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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얼마간 지하철 역사와 서울 곳곳의 광고판을 지나치면서 특정 광고의 이상한 점이 제 의식 속에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영어 캐치 프레이즈를 써서 도시 홍보를 하려는 한국 지방 도시들의 광고였지요.

처음엔 몇몇 야망 넘치는 지자체들만이 하는 줄 알았는데, 호기심에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 사실 실질적으로 모든 한국 도시들이 그런 슬로건을 만들었다는 걸 알고 적잖이 놀라게 되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잠시 얘기해볼 이유는 되지 않을까요?

이 글은 대충 두 부분으로 구성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왜 해야만 하나", 혹은 한국이란 국가를 브랜드화 하는 것이 어떻게 가치있는 일이 될 수 있을지에 관한 내용이고, 두 번째 부분은 현 정부의 노력이 과연 그 성과를 거두게 될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삼성, LG는 알아도 한국 회사라는 건 잘 몰라

일반적으로 상표화(브랜딩)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몇 십 년 간 비즈니스 세계에서 브랜딩은 많은 주목을 받아왔는데 거기엔 사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강력한 브랜드는 경쟁사의 제품들과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시켜 더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회사들에겐 명백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비슷한 경우로, 국가들 역시 지역적, 세계적으로 고객들, 이름하여 여행객들과 투자자들을 두고 경쟁을 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뚜렷한 국가 브랜드를 갖게 된다면 관광 분야와 외국인 투자 부문에서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지요. 또한, 한국의 이미지가 더 좋아지면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가치도 올라가서, 수출 실적도 더 좋아집니다.

흥미롭게도 바로 그 점에 대한 현재 상황을 보면 한국이란 브랜드가 사실 얼마나 약소한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됩니다. 삼성과 LG는 해외에서도 전자제품으로 아주 성공적인 회사이지만, 두 회사는 해외 시장에서 회사를 한국 브랜드가 아닌 "세계" 브랜드로 선전합니다. "made in Korea"라는 말은 해외에서 팔리는 그들의 휴대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 결과 많은 서양인들이 두 회사의 제품은 알고 있지만 이들이 한국 회사인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made in Japan"이란 브랜드를 품질보증 상표로 쓰는 소니의 경우를 보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또 다른 예로는 보통 독일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갖고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겠네요 (두 번의 끔찍한 세계 대전을 일으켰음에도 말이지요, 라고 덧붙일게요).

왜 귀찮게 신경을 써야 하냐구요? 앞에서 얘기했듯이 브랜딩에 성공한 나라의 명백한 경제적 이득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이 나지요.

그럼 현재 한국의 브랜딩 전략이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일단 일반적으로 좋은 브랜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고 현재 한국에서는 어떤 전략이 쓰이고 있는지를 살펴보지요!

루프트한자와 대한항공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창조해내기 위해서는 아마도 최소한 다음의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할 거예요. 알맞은 메시지, 일관성과 시간이에요.

알맞은 메시지란 말은 브랜드가 국가의 어떤 특색들을 잘 전달해야 한다는 말이예요. 이는 고객들의 눈에 긍정적으로 보여야 할 뿐 아니라, 또 다른 두 가지의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어요. 달라야 하고 진실되어야 해요. 선전되는 특색들은 다른 나라들의 특색과 차별화되거나 독특한 면이 있어야 하죠.

그리고 브랜드 가치는 신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평판/명성/신망에 기초하기 때문에, 그 메시지 역시 진실이어야 하고요. 예를 들어 스위스 시계는 아마도 저렴한 가격을 선전할 수는 없겠지만, 품질이 좋은 것으로 브랜드화 할 수 있겠죠. 중국 시계를 그렇게 브랜드화 하려고 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이를 진실되다고 생각할까요?

