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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19. 6·2 지방선거 네 달을 앞둔 시점에서 아직 판세를 논하기는 섣부르다. 그러나 선거 구도와 여론의 흐름을 보면, 민주당에는 '파란불'이 켜졌고 한나라당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민주당으로서는 87년 직선제 이후 처음으로 전국단위 선거에서 일방적으로 3연패(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한 뒤에 처음으로 '해볼 만한 싸움'이 된 것이다.

 

2일 광역단체장 및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사실상 6·2 지방선거 선거전의 막이 오른 가운데 흥미로운 분석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정치정책연구 및 컨설팅 그룹인 P&C정책개발원이 이날 발표한 '여론으로 보는 지방선거 구도 및 흐름 분석' 보고서가 그것이다.

 

보고서의 분석에 사용된 자료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TNS 코리아의 1월 19일 조사결과 데이터이다. 이 조사는 2008년 12월 31일 주민등록 인구현황에 따라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례할당후 무작위 추출한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로 전화면접조사(CATI)한 것이며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이다.

 

P&C정책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6·2 지방선거는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 대결 구도' 속에서 치러지고 ▲ 비한나라당 성향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 한나라당에는 비한나라당 성향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를 무력화시키거나 결집력을 낮출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거 관심도] 유권자는 좋아서보다는 '응징'하기 위해 투표장에 간다

 

우선,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투표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권자는 특정후보나 정당을 좋아해서 투표장에 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표로 '응징'하기 위해서 투표장에 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재보선에서 확인된 '응징표'를 5~8% 수준으로 예상한다.

 

TNS 조사에 따르면, 광역단체장 선거 관심도는 52.0%, 교육감 선거 관심도는 50.7%로 나타났다. 교육감 선거관심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 전망과 달리 '관심 있음' 응답이 50.7%를 나타낸 것이 주목을 끈다.

 

보고서는 역대 투표율과 이번 조사결과를 종합해 2010년 지방선거 투표율이 5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총선 투표율이 46.1%였고, 2006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51.6%였다.

 

연령별 선거 관심도를 보면, 50~60대 이상 고령층은 광역단체장 선거에 관심이 많고, 30~40대 연령층은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20대 연령층은 광역단체장, 교육감 선거 모두 관심도가 낮아 6월 지방선거에서도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선거관심도를 보면, 충청지역의 선거관심도가 가장 높고, 서울지역의 선거 관심도는 가장 낮게 나타났다. 충청지역의 높은 선거 관심도는 정부여당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충청권 및 충청민심의 '응징표' 결집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예상보다 높은 교육감 선거 관심도와 연령별 관심 선거 차이를 주목할 때, 광역단체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간의 연대전략이 이뤄질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즉, 광역단체장 후보는 5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을 공략하고, 교육감 후보는 30대와 40대를 공략할 때 상호 보완 효과를 얻으면서 득표율 제고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역단체장 선거가 접전양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에서는 이러한 연대전략이 광역단체장 선거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테면 무료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이 문제를 전국적 이슈로 만들었다. 따라서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교육감 후보들과 '무료급식 벨트'를 만들어 무료급식 논쟁을 선점한 '김상곤 효과'를 극대화하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구도]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 대결 구도' 복원될 전망

 

그러나 객관적 지표를 보면 현재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 우위 전망이 더 높다. 예를 들어 "오는 6월 지방선거의 서울시장을 비롯한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 어느 정당이 우세할 것으로 보십니까?" 라는 질문에 유권자의 43.8%가 '한나라당이 우세할 것' 이라고 전망한 반면에 '민주당이 우세할 것' 이라는 전망은 15.5%에 그쳤으며, '양당이 비슷할 것' 이라는 전망은 30.3%로 나타났다.

 

이 결과만을 놓고 보면 한나라당이 유리한 고지에 서 있으며, '한나라당 승리' 가능성 역시 높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 조사시점의 비교적 높은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46.6%) 및 한나라당 정당 지지도(36.0%, 민주당은 18.8%)를 감안할 때 한나라당은 모든 면에서 유리한 지위에 올라 서 있다.

 

그러나 선거 구도를 보면,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구축된 '한나라당 우위 구도'가 무너지고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 대결 구도' 속에서 접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 때부터 균열조짐을 보이던 '한나라당 우위 구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본격화된 이후 10월 재선거에서 재차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 대결 구도'의 핵심은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이다.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비한나라당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을 말한다.

