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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현대본관 강익중전 전시소개. 1994년 뉴욕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과 강익중 2인전에서 두 작가의 모습. 서로 너무 닮았다. 천진난만한 웃음도 비슷하다

갤러리현대(대표 도형태) 40주년을 맞아 강익중전이 5월2일까지 사간동에서 열린다.
 
백남준과 강익중, 두 작가는 1994년 뉴욕휘트니미술관에서 2인전을 가진 적이 있다. 백남준은 휘트니미술관 관장이던 D. 로스에게 이렇게 단 2줄의 팩스를 보낸다. "난 괜찮으니 강익중에 더 좋은 자리를 주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그만큼 백남준은 강익중을 아꼈다. 강익중은 백남준으로부터 이런 관심을 받을 만큼 인간적 매력이 넘친다.
 
강익중은 그의 정신적 지주인 그를 "우주적 농담을 하는 인물이자 한낮에 별을 보는 무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익중은 백남준이 "30세기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라는 백남준의 뜬금없는 질문에 놀랐다고 한다. 강익중은 백남준의 열렬한 팬이다. 그의 정신을 잇고 싶어 한다.

 

달항아리의 당당함과 순수함

 

 '달항아리' 나무에 혼합매체 173×173cm 2009

강익중의 이번 전시회 주제는 달항아리의 순수함과 당당함이다. 우리가 달항아리에서 한국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찾는다면 너무 자연스럽다. 거기에는 우아함과 넉넉함도 곁들어진다. 청자의 비색마저도 하얗게 녹여내는 그 용해과정이 가히 경이롭다.

 

"만두 속의 부추와 돼지고기 비율은 2대1이다"라는 다소 엉뚱한 담론은 강익중이 거짓 없는 정직한 사회를 비유한 말이다. 강익중은 아름다움을 멀리서 찾지 않고 바로 주변에서 찾는다. 그는 뉴욕을 무대로 하는 현대작가이나 그의 상상력의 시원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강익중은 누구보다 한국작가라는 정체성이 확실한 것 같다. 그는 또한 백남준의 영향이 컸으리라. 백남준은 몽골의 피를 받은 스키타이 단군후손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었기에 서구미술을 조롱하고 호령한 세계의 작가일 뿐만 아니라 세기의 작가가 되지 않았던가.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는 동전양면 같은 것

 

 '놀라운 세상(Amazed World)' 설치미술 뉴욕 UN건물 2002. '평화를 위한 작은 조각들'(Small Piece for Peace) 2007. 작업하는 세계 어린이들(왼쪽)

강익중은 "그림을 통해 서로의 벽을 허무는 게 제 생각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이념과 지역과 인종을 넘어 인류애를 향한 작은 발걸음이 강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가 바라는 궁극적 것은 '평화세상(Happy World)'이다. 지구상의 68억 인구의 수십억만 개의 꿈이 이루어지는 조화로운 세상 말이다.

 

그러다보니 작가는 세계평화의 근간이 되는 남북통일에 관심이 많다. 강익중은 작품을 통해 이런 난제도 조금씩 풀어보고 싶어 한다. 이 점에 대한 작가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자.

 

"한반도에서 자란 나는 분단되기 전의 이야기를 어른들로부터 늘 들어왔다.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찬 그분들의 눈빛이 점차 절망의 어두움으로 변해가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순수한 어린이의 눈을 통해 미래를 바라볼 수만 있다면 분단의 골짜기는 조금씩 좁혀지고 화해의 물꼬가 트일 거라고 믿는다"

 

산수화를 강익중 버전으로 현대화

 

 '산 폭포수(Mountain Waterfall)' 나무에 혼합매체 122×58cm(각각58cm 2009

 '산(Mountain)' 나무에 혼합매체 46×46cm(각각) 2008

우리는 어려서부터 제일 먼저 본 그림이 바로 산수화다. 그럼에도 산수화는 박제화되었고 대중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그러나 강익중은 이를 현대예술로 재탄생시켰다. 이런 작품이 보니 너무 반갑고 가슴 벅차다. 혈투 끝에 통쾌한 승부를 맛본 기분이다.

