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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0여 일간 바이크(오토바이)를 타고 일본을 여행하고 돌아 온 사람이 있다.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초반의 조민구씨, 바이크 뒷좌석에는 배낭이며 침낭이며 짐이 가득하다. 왜 다녀왔을까? 어려움은 없었을까? 라는 생각에 앞서 솔직히 부러움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4월초에 시작한 일본 바이크 여행을 마친 조민구씨, 지난 5월 15일, 필자를 찾아왔다.
 4월초에 시작한 일본 바이크 여행을 마친 조민구씨, 지난 5월 15일, 필자를 찾아왔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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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구는 누구인가?

서울 숙명여대 앞에서 태국식 쌀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민구씨. 직업이기에 음식에 관심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또 하나의 관심사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인연이 된 바이크. 그것도 고전 바이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바이크는 국민바이크라는 'D'사의 시티100과 비록 구닥다리이기는 하지만 이번 일본 여행에 소중한 친구가 됐던 'H'사의 GS125를 가지고 있다. 또한, 오래된 바이크 마니아들이 모인다는 올드바이크 카페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유로움을 좋아해 여행도 비교적 많이 다닌 편인데 특히 체험하면서 둘러보는 것을 좋아해 해외여행 프로그램 중에서 우프(Willing Workers On Organic Farms, 스탠드 유기농 농장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의 뜻)나 워킹 홀리데이를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자신을 소개해 달라는 얘기에 "뭔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움'을 좋아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격"이라고 말하면서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하는 고집스러움도 있다"고 답한다. 어찌 보면 자유로운 여행자들의 공통적인 성격을 그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을 택하게 된 이유와 준비는 어떻게 했는가?

조씨가 여행지로 일본을 택하게 된 이유는 분명한 듯보였다. 먼저 일본이 음식으로 유명하기에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과 관련해 뭔가 특별한 경험을 쌓고 싶었다는 것이며 일본이 바이크 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고 있기에 바이크 여행을 만끽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번 조씨의 일본 여행에는 또 한명의 친구가 동행했다. 지난 2004년 호주의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서 만난 문찬씨. 그들이 의기투합해 일본을 다녀오자고 한 것은 외로운 여정에서 서로를 의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맛과 바이크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서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준비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의 일본여행은 이미 지난해 겨울부터다. 12월 말부터 필요한 물품 등을 구입하고 출입국에 따른 절차도 체크하기 시작했는데 서로 분업화해서, 문찬씨는 음식점 정보를 수집하고, 조씨는 바이크 용품과 등산용품 등을 각각 준비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출발하기 전부터 잠을 자거나 생활하는 데는 최대한 돈을 아끼고 먹는 것만큼은 돈을 아끼지 말자고 의기투합했는데 그래서인지 돌아와서 정산해 보니 한 사람당 300만 원이 넘는 돈을 썼고 그 중에서 절반 이상이 먹는 것으로 사용했을 정도라고 한다.

일본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사진 우측에서 두번째가 조민구씨)
 일본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사진 우측에서 두번째가 조민구씨)
ⓒ 조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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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정과 기억나는 것들이 있다면?

이들이 40여 일간 다녔던 코스를 되짚어보면 시모노세키를 시작으로-히로시마-시코쿠-코치-도토리-큐슈 등 주로 남반구를 돌아 나온 코스였다. 북반구까지 돌아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했다고 말한다. 그 만큼 이번 여행의 목적인 맛과 바이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듯보였다.

조씨는 기억나는 것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산과 바다와 강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고 울창한 산림과 전통적인 모습의 건축물들이 함께하는 모습이 환상적이었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특히, 주코쿠의 오노미치시에서 시코쿠 에마현까지 이어진 6개 섬의 풍광은 절대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한, 바이크가 고장 나 움직일 수 없게 됐을 때 멀리서 달려와 성심성의껏 도와준 스즈키사의 엔지니어 타카이 마사유키씨, 일본의 자연을 그리며 여행하는 화가인 콘도 츠요시씨는 직접 붕어빵까지 구워주면서 좋은 얘기들을 많이 들려줬고 길을 잃었을 때 도움을 주고 하룻밤 묵을 수 있게 해 주던 마야와 그 친구 세 명은 좋은 추억이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어려움도 함께 토로했는데 이틀에 한번 꼴로 내린 비는 바이크 여행 내내 그들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했었다고 한다. 더구나 텐트를 치고 밖에서 자야 하는 사정상 옷과 짐이 젖기를 수없이 반복했었다고 한다. 자연 조건이 바이크여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음식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는다면...

