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이용훈 대법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사립학교 종교 자유' 관련 상고심 공개 변론을 진행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작심한 듯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제47회 '법의 날'을 이틀 앞둔 23일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기념식 공식석상에서다.

이 대법원장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핵심은 두가지다. 먼저 입법부와 행정부를 지목하며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 삼권분립 국가임을 상기시킨 것이다.

특히 사법부가 재판을 통해 다른 국가기관의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통제한다고 주지시킨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또 재판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아닌 판결 결과에 불만을 품고 정도를 벗어나 판사의 자질을 거론하고 실력 행사까지 서슴없이 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인 사법제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의 날 기념축사에서 "법의 지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고 다루는 국가기관부터 솔선수범해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존중해야 한다"며 "입법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법을 만들어야 하고, 행정부는 이러한 법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사법부는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국민의 권리 구제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기관이 먼저 법을 지키고 법의 권위를 존중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 일반 국민들도 서서히 준법정신이 몸에 배게 되고 법의 권위에도 순응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3월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고, 법관인사위원회에 법무부장관 등이 추천하는 인사 2명을 포함시키고,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원제도개선안을 발표했는데, 법원행정처는 즉각 "사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심마저 잃은 처사"라고 대응해 충돌을 빚은 바 있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지난 번보다는 다소 유연해졌으나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법부의 뜻을 분명히 전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대법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의 지배는 궁극적으로 사법부의 재판을 통해 구체적으로 작동하고 실현된다"며 "사법부는 재판이라는 법선언 작용을 통해 다른 국가기관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사회 내의 법적 분쟁을 해결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올바른 법과 정의가 드러나게 되고 구체적인 법질서가 형성되며, 종국에는 실질적인 법의 지배가 이 땅에 뿌리내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 정도 넘어 판결 내용뿐만 아니라 법관에게 실력행사"

 MBC 'PD수첩'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어버이연합,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용훈 대법원장과 문성관 판사 사퇴를 요구하며 화형식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21일 오후 MBC 'PD수첩'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어버이연합,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용훈 대법원장과 문성관 판사 사퇴를 요구하며 화형식을 하고 있다.
ⓒ 최경준

관련사진보기


이용훈 대법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재판에 대한 도를 넘는 비판도 꼬집었다. 그는 먼저 "우리 사회가 법의 지배가 실현되는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법질서 형성의 최일선에 서있는 사법부의 재판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감시 활동은이적극 장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그러나 "최근 언론, 정치권, 법조계, 시민단체 등 외부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은 하급심 판결에 대해 계속적으로 정도를 벗어난 비판을 하는 것에는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자신의 시각만이 객관적이고 옳은 것인 양 판결의 내용뿐만 아니라 판결을 한 법관의 자질까지 서슴없이 거론하기도 했고, 심지어 일부는 법관의 집 앞에서 집단시위를 하는 등 실력행사를 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런 행위는 자칫 앞으로 재판을 맡게 될 상급심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고 그 재판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사법제도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켜 법치주의 근간인 사법제도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사법부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분쟁 해결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을 때 입는 손해를 우리는 냉철하게 계산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분쟁이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특히 지역간·계층간·세대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특정주의나 이념을 둘러싼 대결도 여전하다"며 "이러한 갈등이 지나칠 경우에는 사회 혼란을 초래하거나 국가 번영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현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이 대법원장은 아울러 "지금도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법이 불공평하게 적용되거나 집행된다고 믿고 있는데, 국민이 법을 불신한다고 해서 이를 탓할 수만은 없다"며 "법조직역에 종사하는 우리가 먼저 법과 제도를 제대로 만들고 국민의 시각에서 올바로 운용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하고, 국민의 불신의 벽을 허물어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