일관성이란 특색이 일단 정해졌다면, 그런 특색들이 꾸준히 전달되어야 한다는 말이예요- 말하자면 국가는 바깥 세상에 하나의 얼굴만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일관성으로 브랜드화에 성공한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유럽의 가장 큰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맛있는 음식? 아니면 저가의 비행? 예쁜 승무원일까요? 아니죠. 그보단 아마도 "안전함과 신뢰성"에 관련된 무언가가 생각날 거예요.

실제로 루프트한자는 80년도 전에 설립된 이래로 오직 4번의 사고만을 낸 역사를 바탕으로 한 안전 기준으로 제일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럼 대한항공의 경우는 어떨까요? 10년 전에 이 질문을 했다면, "위험하지만 음식은 맛있다"고 대답했을 거예요(실제로 대한항공은 97년에서 99년 사이에만 5번의 사고를 내면서 위험한 항공사로 꼽혔는데, 그 때문에 다른 나라의 항공사들과 맺었던 제휴관계가 한 때 중단되기도 했었죠). 하지만 현재는 사고 수가 극적으로 줄어 다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공사 동맹, SkyTeam의 멤버로 복귀했고 브랜드 특색도 그 때와는 전혀 다를거예요.

마지막으로 언제든 "한국"이란 단어가 나오면 사람들이 브랜딩 전략의 근본적 특색들과 한국을 자연적으로 연결시키며 인식 속에 깊게 메시지를 각인할 때까진 종종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도 아주 중요하지요. 하지만 명성과 브랜드를 쌓는데는 몇 년이 걸리는 반면 무너지는 것은 순간일 수 있겠죠.

하이 서울? 헬로 키티 떠오르게 해

그럼 이제 한국에서 어떻게 브랜딩을 하고 있는지 몇 가지 살펴볼까요. 글의 첫부분에서도 얘기했듯이 거의 모든 도시가 슬로건을 만들었으니, 여기 몇 가지를 임의로 골라서 몇 가지 종류로 나눠 제 의견을 짧게 얘기하고 지나갈게요:

-         hi seoul (항상 헬로 키티를 떠오르게 해요!)
-         ulsan for you (데이트 사이트 같은 느낌이예요)
-         global inspiration gyeongi-do

          (이건 좀 아니잖아요! 너무 과장이 심한 것 아닌가요?)
-         big chungbuk

           (음, 크다는 것 외에 충북에 대해 말할만한 게 없다면, 별로 거기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데요)
-         it's daejoen (it's 별로 좋은 슬로건이 아니네요)
-         island of world peace jeju (정말요? "세계" 평화라고요? 제주도가 시공간의 법칙에 도전했어요. 대체 어떻게 세계 평화가 한 장소에서 이뤄질 수 있는 걸까요?)
-         let's goyang (let's 부디 일단 영어를 배워서 "let us"란 문구 뒤에 명사를 넣는 실수는 피해보아요)
-         city of masters ansung (좀 많이 촌스러워요, 80년대 티비 프로그램 제목인 masters of the universe 같아요~)

마지막 것을 보니 80년대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있었던 표현들로 가득한 짧은 슬로건들도 보고 지나가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         wow siheung
-         yes! Uiwang
-         ace yong-in
-         super pyeongtaek
-         best gimpo
-         viva boryeong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상하게 재밌는 어감의 슬로건으로 마칠게요:

-         aha! suncheon

어떤 특이점도 없고, 도시 이미지에 영향도 주지 않고

첫번째로 엄청나게 많은 수의 도시 슬로건이 생겼다는게 좀 거슬려요. 외국인들이 울산에 이제 슬로건이 있다는 사실에 신경이나 쓸까요? 이렇게 작은 것까지 브랜딩 하면서 극단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는 걸까요?

그리고 더욱 중요한 비평인데, 놀랄만한 뉴스를 알려드리자면, 이 슬로건들은 별로 훌륭하지도 않아요. 어떤 특이점도 담고 있지 않고 그 도시들에 대한 이미지에 별 영향도 주지 않죠. 외국인이 'nice jechon'이란 슬로건을 보고 "와, 이건 정말로...음...nice하네, 다음주에 되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제천에 꼭 들러봐야겠다~"라고 생각할 거란 상상 하실 수 있으신가요?

