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킹' 이동국이 축구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동국은 지난 4일 야심차게 남아공-스페인으로 이어진 20일 간의 전지훈련에 태극마크를 달고 참여했지만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전지훈련 동안 총 5번의 평가전을 치렀으며 이동국은 그중 4경기에 출전했다. 남아공 2부리그팀과의 경기에서는 2골을 넣으며 부활을 알렸지만 나머지 평가전에서는 골을 터트리지 못했다.

 

물론 골운이 조금 따라주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동국의 움직임은 너무 단조로웠다. 특히 빠르게 공격해 들어가는 대표팀의 공격 템포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의 기량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듯 인터뷰를 통해 자극하는 발언을 해 이동국의 월드컵행이 자칫 이번에는 부상이 아닌 기량부족으로 좌절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동안 이동국은 비운의 스트라이커였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 일약 스타로 떠올랐던 이동국은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골잡이로서 활약하며 '제2의 황선홍'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해외 진출 적응 실패, 부상 등 여러 악재를 경험하면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에는 히딩크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하면서 한국의 월드컵 4강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대회 바로 직전 큰 부상을 입으면서 월드컵의 꿈을 놓아야만 했다.

 

그러한 그의 월드컵 불운사는 끝나지 않은 것인지 지난 시즌 K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전북현대를 우승으로 이끈 이동국에게 이번 해외 전지훈련은 기회가 아닌 위기가 돼버리고 말았다.

 

1998년 월드컵에서 슈팅을 날리며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던 10대 소년은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모든 선수들이 월드컵에 나가기를 갈망하고 있지만 대회 때마다 불운을 겪으며 꿈을 놓쳐야만 했던 이동국은 그 어느 때보다, 아니 그 누구보다 절실한 상황에 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얼마 안 된다. 이동국은 남은 평가전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아야만 남아공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가 시련을 버텨내고 월드컵 대표팀의 주축 공격수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0.01.25 09:27 ⓒ 2010 OhmyNews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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