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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위기에 놓인 소래철교와 다리 아래 대기 중인 공사용 중장비와 자재들, 그리고 붕괴위험으로 통행을 폐쇄한다는 안내 펼침막과 울타리

"어, 이게 뭐야? 철교 통행이 막혀버렸네."

 

지난 16일 오후 서해는 밀물이 한창 밀려들고 있는 시간이었다.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월곶포구를 돌아보고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소래포구로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건너 다녔던 옛 수인선 협궤열차용 철교입구가 막혀 있었다.

 

"맞아! 이 철교가 바로 경기도 시흥시 쪽에서 철거를 요구하고 인천 남동구에선 보존을 주장하는 뜨거운 감자지, 그런데 저 멀쩡해 보이는 다리가 정말 위험해서 철거하려는 걸까?"

 

월곶 쪽에서 철교로 진입하는 입구엔 울타리와 함께 "붕괴 위험 소래철교 폐쇄, 소래대교 보행로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가로막고 있었다.

 

"위험하긴요? 철교 한 쪽에 약간 문제가 있긴 하지만 간단한 보수공사만 하면 되겠던데 왜 철거를 합니까? 비록 일제 때 만들어진 철교지만 나름의 역사성도 있고, 어쨌건 아주 낭만적인 다리잖아요? 저걸 왜 철거합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일행들을 뒤따르다가 다리 입구 앞에서 만난 중년의 남자가 철교를 바라보며 얼굴을 붉힌다. 철교의 역사와 현재의 사정에도 밝은 식견을 가진 듯한 그는 몹시 화가 난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다리 한쪽 면 흙바닥이 조금 훼손되긴 했지만 보수공사를 하려고 하면 아주 간단한 정도라는 것이었다.

 

 월곶포구 풍경

"저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옛 추억과 운치가 얼마나 멋집니까? 선생님도 건너 보셨죠? 옛날 비틀비틀 넘어질 듯 달리던 협궤열차의 추억도 남아 있고, 그리고 열차운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만 다니는데 무슨 위험이 있다는 거예요?"

 

"정말 그래요. 철거를 요구하는 행정기관이나 사람들에게 혹시 다른 숨겨진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저 멀쩡한 철교를 왜 철거합니까?"

 

옆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사람도 철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뛴다. 그는 이곳에 올 때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다리를 건너곤 했는데 통행이 막혀 너무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관광객들의 불법주차와 소음, 쓰레기 무단투기 등을 이유로 소래철교를 소유한 철도시설공단에 철거를 요구한 시흥시 측의 문제제기로 불거진 소래철교의 철거계획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있었다.

 

 맞은편인 월곶쪽에서 바라본 소래포구 풍경

"제가 보기엔 소래포구 쪽의 주차장 부족으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이곳 월곶 쪽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다리를 건너가 소래포구를 찾는 관광객들 때문에 월곶 상인들이 시흥시에 압력을 넣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상권 싸움이라는 말입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지요."

 

서울에 거주하지만 소래포구와 월곶을 자주 찾는다는 중년남자는 소래철교의 철거문제를 안전문제가 아닌 소래와 월곶 양쪽 지역의 상권싸움으로 보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들으니 매우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이나 공휴일엔 소래포구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주차장과 도로사정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곳 월곶 쪽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철교를 건너가는 관광객들을 많이 보았었다.

 

소래포구와 월곶을 잇는 길이 126.5m의 소래철교는 일제시절인 1937년에 개통된 이후, 수인선의 열차운행이 중단된 1995년부터 철길 기능을 상실했다. 그렇지만 수인선 철길이 모두 사라진 현재는 국내에 남아 있는 마지막 협궤철길이다.

 

더구나 철교 위에서 안쪽의 소래포구와 포구로 들어오는 바깥쪽의 좁은 수로를 바라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 곳이다. 당연히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소래철교가 철거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었다.

 

 밀물로 넓어졌지만 강처럼 보이는 소래포구 수로와 안쪽 깊숙히 멀리 바라보이는 소래철교

철교 통행은 막혀 있었지만 철거공사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초 시흥시 측의 요구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철거를 단행하려했던 철도시설공단 측에서는 일단 철거를 유보한 상태다.

 

통행금지를 둘러싼 다양한 찬반의견들과 정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여 철거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혀 있는 철교 아래 공터에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중장비와 공사자재들이 소래철교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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