 

산수화는 일종의 우주만물을 집약시킨 그림으로 산의 능선과 골짜기의 폭포수까지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풍광을 보면 몰아지경과 물아일체의 맛보게 된다. 강익중은 먼 타국생활에서 그리운 조국의 산하를 볼 수는 없어도 그것이 자신과 몸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런 점을 그의 작품에 반영했는지 모른다.

 

고구려벽화의 현현

 

 '행복한 세상 부분화(Happy World)' 혼합매체 2009

▲ 'TV 행복한 세상' '행복한 세상(Happy World)' 비디오 2009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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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은 3×3인치 그는 뉴욕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공부할 때 지하철에서 오가며 그리다 시작되었다. 그것들이 모여 이렇게 무지개보다 더 황홀한 색채를 연출한다. 거기다 고구려의 벽화형식에서 보여주는 현란한 색채를 현대적 감각과 채색으로 재창조된다.

 

같은 색이 없고 같은 형이 없는 벽화, 모두가 제 나름의 개성과 특징이 있다. 보다 생생한 세상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그렇게 다른 상하주객이 없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선보인다. 고구려벽화의 사방신인 백호, 청룡, 현무, 주작을 보는 것 같은 착각도 가끔 든다.

 

'행복한 세상'은 제목에 걸맞게 오색찬란한 'TV산수화'가 첨부된다. 미니비디오로 듣게 되는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는 백남준이 말하는 기계의 인간화를 연상시킨다. 이것은 일종의 '음악페인팅'으로 자연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듣고 있는 것 같다.

 

한국적 원융합일 구현

 

 '무한대 멀티플 다이어로그 부분화(Multiple Dialogue ∞)' 혼합매체 2009.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중앙홀 입구

이런 작품이 나오기까지 이미 국내외 공공미술작품을 여럿 선보였다. 샌프란시스코 공항과 뉴욕지하철역 환경조형물, UN본부의 '해피월드' '서울아산병원'과 경기도미술관 '희망의 벽' 등 설명이 필요 없기에 지구촌 모든 사람들에게도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준다.

 

2009년 강익중이 백남준에게 바치는 작품 과천국립현대미술관의 '삼라만상-멀티플다이얼로그∞' 역시 대단하다.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라는 '원융합일'과 '화엄세계'가 그 속에 흐른다. 서경덕의 '이기일원론'과 원효의 '화쟁(화이부동)'과 백남준의 '다다익선' 정신도 스며있다.

 

윤동주의 동시를 연상케 하는 작가

 

 '꽃 달항아리(Flower Moon Jars)' 나무에 혼합매체 89×89cm 2009

'꽃 달항아리' 같은 작품은 작가의 순수하고 맑은 동심에서 나온 것이리라. 그의 산문에서도 그의 작품에서도 그걸 느낄 수 있다. 길가에 핀 소박한 들꽃 같은, 아직도 순애보를 지키는 처녀 같은, 윤동주의 동시를 읽을 때 맛보는 맑은 샘물 같은 작품이다.

 

작가도 "동심은 우리의 아픈 상처를 치료하고 끊어진 민족을 다시 이으며, 세계를 미래의 시간으로 미리 가게 해 준다"라고 했다. 그러니 사물에 숨은 일체의 아름다움이 보는 심미안은 물론이고 미래도 꿰뚫어보는 천리안이 더해지지 않겠는가.

 

천지인이 담긴 '한글'을 설치작품으로 탈바꿈

 

 '내가 아는 것(Things I know)' 빛 상자(light box)에 혼합매체 14개 크레파스 240×150cm 2010. "폭풍 직전의 하늘은 연한 청록색이다. 코가 닮은 사람끼리 친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위는 한글서예를 응용하여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한글알파벳이 가지고 있는 미니멀한 그래픽디자인 요소도 최대로 살린다. 이미 글자 속에 '천지인(天地人)'이 그려져 있어 더 넣을 것도 뺄 것도 없다. 여기에 14가지 단청이 들어가니 더욱 화사하다. 여기서 한글의 조형미가 새삼 돋보인다. 강익중이 한글서체로 현대판 '추사체'로 부활한 것 같다.

