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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들판을 걸으면 야생초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18일(일요일) 오후, 날씨가 무척 흐렸다. 화창한 날씨였으면 좋았건만, 봄의 향수를 만끽하고자 지인 가족과 내천(용암천)을 따라 걸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촌은 사방이 온통 논밭과 산이 어우러진 시골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바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이다. 휴일이면 수락산을 오고가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청학리에 있는 식당들도 휴일이면 제법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이다.

 

이곳은 동서남북이 산으로 둘러싸여 등산하기에 좋다. 특히 청학리 마을 뒷길로 연결된 용암리로 가는 길은 조깅이나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만물이 소생하고 있는 봄 들판과 먼 산을 보며, 걷다보면 제법 마음이 상쾌해진다.

 

맑은 공기는 물론이고 한눈에 산과 들과 시골집 그리고 오고가는 사람들을 보면 신이 절로 난다. 마치 먼 시골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용암천 개울을 따라 걷다보면 젖소들이 옹기종기 모인 목장이 보인다. 상추와 고추, 오이 등의 식물을 재배하는 하우스도 볼 수 있다.  논밭을 가는 촌노, 활짝 핀 야생초와 야생꽃, 청둥오리, 두루미 등을 관찰하니, 왠지 마음이 들뜨기도 했다. 마치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날 걷다가 가장 먼저 본 광경은 홀로 내천을 걷는 하얀 두루미였다. 민물고기 먹이감을  찾아 헤매는 듯했다. 카메라를 가까이서  들이대자 훨훨 활개를 치면서 날아갔다. 하얀 날개를 쭉 펼치는 두루미를 보면서, 하얀 옷을 벗삼아 풍류를 즐겼던 우리 선조들이 문득 생각났다.

 

조금 지나자 쑥, 냉이, 다래  등 봄나물을 캐는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개나리와 목련이 만발했고 하천 옆 뚝에서 모습을 드러낸 독버섯이 신기함을 더했다. 특히 하천 갈대는 겨울을 이겨낸 듯 반듯하게 서있다. 하천 뚝에서 발견된 노란 민들래, 핑크색 제비꽃도 생명력을 과시한 듯했다.  먼 산의 경치를 화폭에 담기 위해 빠른 붓놀림을 하는 화가의 모습에서 정겨움을 느꼈다.

 

종착지에 다다르자 '약초보감'이란 간판이 보였다. 천연염색을 하는 집이었다. 염색 옷과 내의, 모자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천연염색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미리 예약을 해 직접 시연을 할 수도 있다고. 현관에는 10가지 약재를 넣은 건강식 한방차가 대기하고 있다. 아니 손님을 위해 상시적으로 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곳을 오고간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한 주인의 배려인 셈이었다.

 

이날은 셋째주 일요일이라서 휴일이었다. 하지만 약초로 다린 한방차는 펄펄 끓고 있었다. 아름다운 경치와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약초 냄새, 물씬 풍기는 차를 곁들이니 몸이 무척 가벼워진 듯했다. 특히  야외 탁자에 준비된 치킨을 안주 삼아 마신 맥주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벽면에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란 시가 눈에 들어왔다. 또 작년 6월 20일 이곳을 다녀간 '한경영'이란 사람이 쓴 시가 눈길을 끌었다.

 

"아~ 아~

잔잔히 불어오는

산바람에 풍경소리 울리고

처마끝 떨어지는 낙수물소리에

나는 나는 잔잔히 밀려오는

행복감에 눈을 감는다

저 푸른 아름다운 산우리에

걸쳐잇는 구름 안개 속에

옛추억을 떠올리며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인생이였으면 좋겠구나

비오는 날 오후에...

2009년 6월 20일 한경영님"

 

청학리에서 용암리 '약초보감'까지는 약 5km 정도인데, 이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는 학생들과 아이들도 더러 있다. 비치된 낙서판에 '세상 하나뿐인 인연'이라 글귀가 묘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휴식을 끝내고 왔던 하천 건너편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 

 

하천을 가로 질러 건너자 진한 핑크색 꽃잔디가 가슴을 환하게 했다. 전원주택에 피어 있는 꽃잔디는 높이 10cm 정도에 가지가 많이 갈라졌고, 가지에는 아름다운 핑크색 꽃이 구석구석 매달려 진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잔디 같이 지면을 덮고 꽃이 만발하므로 꽃잔디라고 불리고 있다고.

 

집으로 오는 길 배나무 밭에 배나무 가지의 움이 틀듯 말듯 가슴을 조이게 했다. 하천 곁에서는 산에서 칡을 캐와 묶고 있는 촌노의 모습에서 농촌의 향수를 느끼는 듯했다. 누군가 지은 텃밭에서는 마늘과 양파 순이 파릇파릇 자라나고 있었다. 이날 우연히 발견한 여러 야생초를 보면서 <야생초편지>를 쓴 황대권 선생이 문득 생각이 났다.

 

군집된 아파트촌으로 들어오자 온통 활짝 핀 개나리꽃이 일행을 반기는 듯했다. 아파트를 뒤로 하고 활짝 핀 자목련에서 봄의 향기를 느끼는 듯했다. 야생초, 꽃, 나무들이 정말 친구 같이 느껴진 하루였다.


태그:#야생초, #봄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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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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