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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허준영의 레이건 따라하기

 

코레일 허준영 사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코레일의 레이건이 되고 싶다'고 했다.

허 사장이 닮고 싶은 레이건의 모습은 1981년 미국관제사 파업에 대한 '진압'일 것이다. 레이건은 1981년 8월 PATOCO(직업관제사조직)이 파업에 돌입하자 복귀명령에 응하지 않은 1만1345명을 해고하고 결국은 조직을 해체시켰다. 이 사건은 80년대 초반 레이건-대처-나카소네를 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본격화되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명박정부는 인수위시절부터 MB노믹스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그 실체를 알 수는 없으나 레이거노믹스를 따라 하고 싶은 것으로 유추된다. 실제로 이명박대통령은 철도노조가 파업 중일때 서울역을 방문해서 '지구상에 이런 파업은 없다'며 정부부처들도 주저하며 조심스러워하던 철도파업의 성격에 대하여 '불법'을 확실하게 선언했다.

 

허준영 사장 역시 '파업참가자 전원징계'를 공언했고 파업종료 즉시 노조측에 100억원대의 압류를 단행하고 87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160명 해고, 1만2000여명에 대한 징계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에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철도본부(철도노조)는 '명백한 합법파업에 대한 무리한 탄압'이라며 '3차파업'을 공언하고 있다.

 

노사관계선진화 원년, 대통령이 구사대로 나서

 

노동부는 2010년 대통령업무보고에서 올해를 '노사관계선진화의 원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내용을 뜯어보면 '강성노조 무력화'가 핵심이다. 문제는 그것을 위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모든 권력자원을 총동원하여 노동조합을 초토화시키려는데 있다.

 

철도노조의 경우 2009년 9월 1차파업에 대하여 노동위원회가 합법파업으로 판정한 바 있고 그 연장선인 12월 2차파업 역시 합법파업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부처에 대해서도 '필수유지인력을 제외한 파업'이므로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다수였으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을 지시하자 하루아침에 불법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레이건-대처처럼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새해벽두의 복수노조-전임자관련법의 날치기 통과 때에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통과'를 주문했다고 하니 '노조무력화'에 대한 그의 의지도 대단하다고 할만하다.

 

MB정권의 착각 : 시대와 조건이 다르다.

 

그러나 1981년의 미국과 2010년의 한국은 상황이 매우 다르다. PATOCO는 명칭에서 알 수있듯 노동조합은 아니고 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는 임의단체였다. PATOCO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전 해에 있었던 대통령선거에서 레이건 진영을 지지했음에도 노동조건이 나아지지 않은데 대한 불만의 성격이 컸다. 그러나 레이건은 이들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조직 자체를 해산시켜 버렸다.

 

레이건이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신냉전체제 강화와 신자유주의 체계의 공고화라는 당시의 시대 상황이 크게 작용했고 정치적 부담도 없었다.

 

하지만 2010년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먼저 법률적으로 합법적인 노조의 집단행동에 대한 무리한 탄압은 커다란 역풍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최근 강기갑, PD수첩, 전교조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모두 무죄판결을 받고 있고 검-경갈등으로까지 발전해 있다.

 

철도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집단행동이 '합법'임을 믿어의심치 않고 있으며 100억의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1000명의 간부가 1000만원씩을 내서 해결하겠다고 한다. 코레일에 대해서는 거꾸로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놓은 상태이다.

 

구속된 김기태 위원장에 대한 사법판결도 곧 이어질 것이고 무리한 징계에 대한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결이 잇따른다면 코레일 측이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허준영 사장님, 합법파업에 강경대응...어쩌시려구요 )

 

특히 6.2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상황은 정권에게 또다른 위협이 될 것이다. 이미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은 철도파업 탄압에 대한 국정조사를 준비하고 있고 민변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도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무리한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신혼여행중이던 조합원이 직위해제를 당하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조차 징계대상이 되는 등 1만명 이상을 일일이 징계하고 있는 회사측의 태도에 대하여 코레일 직원들은 허준영 사장을 '코레일의 도살자'라고 부르고 있다.

 

 

무리한 노조탄압, MB 레임덕 앞당길 수도

 

코레일은 노조와의 교섭 중에 단체협약을 해지했고 이것이 2009 12월 철도파업의 원인이 되었다. 단협해지는 60년 철도역사상 처음으로 5.23일까지 새로운 단협이 체결되지 않으면 2만500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최대 공기업 노조인 철도노조는 무단협 상태가 된다.

철도노조는 이러한 탄압에 대하여 3차파업을 공언하고 있다.

 

 

법적 우위와 회사측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응전의 성격을 가지는 철도노조의 향후 투쟁은 2010년 상반기 노동계 태풍의 핵이 될것이고 레이건을 닮고 싶은 대통령과 코레일 사장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곧 이어질 6.2 지방선거까지 고려하면 이러한 무모한 노동탄압은 정권중반기에 레임덕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운수노조 정책실장


태그:#운수노조, #철도파업, #민주노총, #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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