 

한국문화원금의 세계화

 

 '청풍명월-1' 8폭 나무에 혼합매체 225×400cm 2010

'청풍명월'에서 보듯 그는 한국문화원금 혹은 한국문화코드를 십분 활용한다. 달항아리의 품격이 그렇고, 서예의 멋이 그렇고, 고구려벽화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벽화가 그렇고, 고요한 가운데 기운생동 하는 부처가 그렇다. 그는 이렇게 한국적 이미지를 세계화한다.

 

그는 이렇게 멀리 보는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인류와 우주와 소통해왔다. 거기서 그만의 창조력과 상상력을 피워왔다. 이제 50대를 맞은 강익중, 그의 르네상스를 꽃피우기 위해 첫 걸음을 내디디는 각오인지 모른다. 이번 전시 중에도 중국으로 건너가 '2010 상하이세계박람회' 한국관을 꾸미는데 여념이 없다.  

 

강익중(1960~)이 쏟아낸 말의 풍경들

 작가의 관객과 대화

- 그림을 통해 나의 위치를 아는 것, 나를 알아보는 것 작은 창문을 통해 나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꿈(wish, 희망)이라는 연료를 담아 그림을 통해 나의 위치를 파악한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철학이다.

 

- 인생은 기차여행 같다. 같은 기차에 타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지요. 같은 기차를 탄 것도, 같은 칸에 있는 것도, 같은 열의 좌석에 앉은 것도 모두 인연이다. 우리는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모두 이어져 있다.

 

- 또한, 꿈의 달은 전 세계 어린이의 꿈이 담긴 달이다. 어린이는 미래이다. 어린 시절 보았던 달을 띄우고 싶다. 내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았던 하나 된 조국의 달을 띄우고 싶다.

 

- 폭풍 직전의 하늘은 연한 청록색이다. 코가 닮은 사람끼리 친하다. 기쁨 감사가 지구별의 요술 암호이다. 계란을 좀 더 오래 삶으면 껍질이 저절로 까진다. 예쁜 사람 보다 착한 사람이 훨씬 예쁘다. 그림을 그릴 때 눈을 반쯤 감고 그려야 좋은 그림이 나온다.

 

- 한국의 달항아리는 하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기에는 내 어릴 적 고향마을에서 보았던 떠다니는 구름이 있고, 긴 여행 끝에 뉴욕 케네디공항에 도달할 즈음 비행기에서 바라본 떠오르는 오렌지 빛 달이 있으며, 차이나타운의 내 스튜디오에서 3달러짜리 점심을 먹을 때 슬며시 빗겨 들어오던 따사로운 햇살이 있다.

 

- 우리에게 부를 가져다주거나 사회적 지위를 높여주는 지식만이 유익한 것이라면, 작가의 작품은 유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기쁘게, 보다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유익하다고 한다면 그의 작품은 유익하고 말할 수 있다. 작가의 이름이나 제목, 제작연대, 장르, 기법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작가는 감상을 위해 어떠한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같은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의 장단에 흥이 겨울 수 있다. 동서가 어우르고 남북이 하나 되는 그런 신명 나는 화합을 이야기한다.

 

- 지하철에서 나와 방향을 모를 때 맞는다고 생각하는 쪽의 반대로 가면 된다. 햇빛에 눈이 부실 때는 찡그리지 말고 웃으면 된다. 가장 좋은 냄새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방금 산 책받침냄새다. 어릴 적 들은 칭찬은 오래 기억된다. 두 속의 부추와 돼지고기 비율은 2대1이다. 감기가 올 때 헤어드라이어로 5분간 목뒤를 따뜻하게 해주면 좋다. 급한 일이 있더라도 몸이 불편한 사람 앞에서는 뛰면 안 된다. 정말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 밤하늘의 별들은 크리스마스장식이 아니다. 돈을 아끼려고 빨래비누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꼭 가렵다.                                                                                            <미술관자료 등 활용>

덧붙이는 글 | 갤러리현대(사간동) www.galleryhyundai.com 입장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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