짧고 시원하게 평가를 내려보자면, 브랜딩 전략에서 이 슬로건들은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겠죠. 특별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나마 어떤 의미라도 있는 것 같은 것들도 어색할 정도로 우스운 느낌이 드니까요.

한국이란 이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나라

브랜딩은 외우기 쉬운 슬로건 이상의 것입니다.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그리고 어떤 나라가 아닌지와,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포괄적인 전략이지요.

그래서 이전의 "Dynamic Korea"(한 저널리스트는 먼저 나온 "Amazing Thailand"와 "Incredible India"를 너무 따라한 듯한 느낌이 들어 바꾼게 아니냐는 추측을 했었죠)를 대신해 최근까지 한국 슬로건으로 쓰였던 "Korea, Sparkling"에 대해서도 똑같은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네요.

한국은 밤 거리의 네온사인 불빛과 화려한 팝 문화, 패현 악세서리 등에서 보면 sparkling(번쩍이는) 한 것이 맞지요. 하지만 "새롭고 깨끗한"의 번쩍임에 대한 함축이라면 별로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2010년에 한국은 다시 새로운 슬로건을 내놓았지요, 5년도 안 되는 시간동안 3번째 슬로건이네요. 하지만 새로운 슬로건 "Korea, Be inspired"도 그다지 변한 느낌은 없는 것 같죠. 적어도 브랜딩 파워에 있어서는요. 제가 틀릴지도 모르지만, 제 느낌에는 이 슬로건 역시 수많은 도시 슬로건과 비슷한 방법으로 만든 것 같거든요. 그냥 영어로 듣기 좋은 단어("dynamic"도 듣기 좋지 않았나요?),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지요. 결국 이런 점이 브랜딩 하는데 있어 이 슬로건의 부적합함을 드러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면서 우리가 한국을 브랜드화 하는데 노력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경제적 이득이 있으니까 라는 이유는 단지 절반의 이유일 뿐이라고 덧붙이고 싶어요.

사실은 적어도 정서적 측면에서 또 다른 이유가 있죠.

이렇게 얘기해 볼게요, 만약 지금 서양의 보통 사람들에게 한국의 이미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처음 돌아오는 답변에 보통은 실망하게 될거예요. 보통 사람들의 머리에 처음 떠오르는 것은 북한 문제나, 한국 국회의사당의 날아다니는 의자나, 대우 등 회사들의 부도(저도 오래된 얘기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그 이미지가 많이 각인된 것 같아요), 아니면 긍정적인 면으로는 월드컵 정도, 그것도 "그런데 사람들이 그냥 축구 경기 하나에 그렇게 미친 듯 행동한 거 참 골 때리지 않아?"라는 등의 덤이 딸려서 나올 수 있어요.

적어도 저에게 한국이란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나라이고, 무엇보다도 훨씬 멋진 점이 많은 나라이기에, 국가 브랜드화라는 주제에 대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신경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앞서 말했던 경제적 이유를 벗어나 우리가 한국을 브랜드화 하는데 더 노력을 쏟아야 된다고 생각한답니다.

예고: 이 주제에 대해서는 조만간 한국이 브랜딩 전략으로 내세워야 할 긍정적이고 독특한 점이 무엇일지 더 구체적으로 쓸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당장 너무 많이 힌트를 드리면 안되겠지만, 아마도 한국의 유일무이한 경제 성공 이야기에 대해(지금 떠오르는 건 50년도 채 되지 않는 산업화 기간동안의 인상적인 GDP 성장과 세계 최고로 도약한 조선사업, 반도체, 차량과 가전제품 사업이네요) 선전할 것 같아요, 그래도 더 보러 와주세요.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태그:#브랜드, #한국, #코리아, #스파클링, #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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