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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중반,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된 북한인권 관련 결의안에 대한민국 정부가 표결 불참, 혹은 기권을 선택하던 시기가 있었다. 정부는 남북한 간의 민감한 관계를 고려하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는 없다는 기본입장을 정했다. 당연히 국내의 일부 언론과 단체들은 난리가 났다.

 한국자유총연맹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앞에서 천안함 사건 관련 의문점을 담은 서한을 유엔에 보낸 것에 항의하며 '참여연대 UN서한 명박한 이적행위' '시민위장 친북행위 국가미래 망친다' '평양의 나팔수 참여연대 해체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자유총연맹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앞에서 천안함 사건 관련 의문점을 담은 서한을 유엔에 보낸 것에 항의하며 '참여연대 UN서한 명백한 이적행위' '시민위장 친북행위 국가미래 망친다' '평양의 나팔수 참여연대 해체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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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던 남한의 한 시민단체가 대표단을 꾸려 제네바로 출국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입장과 반대되는 입장을 가지고 열심히 로비에 임했다. 자료를 배포하고, 관련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심지어는 회의에 직접 참석하여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북결의안에 관해 정부와 이 시민단체 중 누구의 입장이 옳았는가 하는 점을 떠나, 나는 이 시민단체의 행동에 찬사를 보낸다. 다른 보수 언론과 단체들이 국내에서 악다구니를 하는 동안, 이 단체는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 그리고 유엔의 논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직접 제네바로 날아갔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으며,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대한민국 정부 역시 내가 아는 한, 공개적으로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다. 총리가 애국심을 들먹이며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심이 간다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고, 청와대 대변인이 도대체 이 시점에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 정말 묻고 싶다고 하지도 않았으며, 외교부가 정부의 외교노력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유엔에서의 NGO 개입은 '일상적' 활동

경찰 보호받는 참여연대 참여연대가 천안함 사건 관련 의문점을 담은 서한을 유엔에 보낸 것에 항의하며 보수단체 회원들이 연일 항의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앞에서 경찰들이 겹겹이 경비를 서고 있다.
▲ 경찰 보호받는 참여연대 참여연대가 천안함 사건 관련 의문점을 담은 서한을 유엔에 보낸 것에 항의하며 보수단체 회원들이 연일 항의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앞에서 경찰들이 겹겹이 경비를 서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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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얻어진,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평화와 인권의 보장이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출범하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1, 2차 대전으로 인류를 전쟁의 포화 속에 몰아넣은 주범인 각국 정부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인권침해의 가장 중요한 가해자들인 정부들에게만 유엔의 목적 달성을 맡겨놓는 것은 애당초 무리한 일임이 분명했다.

비록 유엔이 기본적으로 정부간 기구임에도 그 출발에서부터 NGO의 참여가 중요시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엔의 모든 활동에 있어 NGO의 참여는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고 더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NGO의 개입이 없다면, 유엔은 아마 일찌감치 정부들의 거짓말 경연장으로 전락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국제앰네스티 역시 수시로 유엔에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고, 다양한 방식의 로비를 통해 유엔 각 기구에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국지부 역시 국제앰네스티 로비단 일원으로 뉴욕에 가서 유엔총회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 및 다른 단체의 사람들과 함께 전심전력 로비활동을 벌였다. 이런 활동은 대부분의 국제적, 혹은 국가차원의 NGO들에게 극히 일상적인 활동일 뿐이다.

참여연대의 서한 전달을 둘러싼 일부 단체의 위력시위는 그것대로 또 다뤄봐야 할 문제이지만, 적어도 이런 저런 맥락을 모두 알고 있을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특히 뉴욕과 제네바에서 NGO들의 활동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을 외교부 관계자들의 반응이 특히 그렇다. 양쪽에 나가있는 대한민국 대표부는 외교부 소속이 아니라 무슨 구락부 소속인가?

정부의 이런 반응을 보면서 느끼는 의문은 이것이다. 그동안 숱하게 정부 입장을 반박하는 국내외 NGO들의 활동을 보아온 정부가 왜 갑자기 이런 반응을 보이는가. 안보리에서의 외교에 그토록 자신이 없는가. 혹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아예 다른 의견의 입을 틀어막아 보자는 것인가.

외교에 왜 NGO가 끼어드냐고? 외교부에 물어봐

 정운찬 총리가 15일 국회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정운찬 총리가 15일 국회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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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로비에 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기되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본다.

'외교에 왜 NGO가 끼어드는가' 하는 점.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외교가 국가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이미 낡은 것이다.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졌음에도, 각종 유엔회의에서 매우 활발하게 자신의 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 정부의 입장과 다르다. 입장이 같으면 부족한 재정 사정에 굳이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이런 활동이 얼마나 일상적인지는 외교부의 관계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가안보 문제에 이견을 제시해도 되는가' 하는 점. 전쟁과 평화의 문제야말로 결코 정부에만 맡겨둘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것이 결코 당사자들의 문제만이 아닌 전 세계인이 함께 겪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전 세계의 정부들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대부분 무능하고 이기적인 모습만 보여주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안보리는 NGO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하는 점. 안보리가 다른 유엔기구에 비해 NGO에게 폐쇄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안보리 측이 공식적인 기회를 부여하는데 인색하다는 것 뿐이지, NGO가 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만 해도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자주 입장을 표명할 뿐 아니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한다.

편지 하나 발송했을 뿐인데...민망한 정부 대응

이제 실제로 참여연대가 한 행동에 대해 살펴보자. 여기서 참여연대의 서한내용이 옳은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나의 몫이 아닐 뿐 아니라, 의미도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의견을 전제로 하고 그런 의견을 얼마든지 평화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기초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참여연대가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는 서한을 안보리 관계국에 보냈다는 것 뿐이다.

내가 보기에 이런 정도의 행동은 유엔에 대한 개입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것이다. 대표단을 보내서 관계국 대표들을 만나 로비를 한 것도, 별도의 비공식 설명회를 열어 자신들의 입장을 널리 홍보한 것도, 시위를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정부의 발표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고, 그걸 편지로 발송했을 뿐이다. 참여연대가 낄 자리인지 아닌지는 그 편지를 받은 각국 관계자들이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어떤가. 너무 간단한 것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참여연대의 견해에 동의하는지 아닌지는 여기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일 그 서한의 내용에 반대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참여연대와 같은 일을 하면 된다. 이런 정도의 행동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놀라운 뿐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서한내용의 동의여부와 무관하게 참여연대의 행동을 지지한다. 그리고 그들이 더 적극적인 개입을 했다고 해도 역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견해를 가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 싫다면, 다른 견해를 평화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면, 정부와 일치하지 않는 생각을 국제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은 도대체 무엇인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탈북자단체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앞에서 천안함 사건 관련 의문점을 담은 서신을 유엔에 보낸 것에 항의하며 "참여연대는 북으로 가라" "참여연대 건물에 불을 지르자" "이적행위를 처벌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탈북자단체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앞에서 천안함 사건 관련 의문점을 담은 서신을 유엔에 보낸 것에 항의하며 "참여연대는 북으로 가라" "참여연대 건물에 불을 지르자" "이적행위를 처벌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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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의견의 표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더욱 설득력 있게, 그리고 더욱 활발하게 표명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런 의견의 자유로운 장터에서는 설사 정부라 해도 서로 경쟁하는 견해를 가진 수많은 주체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www.amnestydiary.net 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글의 내용은 오직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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