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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2박 3일의 일정으로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세명대학교에서 '제 3기 대학 언론인 캠프'가 열렸다.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원장 이봉수)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지난 2009년 여름부터 시작해 이번으로 세 번째 기수를 맞았다. 숙식과 강의가 모두 무료로 제공되어 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전국 각지에서 60명의 인원이 선발되었다. 캠프는 현직 언론인들의 강의를 듣고 기사나 기획안 작성 등을 직접 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강의가 진행된 세명대학교 문화관 강의실
 강의가 진행된 세명대학교 문화관 강의실
ⓒ 김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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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아침부터 시작된 굵은 장대비는 전국을 적셨지만 참가자들은 모두 비를 뚫고 제천까지 무사히 도착했고, 캠프는 이봉수 원장과 교수진들의 환영사로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아직까지 서먹서먹한 모습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초롱초롱했다. 첫 강의는 이봉수 원장의 '세계 일류 언론과 한국 언론'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저널리즘 박사 과정을 마친 이 원장은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과 우리 나라 신문들을 비교하며 우리 언론의 문제점들을 짚어나갔다.

두 번째 강의는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최종한 교수의 'PD를 위한 영상예술'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Art Institute MFA에서 실험영상을 전공한 최 교수의 강의는 신선했다. 영상에서 중요한 것은 테크닉보다 '시간'과 '미학'임을 강조한 최 교수는 다양한 영상을 보여주면서 시간의 움직임을 찾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를 하고도 강의는 쉴틈없이 이어졌다. 세 번째 강의는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남재일 교수의 '한국 사회를 읽는 몇 가지 코드' 라는 주제였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초빙 강의를 하고 있는 남 교수는 <그래도 개인은 진화한다>, <나는 편애할 때 가장 자유롭다> 등의 글을 쓴 유명 작가이기도 하다. 맛깔나는 경상도 사투리로 진행되는 그의 강의는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타이트하게 학생들을 쥐락펴락했다. 그는 언론인으로서 성형미인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명제들을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 거시적인 안목으로 볼 것을 주문했다.

오후 10시가 되어서도 강의는 끝나지 않았다. 2박3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라는 교수진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네 번째 강의는 현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취재보도실습' 등을 강의하고 있는 제정임 교수가 맡았다. 제 교수는 다년간의 기자 경험을 살려 스트레이트 기사 쓰기에 대한 강의를 했다.

첫날의 마지막은 역시 저널리즘스쿨에서 '방송제작론' 등을 강의하고 있는 권문혁 교수가 장식했다. 권 교수는 MBC에서 25년간 PD, CP로 근무하며 <PD수첩> <사과나무> <생방송 화제집중> 등 주요 프로그램을 맡았다. 학생들의 피곤함을 인지하는 듯 권 교수는 적당한 유머를 섞어가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그는 다년간의 경험을 살려 TV 프로그램 흥행의 조건에 대해 말했다. 소위 잘 되는 프로그램와 안 되는 프로그램들을 비교해 나가면서 PD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에 대해 강의했다.

강의가 다 끝나니 자정이 넘어 있었다. 아침부터 제천까지 오느라 고생한 학생들은 모두들 기숙사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기나는 참가자들 중 유일하게 룸메이트가 오지 않아 적적하기도 했지만 홀로 넓은 방을 차지하고 숙면을 취했다. 제천의 밤은 서울보다 시원했고, 모기도 많았다.

