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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명의 전·현직 검사가 얽힌 향응·성접대 의혹을 폭로한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은 '법의 날' 특집 방송이었다. 그러나 정작 사법부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 '법의 날' 기념행사에서 '스폰서 검사'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23일 오전 10시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김평우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은 입을 모아 '법치'를 강조했다. 국가와 정부의 책임도 말했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말했다. 그러나 법에 따라 수사권·기소권을 행사해야할 검찰 스스로 법을 어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국가기관부터 법 준수해야"...혹시나? 역시나!

 23일, 법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3일, 법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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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기념사에서 "국가와 정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는 정의로운 법규범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민들은 자유와 권리, 책임과 의무가 상호 경쟁하면서 조화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법치주의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기념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대법원장이 "법의 지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고 다루는 국가기관부터 솔선수범하여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존중해야 한다"라 말할 때까지만 해도 검찰에 쓴 소리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곧바로 이어진 발언은 원론적인 내용이었다. 이 대법원장은 "입법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법을 만들어야 하고 행정부는 이러한 법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집행하여야 하며, 사법부는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여 국민의 권리 구제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 참석자 중 제일 눈길이 가는 사람은 아무래도 김준규 검찰총장. 한명숙 전 총리가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여당에서조차 김 총장에 대한 사퇴론이 나왔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폰서 검사' 사건까지 터진 상황이다.

그러나 행사에 참석한 김준규 총장은 옆에 앉은 성낙인 진상규명위원장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을 뿐 입을 열지 않았다. 김 총장은 내내 굳은 표정으로 행사에 임했다.

속닥속닥 무슨 얘기 중일까 23일 법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준규 검찰총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성낙인 검찰 접대 진상규명위원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속닥속닥 무슨 얘기 중일까 23일 법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준규 검찰총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성낙인 검찰 접대 진상규명위원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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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딱 한 번 '스폰서 검사'가 등장하긴 했다. 이귀남 장관이 기념식사 발언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고, 엄정한 진상 규명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PD수첩>이 방송된 다음날(21일) 했던 발언과 큰 차이가 없는 말이었다. 이 장관은 식이 끝난 후 국민훈장을 받은 수상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검찰 비리로 떠들썩한 식장 밖의 여론과는 달리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식장 안, '법'의 온도차는 너무도 컸다.

이날 행사가 열리기 직전 향응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기념식장에는 법에 대한 정답이 가득한데, 검찰의 이날 성적은 오답이었다. '스폰서 검사'는 국민들 눈에만 보일 뿐 법조계 수장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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