 

역대 선거의 경향성과 현재의 구도로 보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비한나라당 정당 후보는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에서 중요한 요소인 정당지지도가 무력화되고,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대등한 위치에서 치열한 접전양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투표 성향] 한나라당 36% vs 야권단일 후보 48%...'전략적 투표' 가능성 

 

TNS 조사결과에서도 이러한 '전략적 투표' 가능성이 확인되는데, "내일 지방선거가 있고, 출마후보가 인물 면에서 비슷하다면, 선생님께서는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단일화 후보 중 어느 후보를 지지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야권단일 후보' 48.0% vs '한나라당 후보' 35.7%로 나타났다. 야권 단일후보가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보다 야권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경북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야권단일 후보'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 정당지지도에서 한나라당이 호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앞서고 있지만 야권 단일후보 출마시 유권자 선호 후보 면에서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는 한나라당 지지층은 후보 및 정당지지도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데 비해 무당파(지지정당 없음)들이 대거 '야권 단일후보'로 결집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바로 이 지점이 이번 지방선거 구도가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 대결 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근거이다.

 

연령별로 보면 19~20대와 30대는 물론,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40대까지도 야권단일 후보 지지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별 분석에서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지지층은 거의 변화가 없는데 비해 무당파(지지정당 없음)들이 대거 '야권 단일후보'로 결집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40대의 선택'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시작된 세대 대결 구도(30대 이하와 50대 이상 간의 대립양상)에서 선거결과를 좌우해 온 연령층은 40대 연령층이었다. 즉, 30대 이하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고 50대 이상은 한나라당 지지 성향이 강한데, 이들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 40대의 선택이 전체 선거결과를 좌우해 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40대의 선택이 중요한데, 40대 연령층이 정당지지도와 무관하게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점은 매우 주목되는 대목이다.

 

[선거 공감도] 야당의 '견제론'이 한나라당의 '지역발전론'보다 우세 

 

6월 지방선거에서 예상되는 여야의 주장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도 역시 "우리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힘있는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지역발전론)는 주장보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일방통행식 정책추진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야당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견제론)는 주장에 더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주장 공감도에 대한 지역별, 연령별 흐름은 앞서의 '한나라당 후보' vs '야권 단일후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앞서와 같이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야당 주장 공감도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에서의 동의 정도의 '강도' 차이가 독특한데, '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 정도보다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대'가 강도 면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즉, 수도권 국민들은 야당 후보가 좋아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이 싫어서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측면이 강한 것이다.

 

문제는 야권이 분열했을 때도 비한나라당 성향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 가능성이 있느냐이다. 보고서는 야권 후보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전략적 투표' 행태가 다소 약화되겠지만 선거구도(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 대결구도)가 변하지 않는 한 '전략적 투표' 행태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 야권은 각 정당과 시민단체의 대표자들이 모여 후보단일화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후보단일화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비한나라당 진영 유권자 다수는 야권의 여러 후보 중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현실적으로는 다른 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선가능성이 높은 민주당 후보들이 전략적 투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비한나라당 성향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를 무력화시키거나 그 결집력을 낮출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으로는 1차적으로는 지지층의 결집력을 높이기 위해 당내 계파갈등 차단 및 계파결속력 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또 비한나라당 성향 유권자들의 비판적 태도를 완화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 이슈]  정당지지도보다 '세종시'와 '4대강' 이슈가 선거에 영향

 

이번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에 따라 정당지지도가 무력화되고, 대신 전국적·지역적 이슈를 둘러싼 '이슈 선거'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슈 중에서는 '세종시'와 '4대강' 이슈가 지방선거에 비교적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사업' 이슈는 30대와 40대에서 '영향을 미칠 것' 이라는 응답이 높게 나왔으며, '세종시 수정안 추진' 이슈는 충청권에서 '영향을 미칠 것' 이라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핵심변수인 선거 이슈와 쟁점 여건도 한나라당에 불리하다는 점이다. 특히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계파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계파갈등이 공천갈등으로 이어질 경우, 비한나라당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력을 낮추기보다는 오히려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6.2 지방선거, #응징표, #전략적 투표, #세종시,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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