둘째 날도 오전 9시부터 강의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모든 참가자들은 일찍부터 일어나 아침을 먹고 강의가 있는 문화관으로 향했다. 피곤함이 얼굴에 가득했지만 이봉수 원장의 힘있는 강의는 잠을 다 달아나게 했다. 이 원장은 언론인이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 중 하나인 정보력, 그리고 그것을 위한 개인 데이터베이스 만들기에 대한 강의를 했다. 쏟아지는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각종 신문이나 책 등을 통해 얻은 것들을 여러 카테고리로 분류해 정리해 놓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원장은 자신이 이 때까지 쓴 칼럼 몇 개를 읽으며 칼럼 쓰기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 강의는 <한겨레> 환경전문기자인 조홍섭 기자의 자연 보도에 관한 내용이었다. 잘 알지만 보통 학생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환경'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참가자들의 궁금증이 쏟아졌다. 어떻게 그 직업을 택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어떤 취재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많이 나왔다. 조 기자는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등을 취재했던 경험을 들려주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점심 식사 후에는 <한겨레21>에서 사회부 팀장을 맡고 있는 안수찬 기자의 강의가 이어졌다. 안 기자는 <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라는 언론사 입사 준비서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다른 <한겨레21> 기자들과 함께 직접 강북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4천원 인생>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 기자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했다. 기자는 PD를 지망하고 있지만 안 기자의 이야기는 흡입력있게 다가왔다. 기자라는 게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고 했던 그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3기 세명대 언론인 캠프에서 강의하는 안수찬 기자
 제3기 세명대 언론인 캠프에서 강의하는 안수찬 기자
ⓒ 김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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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여 진행된 안 기자의 강의 후에는 기자/PD 지망으로 나눠져서 각각 기사와 프로그램 기획안 작성 실습을 했다. 한 시간 반도 채 주어지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완성해야 하는 통에 기자는 머리를 쥐어짜내야만 했다. 이렇게 쓰여진 기사와 기획안들은 각 교수님들이 직접 첨삭을 해서 다음 날 참가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고통의 창작이 끝난 후 드디어 오락의 시간이 왔다. 참가자들은 제천 시내의 한 식당으로 이동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꼬박 이틀 동안 갇혀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을 위해 저널리즘스쿨 측에서 마련한 행사였다. 오리고기와 삼겹살 등을 푸짐하게 먹으며 자기소개도 하고 노래와 춤 장기자랑 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교수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언론사 입사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만남의 시간을 가지는 참가자들
 만남의 시간을 가지는 참가자들
ⓒ 김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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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자리는 기숙사로 돌아와서도 계속되었다. 참가자들은 마지막 밤이라서 그런지 아쉬움을 달래려 몇몇 방에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식당에서 가져온 막걸리와 세명대 근처에서 배달시킨 소주, 맥주 등으로 잊지 못할 밤을 보냈다.

마지막날인 4일은 이봉수 원장의 불호령으로 시작되었다. 술자리의 여파로 아침 수업에 지각한 참가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바로 퇴소식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이 원장님 때문에 모든 참가자들이 벌벌 떨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권문혁 교수의 중재로 간신히 이 원장은 화를 누그러뜨리고 강의를 진행했다. 바짝 긴장한 참가자들은 첫날보다 더 정신차리고 강의에 집중했다. 마지막 날은 이 원장의 자기소개서 클리닉과 제정임, 권문혁 두 교수의 기사, 기획안 첨삭지도로 마무리되었다. 권 교수는 기획안 작성자 중 잘 쓴 세 명에게 직접 산 두꺼운 노트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수료식과 마지막 점심식사 후 문화관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으며 2박3일의 캠프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새 정이 든 참가자들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해산 후 기자와 몇몇 참가자들은 권 교수의 방에 들러 담소를 나누다 권 교수의 차를 타고 서울까지 오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교수님 베스트 드라이버셨습니다^^)

3기라는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다른 어느 곳보다 열정으로 가득찬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언론인 캠프였다. 강의 내용뿐만 아니라 예비 언론인으로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계기였다. 모든 참가자들도 그렇게 느꼈으리라. 덧붙여 7일까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http://journalism.semyung.ac.kr/)에서 후기 입학생을 모집한다고 한다. 소수정예의 인원과 전원 숙식 제공, 다양한 장학금 혜택 등을 누리고 싶다면 한 번 도전해 보는 게 어떨까.


태그:#세명대, #언론인캠프, #저널리즘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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