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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특혜-국세 면제'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세종시 수정안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지자체가 들끓고 있다. 각 자치단체별로 야심차게 추진 중인 첨단복합단지나 산업단지 등이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세종시가 거대한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자치단체장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만약 세종시가 정부의 수정안대로 추진된다면 기업과 연구소, 대학 유치를 위해 들인 공은 모두 물거품이 될 처지다. 자치단체장의 지역발전 계획이 흐트러진다면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도 어렵다.

 

이런 탓에 각 자치단체장들은 앞다퉈 "우리도 세종시와 똑같은 특혜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윤증현 들이받은 김문수 "세종시? 홀대도 유분수지... 나중에 표로 보여줄 것"

 

7일 새벽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성남 인력시장을 방문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협박에 가까운 독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김 지사는 구직자들과 함께 조찬을 하는 자리에서 윤 장관을 향해 "세종시에 비하면 경기도는 100분의 1도 (배려가) 안 된다"면서 "홀대를 해도 유분수지, 다 가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월 지방선거를 들먹이며 대놓고 들이받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경기도를 홀대)하면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봐라, 나중에 표로 보여주겠다"고 날을 세웠다. 오전 8시에 열린 경기도민회 신년인사회에 가서는 "오늘 아침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경기도는 안 보이고 세종시만 보이느냐'고 따졌다"면서 "경기도도 뜨거운 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날 김 지사의 행동은 정부가 세종시에만 관심을 갖고 경기도의 규제 완화 요구 처리엔 미적거리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뿐 아니라 경북, 전남, 대구 등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면 전남 정무부지사는 이날 전남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정부가 세종시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도내 투자유치 감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세종시 토지공급 가격이 대폭 낮아져 나주 혁신도시 토지 가격이 세종시보다 2배 이상 고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종시의 '토지 바겐세일' 덕분에 나주 혁신도시가 희생될 처지에 놓였다는 걱정이다. 실제 나주 혁신도시의 토지공급 가격은 3.3㎡당 149만 원으로 세종시 토지공급 가격(3.3㎡당 36~40만 원)보다 3배 이상 높다.

 

전라남도는 정부에 비수도권 지역 투자유치 인센티브 제공을 대폭 늘리는 등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또 세종시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도시를 추진 중인 타 시·도와 공동전선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세종시 특혜를 정면 비난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이날 "지역에도 세종시와 똑같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경제자유구역과 국가산업단지,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국비 지원을 대폭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범일 대구광역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지정했고, 그 문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고 흥분했다. 특히 그는 "세종시와 대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 기능이 중복되는 것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종시에 삼성의 신규사업부문인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공장이 들어설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대구광역시는 삼성의 '바이오 시밀러'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물밑에서 오랫동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와 같은 특혜, 재원만 수십조 원... 여당 의원도 맹비난 

 

이처럼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반란'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정치권보다 지방을 먼저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하지만 정부가 빈손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하기는 어렵다. 세종시와 같은 수준의 특혜를 주지 않고서는 중앙정부의 차별에 상할대로 상한 지방의 감정을 다스릴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돈'이다. 세종시와 같은 수준의 땅값 혜택과 세금 면제를 해주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부자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정부로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를 해결해 줄 뾰족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탓에 여당 내부에서조차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전국 혁신도시에 세종시와 똑같은 혜택을 부여할 경우 재원이 몇 십조 원에 달할 텐데 정부가 어떻게 재정부담을 감당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수정안은 비수도권에 신도시를 하나 더 만들겠다는 계획일 뿐"이라며 "정부가 세종시 원안을 행정 비효율 때문에 못하겠다고 했는데, 비수도권에 수요도 없는 신도시를 만드는 것은 더 큰 비효율을 가져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태그:#세종시, #김문수, #전라남도, #혁신도시,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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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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