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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선장수 김숙자 할머니가 꽃게를 양손에 들어 보이며 환한 표정을 짓는다.
 생선장수 김숙자 할머니가 꽃게를 양손에 들어 보이며 환한 표정을 짓는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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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를 끼고 있는 여수, 수산물이 풍부한 여수의 교동시장은 입구에서부터 싱싱한 생선과 조개류 등의 해산물이 넘쳐난다. 커다란 개조개에 눈길을 주자 노점상 아주머니는 깊은 바다에 사는 개조개를 물때 맞춰 아저씨가 잡아왔다고 한다.

- 개조개가 싱싱해 보이네요.
"우리 아저씨가 어제 파왔어요. 개조개는 시 때 물이 많이 나야지 안 그러면 없어요."

노란 알을 한가득 품은 '밤숭어리'

  말똥성게 무더기 속에서 노란 알을 가득품고 있는 성게가 유독 눈길을 끈다.
 말똥성게 무더기 속에서 노란 알을 가득품고 있는 성게가 유독 눈길을 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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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발자국 떼자 동글동글 말똥을 닮은 말똥성게 무더기 속에서 노란 알을 가득 품고 있는 성게가 유독 눈길을 끈다. 이곳 상인들은 말똥성게를 '밤숭어리'라고 했다. 우리나라에 약 30종 정도가 서식하는 성게는 극피동물이다. 그중 식용이 가능한 것은 남방계인 말똥성게, 분홍성게, 보라성게와 북방계인 북쪽말똥성게 등이다.

사람팔자 시간문제라지만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일본에 수출되면서 귀한 대접을 받았던 이 녀석들이 요즘 딱 그 짝이다. 2천 년대 들어 일본수출이 끊기면서 천덕꾸러기를 넘어 퇴치대상에 올랐다. 미역, 다시마, 톳 등을 포식하면서 해저 갯녹음 현상(백화현상)까지 일으키기 때문. 이러한 원인은 값싼 중국산에 밀리면서 어민들이 수확을 포기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때문이다.

"이건 참우럭조개, 완전히 자연산이여, 돌산 물 깊은 데서 나와."

시장 중간쯤에는 쪽파가 가득 쌓여 있다. 여수의 특산품 돌산갓도 보인다.

"우리 막둥이가 서른여섯이니까 생선장사한 지 34년이나 됐네"

 생선 장사를 해서 6남매를 다 키웠다는 할머니의 노점이다.
 생선 장사를 해서 6남매를 다 키웠다는 할머니의 노점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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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세고 있던 생선장수 할머니는 행인이 지나가자 꽃게를 사가라고 외친다. 꽃게 4마리에 1만원이다. 할머니는 해가 갈수록 장사가 어렵다고 한다.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젊은 사람들이 다 객지로 나가고 없어서라며 나름대로의 생각을 얘기했다.

- 물건은 어디서 가져와요. 힘드시겠어요.
"도방(도매) 집에서 물건은 다 갖다 줘. 갈치 주라면 갈치주고, 명태 주라면 명태주고... 내가 원한 거 다 갖다 줘."

- 이문이 얼마나 돼요.
"도방 집에 본전 줘야지, 돈이 안 돼요 안 돼."

- 장사하신 지 오래 되셨나 봐요.
"우리 막둥이가 서른여섯이니까 생선장사한 지 34년이나 됐네."

 싱싱한 생선과 조개류 등의 해산물이 넘쳐난다.
 싱싱한 생선과 조개류 등의 해산물이 넘쳐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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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참우럭조개, 완전히 자연산이여, 돌산 물 깊은 데서 나와."
 "이건 참우럭조개, 완전히 자연산이여, 돌산 물 깊은 데서 나와."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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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자(71) 할머니다. 사진 한 장 폼 나게 찍어드리겠다고 말하자 "이거이 뭔 영광이까~"하면서 활짝 웃었다. 나중에는 참게까지 양손에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해준다.

할머니는 "손님이 만족해야지 내 욕심만 채워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말 한마디라도 예쁘게 해야 손님이 또 다시 찾는다며. 옛날 같지 않은 장사는 해가 갈수록 험하다고 한다. 보통 하루 4~5만원 벌이는 돼야 되는데 요즘은 2만원도 못 벌 때가 많다고 한다.

자신의 배를 다 채우고 어찌 돈을 버느냐?

생선 장사를 해서 6남매를 다 키웠다는 할머니는 날마다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집에서 나온다. 끝나는 시간은 대충 없다. 점심은 거르기 일쑤다. "점심은 꼭 챙겨 드세요" 했더니 자신의 배를 다 채우고 어찌 돈을 버느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여수 돌산도의 특산품 돌산갓이다.
 여수 돌산도의 특산품 돌산갓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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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게 고달프다고 하지만 할머니는 젊은 시절 고생을 참 많이도 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술 먹고 속을 썩여 한때 고생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행복하다고 한다. 자식들이 정말 잘해줘서.

"고상도 참 많이 했네요. 할아버지가 술 먹고 속을 얼마나 썩이던지."

이제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놀면 뭐하느냐며 돈 벌어서 손자 녀석들 뒷바라지를 하겠다고 한다.

 정월대보름 뒤 끝이어서일까, 오후의 교동시장은 한산하다.
 정월대보름 뒤 끝이어서일까, 오후의 교동시장은 한산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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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교 부근 연등천 위에는 수많은 갈매기가 무리지어 날아다닌다. 정월대보름 뒤 끝이어서일까. 오후의 교동시장은 오가는 손님들보다 상인들의 모습이 더 눈에 많이 띈다. 무료함에 지쳐 꾸벅꾸벅 조는 상인들도 보인다.

"사과나 배나 밀감이요, 사과사세요."
"떨어주이다 떨어주이다, 얼른 팔고 가게..."

사과를 파는 리어카행상 아저씨, 떨이를 사달라는 노점 상인들의 외침만이 텅 빈 시장을 공허하게 맴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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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