장은 이전까지 대중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힘을 가진 문장이었어요. 가벼운 게 지배하는 시대에 내면의 큰 영혼적 울림이 있는 내용이 독자들을 경악시킨 것 같습니다."

- 이 책의 출간 후 판매 상황은.
"정확하진 않지만 130~140만 부 정도 팔렸습니다."

- 책 출간 후 시장 반응이나 독자 평가가 기대했던 수준이었는지.
"<칼의 노래>를 낼 당시에 김훈은 문단의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작가로 유명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가 책을 냈을 때 서점에서는 그저 그런 책 중 하나로 생각했었어요. 그러다가 가벼운 문학들에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독자들이 <칼의 노래>에 반응하기 시작했고 동인문학상 수상 이후에는 판매가 폭발했습니다. 한국 소설시장의 진지한 남성독자들과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선택을 받았다는 게 많이 팔린 비결이라고 봅니다."

- 이 책과 관련해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원래 원고가 완성된 시점에도 <칼의 노래>라는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제목으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죠. 한번은 김훈 작가와 저, <칼의 노래> 편집자가 원고를 들고 충무공 시신을 모신 이락사에 가서 소주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편집자가 갑자기 '칼의 노래로 하시죠!' 하는 바람에 제목이 그렇게 됐습니다."

김혜경 / 푸른숲 대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2005)

김혜경 푸른숲 대표
 김혜경 푸른숲 대표
ⓒ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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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간하게 된 취지는.
"한비야씨는 원래 자기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의미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만 어떻게 보면 그 내용들이 보통 사람한테는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서 출간을 고민했었지요. 그런데 이제 글로벌 사회니까 불편하더라도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직시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한비야씨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책을 내게 됐습니다."

- '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된 소감은.
"책이 나온 지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아직 잊지 않고 최고의 책으로 추천해준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왜 이 책이 '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고 보는가.
"독자들 사이에서 이런 내용의 책에 대한 요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반응도 좋았던 것 같고 아직도 좋은 책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 책의 출간 후 판매 상황은.
"이 책이 2005년 9월에 나와서 첫해에 25만 부, 그 다음해에 27만 부, 현재까지 89만 부 팔렸습니다. 올해도 상반기에 7만 부 정도 팔렸지요. 여전히 많이 팔리는 스테디셀러에요."

- 이 책과 관련해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비야씨는 이 책을 내면서 정말 여러 차례에 걸쳐서 글을 수정했습니다. 나중에는 편집자에게 '더 이상 고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쓸 정도였죠. 한비야씨는 자기가 쓴 글, 자기가 한 말에 대한 책임감이 대단합니다."

- 한국 출판문화에서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젊은이들이 책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고 읽다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확장되는 그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깊이 있고 오래 남는, 좋은 영향을 주는 텍스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책들은 독자들이 먼저 알아봅니다."

고세현 / 창비 대표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2008)

고세현 창비 대표
 고세현 창비 대표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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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발간하게 된 취지는.
"2008년에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연재를 했던 소설이에요. 연재 후 손질을 해서 책을 내게 된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요즘에는 연재소설을 잘 안 봐요. 우리 생각에는 '아니 이렇게 잘 팔릴 책이었으면, 연재할 때 계간지도 잘 팔렸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했었지요."

- 왜 이 책이 '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고 보는가.
"이 세상에 엄마가 없는 사람은 없잖아요. 엄마가 있어야 태어나니까. 그러니까 부모자식 간에 애틋한 정 같은 건 누구나 있을 법한 거잖아요. 이 책이 인기 있는 이유는 그런 것들을 잘 그려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이 책의 출간 후 판매 상황은.
"지금 책 나온 지 1년 반쯤 됐는데 140만 부 정도가 팔렸어요. 1년 만에 100만 부 돌파했으니까 앞으로도 150만 부까지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책 출간 후 시장 반응이나 독자 평가가 기대했던 수준이었는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막연히 많이 팔릴 거라고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경숙씨는 인기 있는 작가니까요. 몇 십만 부 정도는 나갈 거라고 생각했었지요. 이 책은 책을 읽은 독자들 중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 이 책과 관련해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신경숙씨가 계간지에 연재할 때 연재 마감을 특히 잘 안 지켰어요. 그런데 <엄마를 부탁해>를 빼고는 계간지를 낼 수가 없으니까 이 소설 때문에 계간지가 좀 늦게 나온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편집자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 한국 출판문화에서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면.
"너무 많지만 우선 생각나는 것 하나만 꼽으면 베스트셀러들만 너무 강조되고 독자들에게 선택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 말고도 좋은 책들이 많거든요. 우리 회사도 100종이 넘는 책을 내는데 어떤 책은 손익도 못 맞추지만 어떤 책은 몇 십만 부씩 나갑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좀 더 다양한 독서를 하는 풍토가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태그:#10년 최고의 책, #고세현, #박광성,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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