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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공주문화원에서 열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 행사장 앞에 놓인 강희락 경찰청장 추모조화
 10일 공주문화원에서 열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 행사장 앞에 놓인 강희락 경찰청장 추모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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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령들의 소중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경찰이 앞장서겠습니다"

강희락 경찰청장이 10일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9일경 군인과 경찰에 의해 살해된 희생자들에 대해 "깊은 성찰과 함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공식사과했다. 가해주체 중 한 축인 경찰 수장으로 부터 '성찰'과 '유감'의 단어가 나오기까지 60여년이 걸린 것.

10일 오후 2시 공주문화원(공주시 반죽동) 강당에서 열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는 유가족 등 150 여명이 참여했다. 이에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 2일 공주 왕촌 살구쟁이에서 1950년 7월 9일 경 공주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등 최소 400여 명을 공주 CIC분견대, 공주파견헌병대, 공주지역 경찰 등이 집단학살한 일은 '진실'이며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강 청장은 이날 공주경찰서 정보과장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비록 전시였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권력에 의해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었던 불행했던 역사에 대해 깊은 성찰과 함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 여러분의 슬픔을 달래드리고 고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정부의 후속조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강 청장은 또 "슬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항상 주민을 섬기며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새로운 경찰의 모습으로 다가서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청장은 이날 행사장에 추모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또 다른 가해주체 국방부는 '묵묵부답'

강 청장의 이같은 언급은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가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할 것 ▲위령사업 지원 ▲전쟁이나 비상사태시 민간인 보호조치 등에 관한 규정 정비 등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지만 매우 진전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이날 공주부시장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희생자 영전 앞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며 추도했다. 이어  "역사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은 더 나은 나라의 미래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과거의 역사에 대한 반성작업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공주 왕촌 살구쟁이 집단 암매장지에서 드러난 희생자 유해.
 지난해 7월 공주 왕촌 살구쟁이 집단 암매장지에서 드러난 희생자 유해.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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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 다른 가해주체인 국방부는 이날 추도식에 불참하는 등 아직까지 진실화해위원회의 사과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관할 자지단체장인 공주시장도 지난해에 이어 이날 추도식에도 불참했다.  

오원록 민간인학살 진상규명범국민위 상임대표는 "진실규명은 됐지만 발굴된 유해는 안식의 장소를 찾지 못했고 발굴을 기다리는 유해도 많은 데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사항마저 무시되고 있다"며 "진실규명 결정에도 변한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곽정근 공주유족회장 "충남도와 공주시, 유해발굴 등 추가사업 이행 기대"

실제 지난 2월 초 현재, 진실화해위원회의 각 부처에 권고한 총 200건 중 이행 완료된 사건은 12건으로 60%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정근 공주유족회장은 "지난해 발굴도중 중단돼 남아 있는 유해의 완전한 발굴과 위령사업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며 "현 정권이 아니면 다음 정권, 이 세대가 아니면 다음 세대에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또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된만큼 지역민의 화합과 화해를 위해 충남도와 공주시가 나서 희생자 집단매장지 분포조사 및 유해발굴사업 등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공주 왕촌 살구쟁이에서 희생자들의 유해 317구를 수습했지만 발굴도중 추가로 드러난 100여 구의 유해에 대해서는 시간 및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후일을 기약하고 발굴을 중단한 상태다.

공주민주단체협의회 장창수 공동대표는 "진실규명을 바탕으로 진정한 화해를 모색해야 한다"며 "한국전쟁당시 민간인 희생지인 왕촌 살구쟁이와 의당 의찬리 등을 인권교육의 현장,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살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최근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 규명에 따라 처음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유해발굴 등 남아 있는 등 남아 있는 미해결 과제가 많다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최근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 규명에 따라 처음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유해발굴 등 남아 있는 등 남아 있는 미해결 과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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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찰청장, #공주민간인희생사건, #합동위령제, #왕촌 살구쟁이, #진실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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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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