이번 여행의 주된 주제이기도 한 음식 얘기에서 그는 그 지역에서 재배되고 생산되는 식품들이 그 지역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은 감명 깊었다고 말하면서 식품의 이동 경로가 짧으면 짧을수록 신선하고 지역경제도 살아난다는 점을 그들은 잘 알고 실천까지 하고 있는 듯 보였다고 말한다.

특별한 음식으로는 가쓰오 타다키(음식이름)를 꼽았는데 가다랑어를 살짝 불에 익혀서 회로 먹는 방식인데 입에서 살살 녹았다고 말한다. 또한, 우동이 맛있었다고 하는데 면 자체가 탄력 있고 쫀득해 스프에 면을 말아 먹는 것도 좋지만 그 면만을 먹어도 될 만큼 느낌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특별한 인상을 받은 것은 모든 재료가 그 고유의 맛을 끝까지 간직하고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 그 예로 소금, 간장 등 기본양념이 그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 음식 속에 녹아있어 전체적으로 음식이 맛난 것 같았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음식도 기본에 충실해야 맛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사진 왼쪽은 일본의 자연을 그리면서 여행하는 화가, 사진 오른쪽은 바이크가 고장났을때 멀리서 와 줬던 엔지니어
 사진 왼쪽은 일본의 자연을 그리면서 여행하는 화가, 사진 오른쪽은 바이크가 고장났을때 멀리서 와 줬던 엔지니어
ⓒ 조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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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여행에 대해 얘기를 한다면...

"일본을 바이크여행의 천국이라고 표현하는데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니 그 말이 거짓이 아닌 듯했다"고 말하면서 "교통문화 자체가 다름을 느꼈다"고 하는데 "위협적으로 운전을 하는 이가 거의 없고 40여 일간 여행을 하면서 클랙션 소리도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길 중간 중간에 미치노애끼(휴게소같이 사람이 쉬어가는 곳)가 있어 안심하고 길을 나설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는 바이크 여행을 하려면 국도로 다녀야 하는데 휴게소는 물론이며 슈퍼마켓도 가뭄에 콩 나듯이 있어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

"바이크 여행은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고 강조하는 조씨, 바이크여행은 한마디로 살아있는 날것 그대로라고 표현한다. 바람을 느끼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간다는 것이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운송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여행의 도구(?)가 주변여건들에 의해 자꾸 밀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일본의 도로여건, 교통문화, 제반시설 등에 대해 부러움만 가질 게 아니라 우리도 그런 환경을 갖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는 것과 '바이크 올레꾼'돼 그것에 일조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또한, "국내에도 우프와 유사하게 여행자들을 위한 편리한 시설과 제도가 정착됐으면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면서 요리도 자신 있고 여행에도 관심이 많기에 여행자, 특히 바이크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를 운영해 볼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필자가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천올레길'에서 잡초제거 봉사활동을 하고 1박을 하고 간 조민구씨, 그의 자유로움이 부럽기도 하지만 여행자들을 위한 당찬 그의 계획에도 부러움이 앞선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우프와 같은 프로그램이 한국에 정착됐으면 한다는 생각에서 필자의 '우리천올레길' 조성 구간에 와서 잡초제거 봉사활동을 하고 간 조민구씨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우프와 같은 프로그램이 한국에 정착됐으면 한다는 생각에서 필자의 '우리천올레길' 조성 구간에 와서 잡초제거 봉사활동을 하고 간 조민구씨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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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여행, #일본여행, #조민구, #우리천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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